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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Jul 30. 2019

13. 엄마의 여름휴가

엄마도 한때는 말이다..

한때 골드미스였던 사람..

아아니..알루미늄 미스정도였던 나..

휴가라함은

곧..  떠남이었지..


그런 엄마가 여름휴가를 냈

“오오, 휴가 가는거야?어디로가?

라고 누군가 물어보길래

엄마는

방긋 웃어줬어.


아니.. 아기 어린이집 수족구 격리중이라..

오늘부터 삼일간

엄마는 너랑 있을거야.


사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몸은 편해.

미안해 아가야

엄마는 거짓말을 잘 못해..

있잖아.

아가야.

엄마는 말이다.


6월이면 나는

설악산을 종주했었어.

가장 해가 긴 시기이니까

18시간 동안 희운각을 향해가는거야

남교리에서 시작해서 십이선녀탕폭포를 넘고

대승령을 넘고

너덜지대에서 비도 좀 맞으며


귀때기청봉보이는 그 돌 위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셨지

엄마는 말이다.

그래도 지금이 설악산종주보다  힘들어

18시간 동안 등산을 하며

입천장이 다 까져도

너를 데리고

놀이터 미끄럼틀을 서른번 넘게 타는 지금이

더 힘들어


말했지..거짓말을 못해 내가..


엄마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본단다

어쩌면

그날의 설악산 등산은..

바로 오늘을 위한 대비가 아니었을까하고..


그리고 엄마는 말이다

엄마 친구 땡땡이 이모랑 같이

뉴질랜드도 갔었단다.

같이 번지점프도 하고 말이지


그 땡땡이 이모가

작년에 엄마 빼고 다른 사람이랑

요르단 여행 다녀왔다고 해

괜찮아 엄마는..

요르단은 어디 이사가지 않을거니까

요르단은 늘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있지..


우리 아기가 크고

우리 아기랑 같이 여행갈수있을때

그 땐 엄마는 지금보다 더 늙었겠지만

그건 뭐

결혼을 늦게 하고 너를 늦게 은 내 탓이지 뭐


참고로 땡땡이 이모는 결혼안할거래.

그냥 그렇다구.


그리고 엄마는 겨울에 지리산 종주도 했었어.

살얼음이 낀 맥주도 잘 마셨어.

그냥 그렇다구.

그래도 너는 엄마랑 놀 때 제일 재미있어하니까

엄마는 그걸로 만족한다

어 이건 진짜야

엄마 거짓말 못한다 그랬지??


너 나중에 여자친구 사귀고

좋은 친구 많이 사겨서

여행 많이 다녀라

엄마도 아빠랑, 엄마 친구들이랑

여행가는 거 좋아하니까

엄마는 그런거 다 이해해.


엄마는 노는 거 좋아해.

전생에 뽀로로였거든.


그리고 사실은

혼자 노는  제일 좋아


생각해보니

할아버지도 어렸을 때 엄마랑 많이 놀아줬어.


경상남도에는 지금은 사라진

부곡하와이라는 전설의 유원지가 있었거든

그때 엄마 6살이었는데

할아버지랑 거기 갔었어

할아버지는 그때 겨우 서른 세 살인가 네 살이었을거야..

러엄

할아버지도 젊은 시절이 있었어.


그때 할아버지가

엄마보고 말했어.

“꼼짝말고 여기 서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과자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절대로 안돼. 아빠 곧 올게. 꼭 여기 있어“

라고 신신당부하고 사라졌었어..

모두들 놀기바쁜 유원지 한 가운데에서...


그때 6살 어린 아이였던 엄마는 기둥을 잡고

할아버지가 시킨대로 가만히 있었어.


우리 아빠 언제 오나..

가만히 가만히 기다렸는데

저기..

알라딘...이라고 기억하는 놀이기구에

할아버지가 보였어.

만세하며 매우 즐거워하며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어.

할아버지도 노는 걸 좋아했어.

알라딘 연속으로 두 번 타셨어.

엄마는 너무 어려서 그거 못 탔어.

할아버지는 바로 안오고

북두칠성인가.. 하는 것도 혼자 타셨어..


할아버지도 전생에 뽀로로셨다고 해..


아무튼

엄마는 몇 년간은 너하고 잘 놀아줄거야

언젠가 너는 너혼자 저만치 따로 떨어져서 가겠지.

괜찮아.

다 그렇게 독립해.

즐겁게 놀고

즐거운 어른으로 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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