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도처에 깔린 엄마들
엄마가 왜 거기 있어?
일하면서 애키우기 너무 힘들다고 친정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끝도 없는 지청구를 몇 번이나 들어주던 엄마가
드디어 다음과 같은 말을 하사 하시었다.
"반찬은 사서 먹고
청소는 가사 도우미 좀 불러다 쓰고
빨래는 세탁소에 맡기고
쇼핑은 쿠팡에서 시키고
목욕탕에 가면 세신사 이모한테 맡기고
가사 안 도와준다고 남편이랑 싸우지 말고
그렇다고 니가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잠이나 더 자라"
아파트 상가로 나와보니 펼쳐진 것은
백조세탁, 엄마손반찬, 24시 클린업 빨래방, 베테랑 옷수선, 운동화세탁소, 아이하원도우미 서비스, 노인요양보호...
아..
예전에 울할매랑 울엄마가 혼자서 다 하던 일이
저렇게나 많이 나뉘어져 이젠 누군가의 생업이 되었구나
엄마는 보모, 요리사, 청소부, 운전기사, 카운슬러, 과외선생님, 의사선생님, 때로는 파이터.
다 합친 말이었구나.
거기다가 돈까지 벌어오는 엄마..
아 그랬구나.
그 덕에 내가 클 수 있었구나.
내가 잘나서 큰 게 아니구나.
있잖아.
나는 아직까지 엄마가 너무 필요해
갈 수록 엄마가 너무너무 필요해.
저 많은 역할 중에 친구라는 역할까지 추가되어버렸으니..
엄마 건강하세요라는 말이
어째 엄마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말같이 들리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