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3km 달리기는 매년 돌아오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체력검정 날이 가까워질수록, 마치 전쟁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심장이 미리부터 쿵쾅거리곤 했어요.
검정 날 아침은 평소와 조금 다릅니다. 부대원들은 식당에서조차 말수가 줄고, 목소리도 작아집니다.
기다리는 동안 모두 어깨를 쫙 펴고 앉아 있는데,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불안감의 방어기제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3km 코스는 대체로 운동장을 벗어나 부대 뒤편 산길을 따라 이어지곤 했습니다. 출발선에 서기 전, 저는 항상 두 손을 깍지 껴 뒤로 잡고 심장의 두근거림을 눌러 앉히려 노력했어요.
몸이 아니라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거죠.
달리기가 시작되면 처음 1km는 평탄합니다. 호흡도 괜찮고, 주변과 발맞추는 여유도 있습니다.
문제는 1.5km부터입니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고, 다리는 어느 순간부터 무게를 품은 고목처럼 무겁습니다.
'뒤처지면 안 된다. 기록은 1초 차이로 갈린다.'
머릿속에 온갖 말들이 떠오릅니다. 그때부터는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이 달리기를 끌고 갑니다.
심장은 이미 ‘자, 나 여기까진 했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을 외면한 채, 더 가야만 합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애썼을까?
그땐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과지는 고작 종이 한 장인데, 그 종이 한 장을 받아 들고 느끼는 내 존재의 무게는 참으로 컸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터질 듯했던 심장의 날들이, 지금 내가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될 줄은요.
지금의 나는, 그날들을 떠올리며 묵묵히 달립니다.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기록을 버틸 수 있었던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때는 기록이 나를 이끌었고,
지금은 기억이 나를 밀어줍니다.
그날의 통증,
그날의 숨소리,
그날의 심장 박동이
지금도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