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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린 기록
그래도 잘 자라고 있구나
by
부산물고기
Apr 30. 2020
몇 달 전부터 온통 나의 신경은 아기의 '말'배움
속도에 있었다.
그렇지 않아
도 미국으로 이주를 해온 뒤
모국어를 잊지 않을까
(사실 기억하고 있는 모국어도 없지만)
걱정이
되온터라,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조금 느린
아기에 대한 조바심이 언제나 내 마음을 지배했다.
그렇다고 해서 확연히
언어 배움의 속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엄마, 아빠
가 하는 말을 곧잘 따라 하고,
단어도 열심히 말하였다.
다만 그 나이 또래가 한다는, 혹은 이미 했어야 하는
문장 말하기가
안 되는 것.
그게 참 아빠의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말하는 언어 지연에 대한
해결책을 유튜브 및 여러 글을 통해 접했는데-
말하는 방식이 다를 뿐 결국 결론은
'더 많이 눈 맞추고, 더 많이 말해주는 것' 이였다.
나름 열심히 하루에 책도
한 시간 이상씩
읽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가 보
다 생각하고 열심히,
더 열심히 수다쟁이 아빠가 되어야겠다
다짐을 하였다.
그리고 약 2주 전, 아이가 첫 문장 말하기에 성공을 했다.
'읽어 주세요'
물론 자연스럽게 '읽어 주세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책을 들고 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읽어~~~ 주때여!!!!"
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이후에 아이가 하는 말은 책에서 배운
'아빠 나빠!' / '엄마 나빠!'가 아직은 전부지만
아이의 언어가 잘 늘 수 있도록 아빠는 오늘도 또 노력해서
책을 읽어 줘야지.
그리고 어제부터 아이가 응아를 변기에 누는 방법을 익혀간다.
매번 '아빠가 변기에 응아 하면, 쪼꼬 주지~'
'아빠가 변기에 응아 하면, 트럭 사주지~'
라며 꼬셨지만, 매번 '변기!' '응아!'를 외치며 결국은 기저귀에 쌌는데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 변기에 응아 누기를 성공했다.
말을 하는 것도, 변기에 응아를 누는 것도.
나이가 들면 다 해결될 문제인데
이렇게 조바심이 느껴지는 거 보면-
나는 참 유별난 아빠이고,
한국에서 이 아이와 생활했다면
이 아이는 참 아빠의 등쌀에 못 이기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조금 느린 것도 괜찮아 아가야.
아빠만 속으로 끙끙 앓을게.
겉으로 티 안 내려고 노력할께.
아빠는 항상 노력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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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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