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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걸 참는 건, 금연과 같구나

아빠는 금연을 해 낸 아빠인 걸

by 부산물고기



아이와 함께 있으며 항상 다짐하는 건,

아이를 혼낼 때 감정을 넣지 않아야 한다. 이다.

아이에게 훈육을 하되, 그 안에 '화'를 집어 넣거나 기타

감정을 집어 넣지 않고, 엄하게 타일러야 하는데.


매일 매일 다짐한다는 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이 맑은 아이에게 화를 내다니


아이에게 화가 나도, 화를 참는 건

담배가 생각나도, 담배에 손대지 않는 금연과 같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가끔 아이가 나를 화나게 할 때-

불쓱 또, 갑작스레- 화가 나온다.


마치 담배를 잘 참고 있다가, 술 자리에서 한번-

혼자 저녁 무렵 분리수거를 하다가 한번-

바닷가에서 수영을 한 후 한번-

그렇게 갑자기 급 생각나서, 참지 못하는 것처럼 -


아이에게 화를 내는 걸 잘 참다 가도,

갑자기 확- 화가 올라 오곤 한다.




그렇지만 아빠와 하루종일 함께 지내는 작은 아이가

아빠가 굵은 목소리로 화내며 혼낼 때 겪을 공포는

내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클 수가 있다.


또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내가 화를 냈던 장면도

돌이켜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있다.


밥을 조금 안 먹었다고 아이의 성장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TV를 계속 보고 싶어서 팬티에 오줌을 지린다고,

아이가 평생 기저귀를 차고 살 것도 아닌데

난 왜 그렇게 화가 났던 걸까-



그래서 또 아이를 재우고 나면 홀로 다짐을 한다.


결혼 하면서 담배도 끊고, 금연을 한 나인데.

사랑하는 우리 아기에게 '화' 하나 못참을 소냐.

앞으로는 결코 화내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아,

금연과 아이에게 '화'내는 것.에

큰 차이가 있긴 있다.


결혼 후 금연을 하고

종종 아내 몰래 혼자 나가 뻐끔 뻐끔 피는 담배는

참 맛있었고, 그 여운이 오래 갔지만-



아이에게 화를 참다가 한번씩 내면,

그 뒤에는 항상 미안함과 죄책감이 따른다는 것.


그래서 나는 또 아이가 잠든 지금 또 또 또 다짐을 한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아빠가 항상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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