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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없는 삶
나는 너의 삶을 기록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by
부산물고기
Jul 19. 2020
꼬추를 꽉 움켜쥐고
오줌 오줌을 외치며 달려오는 너.
잘가라 기저귀, 그동안 고마웠다. 다신 보지 말자.
비록 가끔은 화장실 앞에서 싸버리기도 하고
팬티에 몇 방울, 참지 못해 묻히기도 하지만.
기저귀에서 벗어나는 너를 보며,
아빠는 하루하루 커가는 너를 느껴.
기저귀로 부터 자유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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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아이의 첫 노상방뇨
한 달 전쯤부터- 집에서 아이에게
기저귀를 채워주지 않기 시작했다.
응가를 변기에 한지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는 쉬야도 가릴 때가 된 거 같아-
본격적으로 기저귀 없는 삶을 도전하게 된 것이다.
처음 몇 주간 아이에게 쉬야를
변기에 누는 건 참 버거워 보였다.
TV에 정신이 팔려 있다 소파에 쫄쫄쫄 누기도 하고,
힘들어 보였다.
그러다 어느새 소변 텀이 1시간 정도로 늘어나고,
집에서는 꽤나 기저귀 없는 삶에 익숙해진 거 같아-
밖에 나갈 때도- 조심스레 몇 번 도전을 하였는데-
그때마다 팬티에 쫄쫄쫄 쉬야를 쌌던 아이.
'재이야, 쉬야 참으면 아빠가 사탕 줄께'
'이미!!!'
'응?'
'쉬야 쌌어! 오듐 안 참아!'
그랬던 아이여서- 외출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무조건 기저귀를 입혀야만 했다.
그러던 중, 날씨는 더워지고-
배변 습관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하여-
본격적으로 기저귀 없는 삶을 이번 주부터 도전하였는데-
엄마를 회사에 데려다준, 수요일 아침.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갑자기 곧휴를 잡고 뛰어 오더니-
'오듐! 오듐! 오듐!' 이라고 외쳤고,
급한 마음에 놀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뒤로 아이를 데려가
바지와 팬티를 내려 주었다.
'졸졸졸졸--'
드디어 성공. 물론 아직 발사각이랑, 사이즈의 문제로
내 손에도 조금 묻고, 아이의 몸에도 약간 묻었지만-
아이가 첫- 야외 소변을 성공한 날
2020년 7월 15일 WOOD CREEK PARK
무럭무럭 자라줘서 고마워
그 이후로 아이는 외출 때마다 팬티를 입고
외출을 하게 되었고,
소변을 누는 게 재밌는지-
시시 때때로 '오듐! 오듐!' 을 외친다.
말이 느렸던 아이가,
서서히 쓰는 문장과 단어가 많아지고.
20분마다 오듐을 누던 아이가,
이제 서서히 기저귀와 이별을 고하고.
고기를 먹지 않던 아이가 ,
'엄마소 주 때요!"를 외치고.
하루하루 커가고, 하루하루 본인의
세상을 조금씩 더 확장해 나가는
녀석의 모습을 매일매일 옆에서 지켜보며-
오늘도 난 녀석의 삶을 기록에 남기고,
언젠가 녀석이 컸을 때-
너의 역사야.라고 보여줄 수 있는 날을 기다
린다-
곧휴 쫌 그만만져
또 한 번씩 육아가 지치고 힘들어질 때-
'아, 그래도 나 이때는 아이에게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라며
나를 위로하고, 나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작은 것, 사소한 것 하나하나 잘 기록해 두려고 한다.
난 아이의 삶을 잘 기록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너는 첫 노상방뇨를 했고, 난 아침 10시에 축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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