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없는 삶

나는 너의 삶을 기록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by 부산물고기

꼬추를 꽉 움켜쥐고

오줌 오줌을 외치며 달려오는 너.

잘가라 기저귀, 그동안 고마웠다. 다신 보지 말자.


비록 가끔은 화장실 앞에서 싸버리기도 하고

팬티에 몇 방울, 참지 못해 묻히기도 하지만.


기저귀에서 벗어나는 너를 보며,

아빠는 하루하루 커가는 너를 느껴.


기저귀로 부터 자유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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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아이의 첫 노상방뇨

한 달 전쯤부터- 집에서 아이에게

기저귀를 채워주지 않기 시작했다.

응가를 변기에 한지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는 쉬야도 가릴 때가 된 거 같아-

본격적으로 기저귀 없는 삶을 도전하게 된 것이다.



처음 몇 주간 아이에게 쉬야를

변기에 누는 건 참 버거워 보였다.

TV에 정신이 팔려 있다 소파에 쫄쫄쫄 누기도 하고,

힘들어 보였다.


그러다 어느새 소변 텀이 1시간 정도로 늘어나고,

집에서는 꽤나 기저귀 없는 삶에 익숙해진 거 같아-

밖에 나갈 때도- 조심스레 몇 번 도전을 하였는데-

그때마다 팬티에 쫄쫄쫄 쉬야를 쌌던 아이.



'재이야, 쉬야 참으면 아빠가 사탕 줄께'

'이미!!!'

'응?'

'쉬야 쌌어! 오듐 안 참아!'


그랬던 아이여서- 외출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무조건 기저귀를 입혀야만 했다.


그러던 중, 날씨는 더워지고-

배변 습관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하여-

본격적으로 기저귀 없는 삶을 이번 주부터 도전하였는데-


엄마를 회사에 데려다준, 수요일 아침.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갑자기 곧휴를 잡고 뛰어 오더니-

'오듐! 오듐! 오듐!' 이라고 외쳤고,

급한 마음에 놀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뒤로 아이를 데려가

바지와 팬티를 내려 주었다.

'졸졸졸졸--'


드디어 성공. 물론 아직 발사각이랑, 사이즈의 문제로

내 손에도 조금 묻고, 아이의 몸에도 약간 묻었지만-

아이가 첫- 야외 소변을 성공한 날

2020년 7월 15일 WOOD CREEK PARK


무럭무럭 자라줘서 고마워



그 이후로 아이는 외출 때마다 팬티를 입고

외출을 하게 되었고,

소변을 누는 게 재밌는지-

시시 때때로 '오듐! 오듐!' 을 외친다.


말이 느렸던 아이가,

서서히 쓰는 문장과 단어가 많아지고.

20분마다 오듐을 누던 아이가,

이제 서서히 기저귀와 이별을 고하고.

고기를 먹지 않던 아이가 ,

'엄마소 주 때요!"를 외치고.


하루하루 커가고, 하루하루 본인의

세상을 조금씩 더 확장해 나가는

녀석의 모습을 매일매일 옆에서 지켜보며-


오늘도 난 녀석의 삶을 기록에 남기고,

언젠가 녀석이 컸을 때-

너의 역사야.라고 보여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곧휴 쫌 그만만져


또 한 번씩 육아가 지치고 힘들어질 때-

'아, 그래도 나 이때는 아이에게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라며

나를 위로하고, 나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작은 것, 사소한 것 하나하나 잘 기록해 두려고 한다.


난 아이의 삶을 잘 기록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너는 첫 노상방뇨를 했고, 난 아침 10시에 축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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