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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개꿀이라면서요.

성격도 급해서 직업도 급하게

by 김감자

우리나라에는 3군이 있다.

육군, 해군, 공군.

그리고… 육군도, 해군도, 공군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 하나. 해병대.


정확히 말하면, 해병대는 해군 산하다.

하지만 실상은 별종 취급을 받는다.

군인들 사이에선 악명 높기로 소문났고,

그만큼 말도 많고, 사건도 많다.



나는 모든 군대가 비슷비슷할 줄 알았다.

당시엔 공군이 ‘선진병영’이라고 좋다고 입소문 나던 찰나였고,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유튜브 보니 진짜였다.)

육군은 화기애애하다 했으며,

해군은 비교적 조용하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니까,

해병대라고 딱히 다르겠나 싶었다.



나는 3군 모두 지원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합격 연락이 온 곳이 바로,

해병대였다.

성격이 급한 나는 내 직업까지 급하게 진행했다.

그래서 나는 선택하면 안 될 해병대를 선택했다.


선택하던 순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ㅋㅋ 나 이제 공무원이네.”


입꼬리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국가에서 급여 주고, 집 주고, 떡값도 준다는

그 개꿀’이라는 직업이 내 직업이 되다니.



합격 통보를 받고 난 후

나는 하루 열두 시간씩

해병대 관련 영상만 파고들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인물이 있었다.

해병대의 전설, 이 교관님.


나는 입대만 하면

이 교관님처럼 간지나는 군생활을 하리라 결심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두부만 먹으며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헬창까진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균형 잡힌 감자머리 새내기가 되었다.


훈련소 입소 전날,

거울 앞에서 내 몸을 확인하며

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교관님처럼 단단하고 멋진 군인이 될 거라고 믿었다.

자아도취에 푹 빠져,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몰랐다.


설레발을 오리발로 치던 내가,

살려달라고 오리발로 전력질주하고 싶어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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