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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물고기 Oct 19. 2023

미국에서 다섯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이주한지 4년이 되어간다.

아들은 두돌이 되기 전에 미국으로 왔는데

이곳 나이로 어느덧 다섯살이 되었다.

오자마자 코로나가 세상에 창궐하여-

아빠와 오롯이 둘이서 하루 종일 생활한 적도 있었고,

또 데이케어에 가서 생김새와 색깔이 다른 

친구들 사이에

적응 못하고 하루종일 엉엉 운 적도 있었지만

녀석은 무럭 무럭 자라고 있다.


참 다행이고, 고마운 점은-

지금까지 어디 한번 크게 아픈적 없이-

크고 있다는 것인데.

아직 병원 입원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는 병원에 간적이

다섯번도 되지 않는다

(물론 미국에선 감기 같은 작은 병으론 

병원에 가지 않는다..)

아무튼 녀석은 언제나 신기하게도,

아프더라도 금요일 학교를 마치고 나면- 아파서,

주말에 푹 쉬면 항상 다 나아-

월요일에 학교를 다시 가곤 하는데,

그런 아이의 모습이 대견 스럽고, 한편으론 또

주말에 축 쳐진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쓰리기도 하다.


여러번 언급 했지만, 동생이 태어난 후로-

아들의 관심사는 온통 동생에게 쏠려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동생을 쓰다듬어 주고-

자기전엔 항상

"재아야, 오빠 잘께. 너도 잘자고, 우리 내일 만나"

하고 인사를 한다. 


가족들의 관심이 온통 동생에게 쏠려-

가끔은 

"아무도 나랑은 놀아주지 않아" 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동생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동생을 만들어(?) 주길

 참 잘했다 생각이 든다.


초콜렛을 좋아하고, 단 걸 엄청 좋아해서-

매일 매일 아빠 엄마와 협상을 하는데-

머리를 굴리는 녀석의 모습을 보면 

머리 굴러 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엄마 아빠 몰래 학교에서 초코 우유를 매일 먹다가,

"재이야, 너 학교에서 초코 우유 먹지?" 라고 물으면

놀래서

"아빠가.. 어떻게 알았어..?"

라고 말하는 녀석의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단걸 단속 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게 계산 문제 푸는 거라며, 

아빠한테 매일 문제를 내달라고 하는데

두 자리수 덧셈 뺄셈을 내서, 몇개를 틀리면

혼자 "다시는 계산 안할꺼야!" 

라며 속상해 하는 녀석을 보며

수학적 머리는 엄마를 닮은게 아닐까 생각한다. 

(성질 내는거 말고)




또 저녁을 먹고 나면 같이 점프 하기, 스쿼드, 발차기

프랭크등- 세트로 묶어 '아빠 운동'을 같이 하는데- 

꺄르르 꺄르르 넘어가는 녀석을 보면-

녀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줘야지 다짐 하게 된다. 


여전히 산책 하는 걸 싫어하는 아이지만,

그래도 같이 걸으러 나가면 5km 정도는 거뜬히 

걷는 녀석을 보며- 아빠 처럼 빨리 달리기 보단-

오래 달리기를 더 잘하는 아이가 될 것 같긴 한데

도중에 몇번이고 쉬어가자는 녀석을 보면 또

근성은 쫌 약한거 같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있을 땐, 영어를 사용하는데

엄마 아빠랑은 아직 한글로 소통한다.

(엄마 아빠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차만 타면, 끊임없이 조잘 조잘 거리는데

요즘은 항상 대쉬보드를 보며-

아빠가 속도 위반을 할라치면, 

"아빠, 스피드리밋 45 인에 아빠 지금 56이야"

라 말하며 우리집 보안관을 자처하고 있다. 


아빠랑 노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또 가장 무서운게 아빠라고 하는데-

그런 녀석에게 조금 더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매일 노력 해야 한다고 다짐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가끔은

벅차 오르는 빡침을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확실한건-

춤과 노래를 나에게 한참 안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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