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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네 번째 발꼬락의 점
나는 너와 공감을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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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고기
Jul 16. 2020
나는 너와 공감을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가만히 잠든 너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봐
네 번째 발꼬락에 있는 까만 점도 만져보고
갈비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더듬어도 봐.
귓속은 어떻게 어떻게 생겼나 빤히 들여다도 보고
속눈썹은 몇 가닥인지 세어도 봐.
그러면서 너의 '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심장은 얼마나 이쁠까 상상을 하기도 해.
아빠는 아직도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참 많구나.
아빤 너를 잘 아는 아빠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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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뒤에서 꼭 안고 낮잠을 재운다.
창밖으로 보이는 키 큰 나무, 한 없이 푸른 하늘.
그리고 창으로 들어오는 산들 거리는 바람.
아이의 새근새근 숨소리를 들으며,
아이의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네 번째 발가락의 까만 점이 보이고,
숨을 들여 마시고, 내쉴 때마다 움직이는 갈비뼈도 보이고
입맛을 짭짭 다질 때마다 살펴 시 보이는 이도 보이고
언제 이렇게 이 녀석이 컸나 궁금해하다가도-
사랑하는 아들 하나하나를 다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내가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볼 수 있다면
아이가 아파도 걱정이 없고, 아이의 작은 변화도 눈치챌 수 있을 텐데
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본다.
30개월 가까이 함께 지낸 녀석인데 아직도 녀석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아서 갈수록 욕심이 생긴다.
지금은 비록, 녀석의 겉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녀석의 속은 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해지겠지-
그리고 그런 생각과 느낌을 잘 공유하면-
꽤 괜찮은 파트너가 되겠지.
더 잘 알려고 꼬치꼬치 물을 때-
녀석은 아빠와 이야기를 잘하는 아이가 될까-
아니면 아빠의 물음을 귀찮아하는 아이가 될까-
아니 먼저 나는,
아이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아이의 감정과 느낌을
잘 공감하는 아빠가 될까-
아니면 아이가 열심히 표현해도 나의 이야기, 나의 생각만 말하는
무심한 아빠가 될까-
잠든 아이 곁에 누워,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녀석을 보며.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하고,
아이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상상해 본 어느 낮.
나는 너와 공감을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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