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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는 안먹어도 괜찮아?

by 부산물고기


"재이는 안먹어도 괜찮아?"

"응, 난 하나 먹었으니까 이제 사람들 한테 줄꺼야"

"더 안먹어도 됭?"

"응! 난 나눠 먹는게 더 재밌어"


요즘은 아이와 함께 교회를 나간다.

예배를 마치고, 교인분의 딸이 걸스카웃 쿠키를 팔길래-

두통을 샀다.

한 통은 민트초코, 한통은 그냥 초코카라멜 쿠키.


처음 민트초코 쿠키를 뜯으니, 아이는 호기심을 보이며-

하나를 먹어본다


"아빠.. 맛이 없어.."


옆에서 지켜보던 목사님이

아이에게 하나를 달라고 하자-

아이는

"나는 이거 맛이 없으니 목사님 먹어요"

하고 목사님께 하나를 건낸다.

목사님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자-

그때부터 쿠키를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한글 학교 선생님 하나, 부장님 하나, 친구들 하나-

아이가 돌아다니며 쿠키를 나눌 때마다-

식사를 하던 교인분들은 누구는 선택을 받고, 누구는 선택을 못 받았다며-


다들 즐거워 하시고, 아이를 귀여워 해주신다.

그렇게 쿠키 한통을 다 주고 돌아온 아이는

쿠키를 더 달라고 한다

"아빠, 나눠 먹는거 진짜 재밌다! 쿠키 더 주세요"

"재이야, 이건 재이가 좋아하는 초코 카라멜 쿠킨데?"

"그럼... 나 하나만 먹어봐도 되요?"

"그럼. 이건 다 재이꺼니까 재이가 먹고 싶은 만큼 먹어"


아이는 초코카라멜 쿠키 하나를 야무지게 먹는다.


"아빠, 나 이것도 맛있으니까

사람들이랑 나눠 먹을래요"

"응? 이건 재이가 좋아하는 맛인데?"

"근데, 난 나눠 먹는게 더 재밌어! 나눠 먹는게 더 좋아"


그러더니 또 쿠키통을 들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작은 손으로

쿠키를 하나씩 집어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준다


쿠키를 들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사람들은 다들 웃고-

그 모습을 보는 아내와 나도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눔을 교육하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아이의 몫은 충분히 가졌으면 하는데-

그 '충분히'의 기준은 - 사실 누구도 정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자기 것만 챙기는 아이로 키우고 싶진 않다


이렇게 스스로 나눠 보고, 나눔의 행복을 느끼면서-

아이는 스스로 그 방법을 취득하고,

본인의 '충분히' 기준을 세울 것이다.


또, 아빠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한 마음을 주는 아이를 보니-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법과 - 받을 수 있는 법을 느끼는-

아이로 자라고 있는 거 같아서 그저 뿌듯하게 바라 보았다.


아이가 쿠키를 건네고 떠난 자리,

피어나는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보며-

나눠 먹고 싶어한 아이의 마음이

모든 이들에게 잘 전달된거 같아-

포근했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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