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땅 Nov 10. 2023

Peep ShoW

2. 카페 여사장

매일매일 진상들이 찾아온다.

준비된 빌런들이다.  

내가 카페 열기를 기다리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난 카페에서 음료를 팔고 디저트를 파는 게 아니다.

난 진상들에게 그들의 스트레스와 분리된 정신, 미친 이야기,

분노 조절 장애를 받아주는 쓰레기통일 뿐이다.

내가 처음 카페를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다.

내가 상상하는 모습들은 그곳에 없다고 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 아아. 설탕 세 스푼." 말이 짧다.

대부분 진상들은 자신들이 왕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교육 효과다.

'손님은 왕'이라는 표현이 있었기 때문일까, 진상은 스스로를 '왕'이라 여기고

표현이 거칠다. 그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손님, 우리 카페엔 설탕은 따로 없고 시럽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

늘 그렇듯이 최대한 상냥하고 하인처럼 대답하였다.

" 뭐.. 씨발 설탕도 없이 먹으라는 거야, 뭐 이 딴 게 다 있어?"

 내가 잘못들은 건 아니다. 처음엔 이런 손님이 찾아오면 당황하고 손이 떨렸다.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친절을 이어 나갔다.

" 손님, 설탕과 시럽은 커피를 똑같이 달달하게 만들어 줍니다. 취향에 맞춰 시럽을 넣으시면 됩니다. "

" 그걸.. 내.. 가 모를 거 같아... 아아는 설탕이야. 설. 탕. 없다는 거지?"  

왕의 뜻이 하인에 의해 무시당하거나 하인에게 왕이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이 기분 나쁜지,

" 아아 따뜻하게 해 줘. "

오늘 하루 시작이 심상치 않다.


카페를 하면서 겁이 나는 순간이 있다. 멀리서부터 전해지는 싸한 기운은 틀린 적이 없다.

한 무리의 사람들, 대부분은 등산용 가방에 등산화, 입구부터 전해지는 술 냄새가 특징이다.

네 명이 오던 열 명이 오던 카페 내부는 이미 전쟁터가 되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말과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ㅓㅗㅓㅘㅣㅘ:*(&(&()....ㅓㅗㅘㅣㅠㅜㅠㅜ,ㅠ>>>ㅓㅏㅣㅚㅏ@#!~#ㄲㄸ"

난 카페 내부 음악을 끈다. 조명을 최대한 밝힌다. 그리고 주변을 살핀다.

앉아 게시던 몇몇 분들은 이미 짐을 챙겨 나가고 게셨다. 침착하게 그들을 응시한다.

" 어이, 여기 커피 세 잔 하고 물컵 두 개, 그리고 접시 좀 줘요. "

일행 중 총무격인 사람이 앉은자리에서 소리친다.

" 손님, 일인 일주문이 원칙입니다. 일곱 분이 오셨으니 일곱 개의 주문을 부탁드립니다. "

내가 다가가 정중하게 요청한다.

" 아니, 여기 우리 말고 다른 손님도 별로 없고, 커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재하고 재는 곧 갈 거예요."

총무는 의자 끝에 앉아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 동료를 가리켰다.

" 손님, 그러면 다섯 잔 주문 부탁드립니다. "

" 아니.. 뭐 그렇게 빡빡하게 장사를 하는 거야. 내가 다음에 와서 많이 팔아줄게. "

이번엔 총무의 옆자리 동료가 노려보듯이 나에게 말했다.

" 여기 장사 그만하고 싶은가 보네. 아니 먹을 데가 여기밖에 없나?"

총무 맞은 편의 여자 동료다. 손거울로 화장을 고치며 새빨간 입술을 만들며 말했다.

" 그럼 커피 네 잔 하고 종이컵, 앞접시. 콜? " 총무는 협상하듯 내 눈치를 살폈다.


아주 아주 특이한 손님이 있다.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꼭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두 시간가량 머물다 간다.

주문은 단순하다. 에스프레소 한 잔과 물이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질 즈음 돌아보면 구석진 자리 손님은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대부분은 창박을 바라보며 아주 가끔씩 에스프레소잔을 입술에 가져간다.

무엇인가를 음미하듯 눈을 감고 고개를 졎힌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히 카페를 빠져나간다.

손님이 나간 후 그 자리엔 카페에 없던 휴지들이 테이블 밑에 수북하다.


난 선택적인 종교를 가지고 있다.

스님이 찾아오시면 천주교를, 집사님들이 방문하실 때에는 불교, 온갖 사이비들이

친절한 미소와 복음을 들고 올 때 난 열렬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있었다.

그들은 나뿐만이 아니라 그들 주변 대상에게도 자신들의 신앙과 천국 가는 길을

알려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그중에 사이비들은 조금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인 척 만나서 학교 이야기, 직장 이야기 등을 나누며 신입들과 친해진다.

하지만 그들의 우연한 만남은 두 시간 전에도, 어제도 있었다.

영입 대상은 목표물이고 사냥의 타깃인 듯 함께 모여 그 정보를 나누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그 대상이 혼자 화장실에라도 갈 때 난 몰래 따라가 조용하게 말했다.

" 도망가 "


카페 진상들에 대한 스토리는 넘치고 넘쳐 내 일기를 가득 채웠다.

귀여운, 무서운, 짜증 나는 그들을 이젠 내가 응징할 차례이다.

' 빌런 퇴치 스프레이 '

' 진상 퇴치 스프레이 '

내가 만든 스프레이는 나의 축적된 저주와 분노, 오래 참음과 속마음.

목까지 차있던 내가 하지 못했던 욕바가지.

그리고 특별 주문한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모두 압축하고 가스화하였다.

' 이제 나타나기만 해 봐라. 니들 다 죽었어. '

스프레이는 진상들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누구도 그들 곁에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Peep ShoW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