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의 소풍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옷가지처럼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내팽겨진 뒷골목의 쓰레기 한 무더기가 되어 길가에 방치된 노인의 모습은
흡사 바짝 말라진 죽은 나무였다.
이리저리 피해 가듯이 멀쭉이 걸어가는 사람들의 동선에 노인의 모습은 껄끄러운 장애물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몇 겹을 껴입은 외투는 그가 가진 소유물이고 방패이다.
노인의 눈은 감긴 듯 감고 있었으나 분명 잠든 모습은 아니었다.
노인을 향한 시선을 그도 알고 있겠으나, 노인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단지 어딘지도 모를 이곳에 자리 잡고 비스듯이 누운 듯 앉아 시간을 보낼 뿐이다.
수없이 많은 이유들과 사연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욕심과 방탕한 시간에 대한 벌이 될 수도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가져다준 배신의 결과이기도
태어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곁을 지켜온 온갖 불행 때문일수도
어느 순간에 다가온 사고로 인한 육신의 고장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길거리의 노인들에게 달콤했던 인생은 달콤하지 않다.
지금은 잘 보이지도 않는 밤하늘에 분명 떠 있을 수없이 많은 별들의 인생이 있다.
가진 것을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만큼의 재산으로도 불행한 별들이 있고
하루하루만큼씩 살아가는 별들도 많다.
칠십 년의 시간도, 구십 년의 시간도 결국 돌이켜 본다 하면 어떨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아련하고 아름다울지는 모르겠다.
회사에 휴가를 낸 상태에서 출근하던 습관대로 집을 나선다.
늘 가던 길에서 더 멀리 가고자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반포, 양재를 지나친다.
출근하던 날들마다 여기서 빠지지 말고 계속 지나치고 싶다고 했던 그 결심을 오늘 행동에 옮긴다.
그래도 이 도로의 끝인 부산까지는 가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이대로 계속 더 갈 수 있음에 미소가 생긴다.
핸드폰과 연결된 차량 안에서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이어진다.
클래식과 팝, 가요가 믹스된 음악의 볼륨을 더 높이고 주변을 둘러본다.
파란 하늘과 도시를 벗어난 한가로운 풍경이 차창 밖에 이어진다.
머릿속으로 떠 오르는 갈만한 목적지들을 생각해 보지만 딱히 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흐른다.
이젠 제법 멀리 온 듯도 하고 피곤이 몰려왔다.
'공주'
'그래, 이름도 이쁘네. 저곳으로 가자. '
오늘은 나의 달콤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