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은 재밌었어요

너의 첫날

by 부산물고기

미국으로 이주한지 1년반이 다되었다.

한국에서 아이는 13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

처음 가는 날부터 한번도 울지 않고, 엄마랑 떨어질 때도

한번도 울지 않았던 아인데.


미국으로 처음와서 갔던 체육관 돌봄 시설에서

아이는 2주 내내 아빠와 떨어지는 시간에 울었다.

일주일간은 울음을 멈추지 않아 30분도 채되지 않아,

아이를 픽업하기 일수였다.


긴 2주가 지나고 나서 어느정도 적응을 하는 거 같아,

한시간 정도 체육관 돌봄 센터를 이용하다-

나의 학교 문제로 아이를 데이케어 센터에 보내게 되었다.

일주일에 300불 가까이 지불을 하면

아이를 여섯시간 맡길 수가 있다.


아이는 두달 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데이케어에 들어갈 때마다 울었다.

실시간으로 CCTV를 확인 하면,

아이는 항상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고-

집에서는 잘자던 낮잠도 거의 자지 않았고,

밥도 먹지 않았다.


아직은 너무나도 낯설어 보였다.


힘내 우리 아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엄마, 아빠도 외국인들 사이에 서는게 두려운데.

생김새도 다르고, 말, 억양 모두 다른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아이가 느꼈을 두려움. 그건 아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크기 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뭘 알겠어?'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놀이터에 가면 흑인 친구들이나 백인 친구들은

무섭다고 이야기 했다.

사람을 색깔로 이야기 하면 안되는거라 몇번이나

가르쳐 이제 색깔로 더는 이야기 하지 않지만-

처음 아이는

"아빠, 검은 친구들은 무서워요" 라고 이야길 했다.


아무튼 그렇게 두달간 우는 아이를 보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가 조금 더 크고, 표현을 할 수 있을 때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두달간의 긴 데이케어 센터 생활을 마치고

내가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 미국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


이제는 아빠도 너랑 떨어져 있는 시간을 연습 해야해


아이는 1년 3개월간 아빠와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

같이 산책 하고, 같이 책 읽고, 같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그러다가 이제 코로나도 조금 진정이 되어,

다시 체육센터 돌봄센터에 아이를 보내기로 하였다.


아이는 또 다시 일주일간 울었다.

이제는 네살이라고 (미국 나이로 세살), 본인 감정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이는 매번

"아빠, 왜 라이프타임은 매일 가야해요?"

(라이프타임이 체육센터이다)

라고 물으며 가기가 싫다고 이야기 했다.


한 달정도 체육센터를 다니다가,

다시 그곳을 그만두게 되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아빠랑만 지내다보니-

아이는 자꾸 같이 있는 아이들을 툭툭 건드리고-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뺏거나, 장난감을 던지곤 했다.


이제는 아이에게 사회성이 많이 필요하게 된거 같아서

이번 여름에 섬머캠프를 등록 하였다.


3살 부터 5살 까지의 아이들이 모여 하루 두시간 반을

함께 시간을 보낸다.

뭔지 모르고 가는 중

첫날, 아이는 울었다.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가니 본인도 따라 들어갔지만,

잠시 후 아빠가 없는 걸 확인하고

아이는 오열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5분 쯤 지나서 울음을 그치고,

혼자 서성이며 놀다가, 다시 두리번 거리더니 울고-

또 다시 놀고를 반복 했다.

혼자 숨어서 지켜보며 나도 함께 울었다.


아이는 썸머캠프의 첫날, 많이 울었다.

차에 타서는 "썸머캠프는 재미가 없어요. 아빠"

라고 이야길 했다.



둘째날, 아이는 응가를 했다.

아빠랑, 엄마가 깜빡 했다. 응가가 마려울 땐 선생님께

'푸푸!' 라고 이야기 해야 한다고 알려줬어야 하는데..

쉬가 마려울 때, '피피'만 알려줘서 였을까.

아니면 긴장을 해서 그랬을까,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선생님은-

아이는 오늘 엄청 잘놀았는데,

수영복에 응가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깨끗히 잘 씻겼고-

어제보다 아이는 덜 울었고,

오늘 아주 잘 놀았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오늘의 등원룩은 아빠가 미안해


오늘, 아이는 재미 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를 내려주러 갔는데, 다른 아이들이 재이를 보자

인사를 해주었다. 아직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아이인데,

아이는 함께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재이가 또 울먹이려 하자 아이보다

조금 큰 아이가 다가오더니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들어갔다.

아이는 형아 손을 잡고 들어갔다.


아이를 조금 일찍 데리러 가서 멀리서 지켜봤다.

아이가 빨리 나가고 싶어, 가방도 내팽겨친체-

문으로 가서 줄을 서자, 뒤에서 조금 큰 누나 한명이 와서

아이의 가방을 챙겨줬다.


아이가 자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선생님 한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가 좋아하는

숫자세기 놀이를 눈마주치며 해주셨다.

다른 선생님들도 오며가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음 같아선 장난감이라도 사주고 싶은 형아, 누나들


모두가 앉았을 때, 아이 혼자 일어나 돌아다니려 하자

형아 한명이 아이 손을 잡고 본인의 옆자리에 아이를 앉혔다.

아이가 나를 보고, 울려고 하자-

누나 한명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내가 아이를 데리러 가자, 다른 형아들과 누나들이

아이에게 '내일 또봐!! 잘가!!' 라고 인사를 했다.

선생님은 오늘 아이는 하나도 울지 않고,

숫자도 세고, 형아들 누나들과 잘 놀았다고 했다.


행복해 보이는 아들


"재이야 섬머캠프 어땠어?"

"아빠! 오늘 썸머캠프가 재밌었어요!"

"뭐가 재밌었어?"

"형아들이랑, 누나들이랑 같이 놀았어요"

"어떤 누나?"

"음.. 흰색 옷을 입었고, 신발은 빨강색이였어요"

"이뻤어?"

"네, 누나가 너무 이뻤어요"



아이가 울때도 뒤에 숨어서 몰래 울었는데-

아이가 웃을 때도, 나는 눈물이 났다.

아이를 챙겨주는 형아, 누나들이 고마웠다.


아이도 얼마나 힘들까, 하루종일 아빠랑만 있다가

갑자기 엄마 , 아빠랑 떨어져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겁이 날까-


그래도 조금씩 아이는 적응을 한다.

어쨋든 아이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였고,

또 부딪혀야 할 일이였다.


오늘 처음으로 아이가 엄마와 아빠와 떨어져 있는

곳에가서

"재밌었어요"

라고 이야길 했다.


나는 아이가 낮잠을 든 지금 아내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해줬다.

아내와 나는,회사에서 집에서

또 둘이 따로, 함께

울컥했다.


재이야, 엄마 아빠는

우리 재이가 참 자랑스러워.

아빠,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우리 가족은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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