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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란 말은 식상해
아빠도 아빠보다 아직은 아들이 익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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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고기
Dec 2. 2020
곤히 잠든 너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또 훌쩍 자라 버린 거 같은 네 모습에 깜짝 놀란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팔뚝만 한 네가-
내 품에 안겨 있었는데-
어느새 훌쩍 커지고 힘도 쌔져서 이제 함께 목욕을 할 때면
등을 밀어주는 시늉을 하는 네 모습을 보자니.
훌쩍 커버린 너의 모습도 놀랍지만,
나도 아빠가 되어 가는 거 같아서 놀란다.
아빠는 분명 '아빠'라는 존재는 되게
'어른'같은 존재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난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네가 이렇게 훌쩍훌쩍 커버리니 정말 아빠는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어른'이란 단어가 나랑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아빠도 아직 아빠 보단 할아버지의 막내
아들 이
라는 자리가 더 어울리는 거 같은데
이젠 정말 아빠도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아빠도 아빠는 처음이다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다.
우리도 부모는 처음이다.
라는 말은 식상하지만,
아빠는 정말 아직도 아빠가 아빠고,
아빠가 어른이란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너의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그러셨듯
너에게 항상 모범이 되고, 길이 되고, 답을 보여줄 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항상 스스로를 의심한다.
그렇게 되고 싶은데- 아직 아빠는 어른이 되지 않아서 걱정이다.
그래도 노력 하마.
아빠가 어른이 되지 않아도, 너에게 꽤 괜찮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 하마.
그러니 오늘 저녁은 투정 없이 잘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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