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 오늘도 실패다

아빠는 착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by 부산물고기

아, 오늘도 실패다.


2020년 거의 매일 걷고 있는 산책길


오늘은 너에게 잘해줘야지.

폰은 최대한 안보고 너랑 최대한 눈 마주치고, 이야기 하고

아무리 니가 날 힘들게 해도 짜증 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건만..


오늘도 실패다.



결국 오후 시간이 다되어서 끊임없이

투정부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너에게


'한재이, 이제 입 다물어라. 아빠 머리 아프다'

라고 말해 버렸네.


아빠랑 함께 있는 시간이 누구보다 긴 너의 머릿속에

너의 지금 순간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오늘처럼 너에게 짜증을 부리는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면 아빠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한국의 아이들 처럼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게 더 나았던건 아닐까-


어린이집에 보낼 땐, 절대적으로 부족한 함께하는 시간에

대해서 항상 너에게 미안 했는데,


이렇게 하루종일 같이 붙어 지네다보니-

물리적 시간만 많이 주어진다고 다 좋은건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곤 한다.


그 시간을 아빠가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것처럼 가득

신나고 재미난 일들로-

매워줘야 할 것 같은데,


오늘도 아빠는 실패 하고 말았네.



'입 다물어, 한재이' 라고 말한게 계속 마음에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물론 넌 또 '왜 입다물어?' 라고 되물었지만)


부디, 내일은 너에게 항상 웃어주고,

너의 하루를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줄 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길.


물론 그러려면

네가 잘해야 해. 한재이 임마.



34개월 한재이군 특이 사항


- 매일 하루에 한시간씩은 아빠랑 산에 산보를 간다.

- 산보를 마치면 항상 그날 걸었던 이야기를 10분 정도로

재구성 하여 말해 주어야 한다.

- 그리고 항상 산보 가는 곳에 있는 주차장에

차들이 몇대 있을까 서로 맞추기 놀이를 한다.

- 이제는 아기 젓가락으로 검은콩을 집을 정도로

젓가락질이 익숙해졌다.

- 어렸을 때부터 영상 노출을 잘 안해줘서 그런지

아직 스토리가 있는 영상물에 대한 집중이 짧다

- 그나마 요즘은 '로보카 폴리'에 조금 관심을 보이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지는 알 수 없다.

- 여전히 자동차 장난감, 자동차 영상을 가장 좋아한다.

- 차에서는 주로 자동차 이름 맞추기, 구조대 이름 맞추기,

물고기 이름 맞추기 놀이를 끊임없이 한다.

- 장난감도 퍼즐, 블록 맞추기는 큰 관심이 없다.

- 자동차 장난감외 유일하게 관심 가지는 장난감은

같은 그림 찾기 장난감이다.

- 대소변은 가리지만, 낮잠 시간 및 밤잠 시간엔

기저귀가 필수다.

-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닌거 같다

- 생선에 대한 호감은 떨어졌고,

고기에 대한 호감은 정체기다

- 우엉조림과 검정콩을 주 반찬으로 삼는다

- 여전히 김, 치즈, 계란을 좋아한다.

- 해쉬브라운과 그릭요거트는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먹는다.

- 대화는 통하지만, 뭔가 능동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 엄마가 화를 내면, '누가 이렇게 화가 났지?'

라고 말을 한다.

- 아빠가 화를 내면 까불지 않는다.

- 엄마나, 아빠가 눈을 비비면 걱정 하며,

'눈 비비지 마요. 눈 아파요?' 라고 한다.

- 노래를 시키면 노래 부르는 걸 지독하게 싫어한다.

- 춤에도 소질이 있어 보진 않는다. (실망이군)

- 할로윈 기간에는 할로윈 장식물들에

굉장한 재미를 가졌다.

- 그러나 크리스마스 장식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거 같다.

- 유령, 귀신, 사자, 호랑이, 해골을 무서워한다.

- 산책을 가면 항상 갈대를 들고 다니는걸 좋아한다. (뭔데)

- 낮잠은 2-3시간, 밤잠은 9-10시간 정도 자는 편이다.

- 추워지면 촌놈 처럼 뽈이 빨개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란 말은 식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