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없다

나는 두아이의 아빠가 되고 싶었다

by 부산물고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은

4인 가족이었다.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들 두 명.


아빤 너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항상


혼자 자라나는 것은 아이에게 꽤 외롭고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나 또한 형과 함께 자란 어린 시절이 참 좋았나 보다.

(물론 형의 의견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가정의 모습은 4인이었다.

물론 더 많으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4인보다 적은 수는 상상을 해본 적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 녀석이 입던 옷, 쓰던 장난감들 모두

바리바리 싸들고 이민을 왔다.

다른 육아 용품은 지인들에게 넘겨줄 수 있었지만

우리 아이가 물고 뜯고 즐기던 옷이나

그런 류의 장난감은 줄 수 없으니 둘째가 태어나면 물려줘야지 생각을 했기 때문에.


물론 아내는 둘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나의 강력한 의사 때문에 으응으응으응 하는 정도였지만

사실은 아이를 키우며 꽤 힘들었고,

몸도 꽤 상했고-

여전히 출산의 아픔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뭐 그럼에도 나의 강려크한 주장으로

항상 동조 해주곤 했는데.


(그런 아내의 마음은 외면한채 무조건 둘째!를

외치던 나는, 참 모진 남편이기도 하였구나..)


혼자 놀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나 스스로

꽤 긴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미국에서의 삶과 4인 가족의 삶에 대해서.

나의 커리어와 아내의 커리어.

그리고 첫째 아이의 삶.


그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둘째 아이를 갖는 건 나의 욕심이란 판단이 들었다.



둘째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첫째와의 나이차.

또한 적지 않은 나이에 출산을 하게 될 아내의 건강.

출산으로 인한 미국 내에서의 경력 단절.

그리고 갓난 아기와 함께 하는 아내와 나의 미국 생활.

또 몇 년 간 이어질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감 까지.


생각해보면 내가 둘째를 갖고자 한 가장 큰 이유인

첫째 아이의 행복 또한 불분명하다.


난 녀석이면 충분히 좋은 형 혹은 오빠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녀석의 입장에선 뒤늦게 태어난 동생이

그리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나이 차가 많이 나게 되면 재미도 없겠지.


미안하다, 동생 없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우리 가족은 3인 체제를 유지하기로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막상 3인 체제를 유지하기로 마음먹으니-

첫째의 갓난아기 시절 사진이 더 눈에 들어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아기 옷들이 더 눈에 밟힌다.


그럼에도 더 행복하고, 더 잘살고자-

내린 결정이기에- 이제 3인 가족으로써의 삶에 대해 고민을

계속해봐야 하고, 또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이다.


뭐 어떻게 생각하면-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요즘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가고 싶다 말하는 캠핑을 가지도 못할 것이고,

아내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시기도 엄청 늦춰질 텐데..

오히려 지금 이대로의 미래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제 정말 미국에서 3인 가족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지.


맞아. 내 욕심만.

둘째에 대한 그 욕심만 버리면 간단한 문제인 것이다.


물론 - 난 묶을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여지를 두는 것 또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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