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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구리당당숭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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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고기
Mar 29. 2023
"아빠, 빨리 숭구리당당 해줘요"
"숭구리당당숭당당 수리수리
당당 숭당당~"
몇주 전, 아이가 무서운 꿈을 꿨을 때가 있었다.
무서운 꿈을 꾼 아이는 다음 날 부터-
잠들기를 무서워했다.
"재이야- 이제 잘 시간이야"
"난 안잘꺼야. 꿈에서 무서운거 나온단 말이야"
"그래도 자야지-"
"시러.. 무서워"
아이는 필사적으로 잠에 들지 않으려고 했다.
"꿈은 그져 꿈이야. 걱정 하지마,
잠에서 꺠면 다 없어지자나-"
라고 이야기 했지만,
아이에게 그런 말이 먹힐리가 없다.
"재이야, 그럼 아빠가 재이에게 마법을 걸어줄께"
"응? 어떻게 하는거야?"
"숭구리당당숭당당-수리수리마수리-
동방박사,척척박사,곰곰박사,
재이박사,짱구박사 모여라
좋은 꿈이 들어간다- 쭈쭈쭈~ 쭈쭈쭈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주문을 외워줬다.
몇번이고 숭구리당당 숭당당을 읊조린다.
말도 안되는 주문이였지만- 아이는 눈을 꼬옥 감고
아빠의 주문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아침에 되고선=
"아빠, 오늘은 되게 기분 좋은 꿈을 꿨어요!"
하며 아이는 일어났다.
그후로- 매일 밤,
주문을 외워준다.
이제는 꾸기 싫은 꿈은 아빠가 먹어치우고-
아이가 꾸고 싶은 꿈을 물어서-
아이의 머릿 속에 넣어준다
할아버지랑 손잡고 걷는 꿈,
외할머니랑 장난감 가게 가는 꿈
학교 친구랑 재밌게 노는 꿈,
엄마 아빠랑 산책하는 꿈 -
등등등- 매일 아이가 요청하는 꿈을 넣어주곤 하는데-
말도 안되는 말과 아는 박사를 모두 등장 시키는
주문이지만 아이에겐 꽤 효과가 있나보다
자기전엔 꼬옥- 아빠에게 꼭 안겨-
주문을 외워달라고
말한다.
몇 주간 계속 주문을 외워줬는데
아빠가 주문 외워주고
나선
한번도 무서운 꿈을 꾼적이 없단다.
어젯밤 잠든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꿈에서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꺄르르 웃는다.
주문이 잘 들어간거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말도 안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주문이지만
그 주문을 외울 때만큼은 진심을 다해 빈다.
아이가 꿈에서도 행복하고, 즐겁기를 말이다.
그런 아빠의 마음이 아이의 마음 속에 닿았는지
아이는 오늘도 찡그린 얼굴이 아닌,
웃는 얼굴로 잠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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