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우리 세상이야기
아주 어릴 적 엄마를 따라나선 그곳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 아휴 이것 좀 보고 가 "
" 비싸네... 며칠 전에는 두 개에 100원이었는데, 왜 그렇게 가격이 올랐데. "
" 골라 골라...."
고개를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 번 돌리다 보면 저만치 앞에서 엄마가 손짓을 하고 계셨다.
" 너 그렇게 비비적거릴 거면 다음부터는 엄마 혼자 올 거야. "
" 알았어. 엄마 곁에 꼭 붙어있을게."
" 엄마, 그런데 왜 여기를 도깨비 시장이라고 불러? "
" 그건 너처럼 말 안 듣는 애들을 도깨비가 잡아가는 곳이거든. 그러니 엄마 말 잘 들어야 해. "
나도 모르게 엄마의 소매 깃을 아주 세게 붙잡고 있었다.
이후로도 시장을 다닐 때면 엄마 겉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흘러 그 도깨비 시장이 엄마의 말처럼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약간은 서운하고 억울하기도 하였지만,
그렇게 나 혼자 도깨비 시장을 찾아 나서도 무섭지 않았기에 그런 이야기는 잊고 말았다.
서울 안에서도 꽤나 많은 도깨비 시장이 있다는 것은 몇 번의 이사와 친구들 때문이다.
신당동과 청계천을 따라 늘어선 좌판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세상 온갖 물건들이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누군가 쓰던 것이기에 가격 또한 저렴하였다.
등산화와 군화, 시계와 전화기에서부터 바지와 점퍼 등은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쭈그려 앉아 보물 찾기를 하듯이 물건을 뒤집어 가며 고르는 사람들은
손과 눈을 빠르게 움직였다.
한 개, 두 개의 옷 가지를 높이 들어 주인에게 신호한다.
" 이렇게 얼마유? "
" 그거 다 해서 이천 원만 주쇼."
가끔은 옷 하나를 두고 두 명의 손님이 다투는 일도 빈번하였다.
" 그거 아까 내가 골라 놓은 거란 말이에요. "
" 그런 게 어딨어요. 잡고 사가는 놈이 장땡이지. "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군데군데 음악이 흘러나오는 골목 안쪽에 엘피만을
전문으로 하여 판매하는 곳이 나온다.
대부분 상가 밖으로 푸르딩한 복사판 엘피를 박스에 두고 있었다.
일명 해적판이라 불리는 '판'들은 오백 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착.. 착.. 착'
그 사이사이에 내가 찾던 엘피를 발견한 날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다.
'핑크 플로이드, elp, led zepplin '
정식 라이선스 음반을 사기에는 너무 부담이었고 그럴 용돈도 충분하지 못했다.
지금은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
그 안에서 주문하면 집 앞으로 배달이 온다.
수천 수억 개, 아니 그 이상의 물건들이 이 작은 화면 안에 다 모여있다.
한번 가보지도 못한 곳에서 주문할 수도 있다.
분명히 좋아지고 편리해졌다.
신선한 식재료와 저렴한 가격으로 마구 구입하고 소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는 빌 틈이 없고
우린 무언가 계속 찾고 사려고 한다.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