등굣길 33_줄넘기 대회

by 부론

'아빠, 어제 학교에서 영어 퀴즈 대회 했는데 내가 25등 했다~~~'


'오, 우리 아들 대단한데? 총 몇 명인데?'


'응, 총 26명'


흠...


그러면서 너는 한마디 덧붙인다.


'괜찮아, 26등 한 친구가 나랑 친하거든~'


으잉? 어떤 포인트에서 뭐가 괜찮다는 거니? 하하하.


너는 공부할 때면 몸이 뱀이 똬리를 틀듯이 뱅뱅 꼬여. 학교에서도 자세가 바르지 않다며 선생님에게 지적도 여러 번 받았고 말이야.


엄마, 아빠는 너에게 기대하는 것이 크지 않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지. 하하하.


엄마 아빠가 보는 너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허세가 없고 본능에 충실한 아이야. 떡진 머리로 학교에 가도 창피함이 없는 아이지.


머리 좀 빗으라고 하면, '괜찮아, 바람이 머리를 빗겨줄 거야' 이렇게 말하는 너.


그런 네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것이 두 개가 있지.


하나는 책 읽기이고, 또 하나는 줄넘기야.


밥을 먹을 때도 책을 옆에 꼭 끼고 먹을 정도니까 말이야.


과학이나 생물에 대한 책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으라고 여러 번 해봤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서 그냥 두기로 했어.


스마트폰이면 크게 뭐라고 했을 텐데, 책이니까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네가 열심히 하는 또 하나는 줄넘기야.


너는 줄넘기를 좋아하고 참 열심히 하는 아이야.


왜 그렇게 줄넘기를 열심히 하냐고 물었는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따서 군대 면제받을 거라고 대답하는 너. 꿈이 참 야무지네.


아빠가 직업군인이었는데 너의 눈에는 아빠가 너무 힘들어 보였니?


여하튼 네 덕분에 줄넘기가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알게 되었어.



어제 시흥 한국 공학 대학교에서 줄넘기 대회가 있었어.


줄넘기 학원 대표로 너도 출전을 했지.


대회 현장에 가보니, 줄넘기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더라.


아빠는 사실 네가 줄넘기하는 걸 제대로 본 적은 없어.


집에서 몇 번 보여주려고 했지만, 층간 소음 때문에 하지 말라고 제지했지.


밖에서 가끔 보여주긴 했는데, 다들 이 정도는 하지 않나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야.


대회는 처음이라 긴장했을 텐데, 생각보다 잘하더라. 그런 네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어.


생각보다 훨씬 잘하더라 너.


결국, 팀별로 4명씩 출전한 단체전에서 1위를 했어.



왕중왕전 개인전에는 150여 명이 출전했는데, 네가 3위를 했어.


그때는 정말 소름이 돋더라. 엄마도 네가 그 정도로 잘하는 줄은 몰랐던 것 같아.




공부도 못하고, 잘 씻지도 않아서 더럽고, 방도 안 치우는 천덕꾸러기 아들.


메달을 따고, 관장님 품에 안겨 좋아하는 네 모습을 보니 뭉클했어.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아빠 엄마도 너희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이 많아.


아빠도 사실 엄마와 너희 학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거든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알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줄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은 계속 주려고 해.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칠 전 너는 등굣길에서 이런 말을 했어.


'내가 아빠 생일선물로 메달을 따올게'


그렇게 말하는 네가 귀여워서, 속으로만 콧방귀를 뀌었는데 진짜 이루어졌네.



2025년 6월 아빠 생일, 어떤 물질보다도 귀한 선물을 받은 날이야.


네가 3등을 해서 좋은 것은 아니야. 그러면 나중에 4등을 하고, 10등을 하면 실망할 테니까.


그보다는 너의 활짝 웃는 순간을, 옆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큰 기쁨이란다.


아들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오늘도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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