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오랜만이지

by 부산물고기

아들에게


오랜만에 너에게 이 공간을 통해 편지를 쓴다.

언제가 니가 자라서,

'아빠가 널 키우며 한 생각들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곳이야' 라고 말하며 보여주기 위해,

하나 하나를 적어 가는데 오늘은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미국으로 이주를 해오면서 엄마 아빠는

참 많은 것을 포기했어.

안정적으로 보장된 직장에서의 미래,

또 이제껏 관계를 만들어 왔던 사람들과의 헤어짐.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긴 떨어짐 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엄마가 이 길을 선택한 까닭은

우리 가족의 행복 때문이였어.


너의 행복이 곧 우리 가족의 행복이니-


너의 행복이란 표현 보단,

우리 가족의 행복이란 표현이 맞을꺼야.


아빠는 한국에서 잘 다니던 회사를,

미래가 보장되어 있던 삶을 포기하고-

어느덧 너와 하루종일 붙어 지낸지, 7개월이 되어간다.



오늘 문득 너의 저녁을 준비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선을 유달리 좋아하는 너에게,

한국에서 할머니가 보내주신 가자미를 구워 주는데-

예전에는 항상 너에게 생선을 구워주면-

가시가 듬성 듬성 있었지-


밥을 잘 먹다가도, 가끔씩 나오는 까시에 니가 입으로 발라- 가시를 뱉어 내곤 했는데-

또 아빠도 가시 바르는게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빠- 생선 가시를 참 잘바른다.



오늘도 가자미 가시를 바르는데,

어렵지 않게 몇번의 젓가락 질로 스윽 스윽 발라내,

너의 저녁 밥상을 차리는데 문득

'아 네가 자라는 만큼, 아빠도 아빠로써 자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아빠들은 경험해보지 못할 많은 경험을 해보면서 아빠도 - 생선을 바르는 기술 만큼, 자라고 있는거 같아.



오늘은 니가 처음으로 팬티를 입은 날이기도 하네.

며칠 전부터 계속 대변을 변기에 봤던 너였기에- 오늘은 소변도 변기에 누는걸 습관화 시키기 위해서

팬티를 입혀 줬지.

아침부터 팬티 네벌에 오줌을 싸고, 아빠는 팬티를 빨고-

또 바닥에도 오줌을 싸놓고-


그래도 다행히 오늘 한 네번의 응가는

모두 변기에서 했다.


조금씩 자라고, 조금씩 의사를 표현하고,

조금씩 네 몸을 다루는 너의 모습을 보니

아빠는 바닥을 닦으면서도 미소가 지어진단다.



물론 가만히 서서 언제나 누고 싶을 때 누는 기저귀가

지금은 더 편하겠지만

니가 오늘 한 이런 작은 도전 하나 하나가-

세상으로 발을 띄는 그런 작은 시작일 거야.



그러다 잠든 너의 모습을 보니-

문득 내가 사랑하는 만큼 표현을 다 못해주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연애를 할때도, 내가 네 엄마를 사랑하는 걸- 다 표현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을 했는데-



너를 키울때도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가끔은 아빠 말을 안들어서- 아빠가 고함을 치기도 하고-

맴매 한다며, 뒤집개로 발바닥을 찰싹 찰싹 때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너를 뭐라고 하고 나선-

하루종일, 잠이 들기 전까지 아빠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너에게 미안하기만 하단다.



훈육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아빠도 헷갈린다-

이게 훈육인지, 그냥 너에게 성내는건지-

그래서 미안하고, 또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하는데.


비단 훈육의 문제 뿐 아니라,

그냥 너와 보내는 온전한 하루에-

아빠가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매일 매일 생각하는데-

생각이 행동으로 다 묻어 나질 않는거 같아서

때론 아빠가 참 속상하다.



가끔은 혼자 앞으로 달려나가는 너를 보며

마냥 행복해지기도 하고-

어느새 니가 이렇게 자랐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빠는 항상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아빠와 엄마는 언제나 니가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옆에서 때론 앞에서 너와 함께 갈꺼라고.


쉽지 않겠지만, 아빠와 엄마는 너에게 참 좋은 부모이자,

친구가 되고 싶단다. 아들아.


오늘도 많이 부족한 아빠였지만,

내일 더 노력하는 아빠가 될께.


사랑해.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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