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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면 썰매를 들고나갈래요
아빠는 자연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by
부산물고기
Nov 25. 2020
아빠는 네가 지구를 느끼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그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아이.
비가 오면 비를 멍하니 바라보며 혼자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햇살이 밝은 날이면 눈 감고 햇살 그대로를 온 얼굴로 느끼는
그런 아이 말이야.
귀 끝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에 가을이 옴을 느끼고,
코끝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향기에 겨울을 느끼는 그런 아이.
천둥과 번개를 듣고 보면서 꼭 소리와 빛의 전달 속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저 이야- 멋있다. 우와- 무섭다.
그렇게만 느껴도 된단다.
그래서 아빠는 눈이 오면 네가 강아지처럼 행복하게 폴짝폴짝뛰어다녔으면 좋겠다.
콧물이 줄줄줄 흐르고
침이 질질질 흐르더라도
그저 즐겁게 눈밭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자연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호흡을 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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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첫눈이 온 오늘
첫 썰매를 개시. 아빠도 썰매개가 되는 건 처음이라
몇 번이나 넘어지기도 하고, 콧물도 줄줄줄 흘렸지만,
썰매 위에 앉아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아빠를 보던
너의 모습과- 넘어지는 아빠를 보며 즐거워하는 너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너와 나의 2020 첫눈이 오던 날.
아빠는 오늘 생각했다.
앞으로 몇 년 간, 겨울이 오면, 그리고 눈이 오면-
아빠는 너의 썰매개가 되는 걸 피할 수가 없을 거라고.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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