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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빠 진짜 멋진 일을 하는구나"

by 부산물고기

"우와, 아빠 진짜 멋진 일을 하는구나"

눈이 많이 온 날, 아이의 데이케어가
조금 늦게 문을 열어
아이를 회사에서 잠시 봐야했다.

이전에도 종종 회사에는 왔었는데,
이번에는 한시간 정도 회사에 머물러야 해서
아이에게 회사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매번 왜 학교에 이렇게 오래 있어야 하냐고
물을 때 마다-

아빠, 엄마가 회사에 가서 그래야 한다고
했는데- 정작 엄마, 아빠가 어떻게 일하는지는
자세히 말해준 적이 없는거 같아 아이를 데리고
회사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아빠, 여기가 아빠가 일하는 곳이야?"
"응! 아빠는 무거운 것도 옮기고 기계도 관리해"
"우와, 아빠 진짜 멋진 일을 하는구나"
"응,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재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재이 장난감도 사고 그렇게 하자"
"응! 아빠!"


아이를 꼭 안고, 포크리프트도 태워주고-
작업대에 올라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도 해주니
아이는 재밌어 하며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본다


만약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삐까뻔쩍 사무실이나-
삐까뻔쩍 백화점 매장을 구경 시켜줬겠지만
아이는 이것 저것 널려 있는
창고 구경이 재밌었나보다


일하는 곳이 삐까뻔쩍이든
왁작지껄이든 무슨 상관인가


그저 아빠는 어디서든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중에 재이도-
노동의 가치와
노동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맘을
이것저것 구경하는 아이 뒤에서
빌어본다​

재이야, 아빠가 열심히 돈벌어서
우리 재이 맛있는거랑 멋진거 많이 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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