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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개꿀이라면서요.

그때 그 글쓴이님, 죄송합니다.

by 김감자

어쩌면, 나는 도망치듯 부사관을 준비했던 것 같다.

아빠의 억압 아닌 억압.

그리고 “지금 도망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야”라는

흔한 고3의 고질병인 불안과 망각이 쉽사리

만들어낸 선택이었다.


고3 시절, 나 빼고 모든 친구들은

자기 꿈을 말할 수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들 틈에 껴서 병정개미처럼

그저 그들이 향하는 방향만 따라갔다.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하려고.”

‘공무원 시험? 괜찮아 보이는데…’


“건축학과 졸업하고 인테리어 설계 쪽 하지 않을까?”

‘건축학과 좋다. 돈도 잘 번다던데…’


타인만 보느라,

나는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 전혀 몰랐다.

아니, 나는 내 자신을 아예 내 삶에서 배제했다.


그러니 나에겐

“지금 당장 돈 벌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다.

남들이 돈 벌 땐 나도 벌고 싶었다.

그게 뭐든, 내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가.



그렇게 나는

네이버, 유튜브, 구글, 온갖 SNS를 뒤졌다.

**‘부사관’**이라는 단어만 주구장창 검색했다.


하루는, 스크롤을 내리다

눈에 확 들어오는 글 하나를 보게 됐다.


“내 자식이 직업군인 한다고 하면

발목을 부러트려서라도 말릴 거다.”


나는 그 글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글쓴이가 사회 부적응자라고 코웃음도 몇 번 쳤다.

‘나라에서 밥 주고, 집 주고, 떡값까지 주는데 뭐가 문젠데? 배가 불렀네.’


지금 와서 보면,

그건 나라를 맹신했던 미천한 내가 내뱉은 속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는 최고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을 뿐이다.


그 글은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글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도

내 인생 후회 TOP3 안에 드는 선택 중 하나다.



이제는 안다.

만약 내 아들이

“아빠, 나 직업군인 할래”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라도 말릴 거다.


그리고 그때,

그 경고의 글을 남긴 어떤 아버지께

이 자리를 빌어 정중히 사과드리고 싶다.


“그때 당신이 쓴 글은 몇 번을 봐도 명글이었습니다.

제가 못 알아 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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