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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구리당당숭당당

by 부산물고기

"아빠, 빨리 숭구리당당 해줘요"

"숭구리당당숭당당 수리수리 당당 숭당당~"

몇주 전, 아이가 무서운 꿈을 꿨을 때가 있었다.

무서운 꿈을 꾼 아이는 다음 날 부터-

잠들기를 무서워했다.


"재이야- 이제 잘 시간이야"

"난 안잘꺼야. 꿈에서 무서운거 나온단 말이야"

"그래도 자야지-"

"시러.. 무서워"


아이는 필사적으로 잠에 들지 않으려고 했다.

"꿈은 그져 꿈이야. 걱정 하지마,

잠에서 꺠면 다 없어지자나-"

라고 이야기 했지만,

아이에게 그런 말이 먹힐리가 없다.

"재이야, 그럼 아빠가 재이에게 마법을 걸어줄께"

"응? 어떻게 하는거야?"

"숭구리당당숭당당-수리수리마수리-

동방박사,척척박사,곰곰박사,

재이박사,짱구박사 모여라

좋은 꿈이 들어간다- 쭈쭈쭈~ 쭈쭈쭈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주문을 외워줬다.

몇번이고 숭구리당당 숭당당을 읊조린다.

말도 안되는 주문이였지만- 아이는 눈을 꼬옥 감고

아빠의 주문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아침에 되고선=

"아빠, 오늘은 되게 기분 좋은 꿈을 꿨어요!"

하며 아이는 일어났다.

그후로- 매일 밤,

주문을 외워준다.

이제는 꾸기 싫은 꿈은 아빠가 먹어치우고-

아이가 꾸고 싶은 꿈을 물어서-

아이의 머릿 속에 넣어준다

할아버지랑 손잡고 걷는 꿈,

외할머니랑 장난감 가게 가는 꿈

학교 친구랑 재밌게 노는 꿈,

엄마 아빠랑 산책하는 꿈 -

등등등- 매일 아이가 요청하는 꿈을 넣어주곤 하는데-


말도 안되는 말과 아는 박사를 모두 등장 시키는

주문이지만 아이에겐 꽤 효과가 있나보다

자기전엔 꼬옥- 아빠에게 꼭 안겨-

주문을 외워달라고

말한다.


몇 주간 계속 주문을 외워줬는데

아빠가 주문 외워주고 나선

한번도 무서운 꿈을 꾼적이 없단다.



어젯밤 잠든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꿈에서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는지 꺄르르 웃는다.

주문이 잘 들어간거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말도 안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주문이지만

그 주문을 외울 때만큼은 진심을 다해 빈다.

아이가 꿈에서도 행복하고, 즐겁기를 말이다.


그런 아빠의 마음이 아이의 마음 속에 닿았는지

아이는 오늘도 찡그린 얼굴이 아닌,

웃는 얼굴로 잠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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