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땅 Nov 11. 2023

신의 후회

2. 에덴동산

난 빠르게 적응했다. 이곳은 나에게는 천국이었다. 

그 사이 내 또래 몇명과 친구도 되었고, 형들과 누나도 있어 외롭지 않았다. 

늘상 친구나 말하고 놀아줄 상대가 없이 하늘보고 바닥보기 놀이를 이젠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배고픔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행복이었다. 내가 있던 곳에서 냄새로만 맡던 음식들을 내가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슬퍼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음식들의 이름도 하나씩 알게 된 것도 나에겐 큰 즐거움이 되었고 난 그 음식 이름을 되새기고 또 외웠다. 언젠가 엄마가 온다면 내가 먹은 음식 이름을 다 말해줄 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는 것을 다른 아이들의 움직임을 보며 깨우쳤다.

우선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야 했다. 누가 깨우거나 알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누구나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자기의 주변을 정리하고 빠르게 목욕탕과 화장실로 몰려 들었다. 불과 십여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깨끗하게 씻는다는 것이 아닌 잠을 깨우고 하루 시작을 알리는 씻김처럼 보였다. 

" 오늘 당번은 누구지 ? "  처음 이곳에 온 나를 씻기고 안내한 형이 이곳의 대장인 듯 싶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은 대부분 정민이었다. 

" 저.. 김민호입니다. " 한쪽에서 손을 들고 말하는 아이에게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 형제, 오늘은 정말 잘 해야한다. 알지 ? " 정민은 민호를 바라보며 조금은 부탁하듯이, 명령하듯이 말을 다 하고서도 시선을 조금 더 남겨놓았다. 

" 네... " 민호의 자신없는 대답은 그곳의 공기마저 차갑게 만들었다. 

당번의 할일이란게 무엇인지, 당번이 왜 중요하고 어려운지 알게 되는 시간은 오래걸리지 않았다. 


하루의 일정은 매일 매일이 정해진 시게같았다.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고 씻고, 아침 식사를 마치면 오전 일과가 시작되었다. 

대부분 남,여가 구분된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국어와 산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철학시간이 번갈아 가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들 대부분은 아침이면 출근하듯이 이곳으로 오셨다가 점심을 드시고 가셨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수업은 꽤나 쉽고 간략하게 진행되었다. 아주 기초적인 지식과 반복적인 내용이었다.


국어로는 한글을 읽고 받았는 정도에서 가끔 시를 읽어주시거나 우리가 느낌가는대로 시라는 것을 적어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그 주제는 대부분 자연에 관련된 것이서서 꽃과 나무, 하늘 ,돌,바다,고양이처럼 그때그때 선생님 눈에 뛴 것이었다.


산수는 숫자쓰기와 덧셈, 뺄셈,곱하기와 나누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하기도 하였는데

" 3개의 떡과 2개의 사과를 11명의 사람이 배부르게 먹으려면 어떻게 나눠야 할까? "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노라면,  

" 3개의 떡과 2개의 사과만 생각하면 답을 알기 어려워요. 그 떡과 사과가 코끼리 만큼 크다면 가능하지 않겠어요. " 

아이들이 어이없어 하는 탄식과 작은 야유속에서도 선생님의 해답은 이어졌다. 

" 답을 찾으려 하지말고 상상해 보세요. 마음껏 상상하고, 크게 그려봐요. 세상을 "

알 수 없는 건 산수문제나 선생님 이야기나 마찬가지였으나 몇몇의 학생들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듯 자연과 역사 시간은 각각의 어떤 이상과 목적을 향해 국어와 산수 시간처럼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철학 시간은 사뭇 그 시작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그날의 당번이 역활을 수행하고 발표하는 시간과 그에대한 목사님의 평가와 질타, 반성 시간으로 마치 종교예식과도 같았다. 

" 오늘은 민호가 당번이지. 나와서 발표해 볼래. "

목사님의 말씀에 따라 민호가 앞으로 나아갔다. 민호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민호가 뒤돌아 바라볼때 모두가 시선을 피했다. 

" 어제 찬수와 기영이는......우리들 모르게 이곳을 나가 마을로 다녀왔습니다. 마을 아이들과 싸움도 있었습니다. "

민호의 발표는 어제 하루동안에 일어난 우리들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목사님. 아이들이 우리를 고..아..라고 놀려서 그랬어요. " 찬수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낮게 이야기하였다. 

" 정민이는 국어시간에 졸았어요. 그리고 수빈이는 엄마가 보고싶다고 울었어요. " 민호의 고자질은 이어졌다. 

" 그래, 민호야. 너는 찬수와 기영이, 그리고 정민이와 수빈이에게 어떤 벌을 줄거니 ? "

목사님은 우리를 천천히 둘러보시며 민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 찬수와 기영이는 일주일간의 화장실 청소를, 정민이는 운동장 뛰기 10바퀴를, 수빈이는 용서해 주고 싶어요. 왜냐하면...수빈이는 울고 나서 저에게 와서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했거든요. "

민호는 준비된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면서 목사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음...오늘 당번의 결정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니? " 목사님은 대답대신 우리에게 되물으셨다. 

조용한 가운데 침묵의 시간이 잠시 흐른뒤에 목사님은 민호에게 고개를 끄떡이며 민호의 결정을 따라주었다. 

민호는 목사님의 결정을 받아들이듯이 가벼게 목례를 하고 기도가 시작되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


민호의 기도가 끝이나고 목사님의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성경책을 읽고, 그 성격의 내용과 뜻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는데, 지루하고 산수나 자연보다 알 수 없는 내용으로 무엇보다 재미없는 시간이었으나 아무도 졸거나 떠들지 못하는 엄숙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이어졌다. 


"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 "


















작가의 이전글 신의 후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