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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물고기 Oct 12. 2023

미국에서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했을 때, 

몇번 들었던 말이-

'가면 골프 많이 치겠네?' 였다.



한국에서 골프를 잠시 배우긴 했지만,

역시 나에겐 골프 보단-

수영과 배드민턴이 딱이야! 라고 생각해-

그리 취미를 갖진 못했는데..



아무튼 미국에 와서 한국분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이 '골프는 쳐요?' 이긴 하다.


골프를 치기 위해선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필요한 한국에 비해-

미국은 그 접근이 상당히 쉽다.


일단 내가 거주했던 곳 기준으로 보자면-

꼭 18홀이 아니더라도, 9홀만 칠수가 있고-

카트를 타지 않고 골프백 매고, 혹은 끌고-

다니면서 치면-

쌀 때는 15불 정도에 9홀을 칠 수 있다. 


이번주에도 장인어른을 모시고 

1인 17불 짜리에서 9홀을 쳤는데

장인 어른이 상당히 만족 하셨다.

(물론 사위는 장인 어른의 조언을 하나도 듣지 않고,

조언의 기회조차 드리지 않으니-

골프에 진심이신 장인어른은 답답하기도 하셨을 것이다)


골프에 누구보다 진심이신 우리 장인으른


또, 유명한 코스가 아니면- 

대부분 18홀도 평일에는 40불 정도-

주말에는 60불 정도면, 카트 타고 돌 수 있는데

즉 한 사람당 한국돈으로 10만원이 안든다.


팬데믹 이후로는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졌다고 하나,

지금도 내가 살았던 곳들은 일주일전에만

스케쥴을 잡으면 크게 어렵지 않게 

예약이 가능하고-


복장은 ROSS나 TJ.MAXX 혹은 아울렛에 가면

반팔골프셔츠 25불 정도?! 바지는 20불 정도에?!

골프화는 40불 부터 다양하니-

뭐 하나 크게 돈 들어가는게 없다. 

(하지만 비싼게 이쁘긴 하다)


물론 PGA 투어나 LPGA 투어가 열리는

유명하고, 멋진- 코스의 경우

예약도 어렵고-

캐디피에 뭐뭐뭐 하면-

상당한 금액이 글지만-

그쪽으론 눈도 돌리지 않는다. 



물론 동네 골프장은,

한국 골프장 처럼 잘 관리 되어 있진 않지만

그래도 치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데-


이런 비용 적인 것들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곳에선 부부가 하기에 골프 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라는 것이다.


나이 든 노부부들이 아침이면 같이 나와 

골프클럽을 핸드카트에 실고,

같이 걸으며 골프를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둘째가 생기기 전엔, 

우리도 종종 골프를 쳤는데

회사를 마치고 해가 있을 때 같이 9홀을 돌고,

또 가끔은 반차를 내고 오전에 9홀을 돌고 

함께 점심을 먹곤 했다.



꼭 부부 뿐 아니라, 부모님이 오셨을 때도-

장인 어른께서 오셨을 때도-

부모님들은 언제나 자식과 혹은

며느리-사위와 골프를 치는게-

참으로 행복해 하셨다.

(물론 잘 치지 못하면서 그 어떤 조언도 

듣지 않고 철벽 방어하는 나는 답답 하셨겠지만..)



한국 이였으면 - 

주말 친구들과 새벽부터 모여

골프장에 가고- 골프치고- 밥 먹고- 술 먹고

였을텐데.. 

아내와 함께 치니-

그 시간 대화도 많아 지고

넓은 잔디밭을 함께 걸으니 좋은 점이 많다.

(물론 한국에서 친구들과 했어도 즐거웠겠지.)



하긴 워낙 가족 중심적인 사회이다 보니,

골프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하는 것으로 돌아가는 사회이긴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골프 쫌 치십니까?' 

물으면 여전히 나는

'아이고, 오데 외국인 노동자가 골프를 칩니까?'

라고 말할 정도의 스코어를 가지고 있으며-


골프 보단 역시 배드민턴과 수영이지 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골프 스코어가 안나올 때 보다,

공을 잃어 버렸을 때 멘탈이 더 흔들리고-


버디를 했을 때 보다-

남들이 잃어버린 좋은 공을 주으러 산이고 강이고 들어가서 

그 공을 주웠을 때  더 희열을 

느끼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골프를 칠 때면, 

'오늘은 맥주 몇캔 도시락 싸갈까요?' 

라고 묻고-


더 좋은 클럽을 찾기 보단-

10년 된, 그리고 단종 된-

'맥낄로이의 나이키 아입니까?라고 하며

형광 연두빛 나이키 골프클럽을 들고 다니며


주말에 같이 골프를 치자는 지인의 권유에

골프보단 첫째 재이와 함께 노는게

더 없이 소중하고 더 재밌어-

'아,, 주말엔 제가 쫌 힘들어요' 라고 말하는


골프에 진심이 없는 남자이다. 


골프라운딩 보단 카봇변신로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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