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겠지.
파란 바다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내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산과 나무들이 지쳐 보일 때 즈음, 그 너머로 파란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늘이라고 생가했지만,
그건 분명 바다였다.
차를 몰고 나올 때부터 무작정 간다고는 했지만,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적당히 가다 보면 지치고 지루해져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었다.
110
120
150... 속도계는 내가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많이도 오르고 있었다.
천천히 오른발에 힘을 주고 느긋하게 2차선으로 차를 몰았다.
100...
' 그래, 이 정도가 좋아. '
머릿속은 이미 여러 가지 루트를 짜고 있었다.
어느 카페,
어느 길가에 주차를 해야 할지,
그곳에서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이것들은 내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들을 조각 조작 모아 내린 추천 리스트들이다.
그중에서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좋은 거, 후회되는 거, 잘한 거, 잘못 된 거.. 그런 일들이 생겨날 거다.
우리가 총 1만개의 기억만을 할 수 있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억하게 될 때,
기억하던 어떤 거를 지워야 한다면...
그리고 정말 그렇게 살고 있었다면...
물론 무엇을 기억할지, 무엇을 지워야 하는지는 내 선택이 아니라면...
그래서 어느 나이가 되고,
어떤 시기가 되어 그런 현상들이 잦아들게 되어,
새로운 기억들마저도 잊어버려야 하는
그 짧은 텀이 되어 버려야 한다면....
그걸 이 세상에 대한 '안녕'이라고 표현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