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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송년회

3. 짧은 인생에서 하루쯤은 괜찮지 않아요?

by 맨땅

종각역에서 내려 붐비는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술집들이 나란히 나온다.

물론 그 오래전 모습은 아니다.

피맛골의 생선 굽는 냄새와 연탄으로 지피는 그읏한 연기가 이 골목을 가득 채울 때가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을 몇 번을 돌고 돌아가다 보면 전봇대가 한가운데 자리한 막걸릿집도 있었는데,

'고갈비'

주전자에 넘칠 듯이 가득한 막걸리가 밑으로 세는지 빨리도 없어지던 때였다.

지금은 또 지금의 젊은 문화가 또 세상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핸드폰에서 안내하는 길을 따라 찾아간 곳은 작은 한정식 집이었다.

오늘의 목적지.


올봄부터 작고 적은 기부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무료한 시간도 그렇고, 늘 언젠가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래봐야 별거는 없다.

월에 오만 원 정도, 그리고 부정기적인 청소활동과 길 안내 정도가 다였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광고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 세상은 아직 당신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직접 전액 후원합니다. 사업비를 후원금에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


늘 느끼던 바였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 한 끼가 없어 먹을게 필요하다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tv를 통해 광고한다.

전화 한 통이면 간단하게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한다.

자선단체라고는 하지만 거대한 기업이다.

그 기업의 화려한 사옥과 거기에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고 난 뒤에 그런 후원은 끊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곳이 이곳이다.

도시락을 싸서 점심을 먹는 이들, 한 명이라도 더 도움을 주기 위해 그 흔한 에어컨도 없다.

그러니 월급이란 것도 없이 몸으로 때우는 이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가 이들과 가까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송년회는 그들과 함께한 이들이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가 된 것이었다


" 오늘 하루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써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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