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네 번째 발꼬락의 점

나는 너와 공감을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by 부산물고기

나는 너와 공감을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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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잠든 너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봐

네 번째 발꼬락에 있는 까만 점도 만져보고

갈비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더듬어도 봐.

귓속은 어떻게 어떻게 생겼나 빤히 들여다도 보고

속눈썹은 몇 가닥인지 세어도 봐.


그러면서 너의 '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심장은 얼마나 이쁠까 상상을 하기도 해.


아빠는 아직도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참 많구나.

아빤 너를 잘 아는 아빠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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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뒤에서 꼭 안고 낮잠을 재운다.

창밖으로 보이는 키 큰 나무, 한 없이 푸른 하늘.

그리고 창으로 들어오는 산들 거리는 바람.


아이의 새근새근 숨소리를 들으며,

아이의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네 번째 발가락의 까만 점이 보이고,

숨을 들여 마시고, 내쉴 때마다 움직이는 갈비뼈도 보이고

입맛을 짭짭 다질 때마다 살펴 시 보이는 이도 보이고


언제 이렇게 이 녀석이 컸나 궁금해하다가도-

사랑하는 아들 하나하나를 다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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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볼 수 있다면

아이가 아파도 걱정이 없고, 아이의 작은 변화도 눈치챌 수 있을 텐데

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본다.


30개월 가까이 함께 지낸 녀석인데 아직도 녀석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아서 갈수록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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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록, 녀석의 겉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녀석의 속은 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해지겠지-

그리고 그런 생각과 느낌을 잘 공유하면-

꽤 괜찮은 파트너가 되겠지.


더 잘 알려고 꼬치꼬치 물을 때-

녀석은 아빠와 이야기를 잘하는 아이가 될까-

아니면 아빠의 물음을 귀찮아하는 아이가 될까-


아니 먼저 나는,

아이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아이의 감정과 느낌을

잘 공감하는 아빠가 될까-

아니면 아이가 열심히 표현해도 나의 이야기, 나의 생각만 말하는

무심한 아빠가 될까-


잠든 아이 곁에 누워,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녀석을 보며.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하고,

아이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상상해 본 어느 낮.


나는 너와 공감을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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