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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성 Jan 13. 2020

<디자인씽킹노트 : 매일기획>03.배달의 배달의 배달

배달시장 급성장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 배달문화의 개선

    부산의 교통은 삼엄하기로 유명하다. 부산에서 운전 좀 한다고 하면 '글로벌 드라이버'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꼬물꼬물 이어진 좁디 좁은 산복도로며 골목길에 수 많은 일방통행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운전자들을 헤집고 사고율 제로의 운전경력이 있다면 그야말로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운전'은 누워 떡먹기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부산에서 운전하기를 꺼려하게 만드는 다양한 조건 중 꽤 큰 퍼센테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배달의 민족'을 자처하는 우리네 배달부들일 것이다.


아오 C-앙


     일반시민이며 출퇴근 운전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치달리는 택시와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평소 뱉지도 않는 욕을 내뱉는다. 위험천만한 운전으로 앞, 뒤, 좌, 우  가리지 않고 예고도 없이 나타나는 그들의 차체를 보면 기겁을 하고야 만다. 그렇다고 해서 천천히 운전 좀 하라, 운전 좀 똑바로 하라고 조언을 던질 여유도 없거니와 특별한 제도적 장치로 행위를 제약할 방법도 마땅치않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바로 운전을 하는 운전자 그 자체의 인식개선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 올 해 초부터 '배달통' 중·서구 지점 업체와 배달과 여행을 융합하는 서비스를기획하며 몇 명의 배달부들을 만난 적이 있다. 비록 엎어진 기획이긴 했지만 부산 지역의 호텔들과 협력하여 부산만의 이색 배달 피크닉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이템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만난 배달통 산하의 배달부들은 아주 순박한 청년들이었다.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며, 삶의 터전에서 최선을 다하는 부산의 시민이었다.


    진짜 '난폭운전'이라 할만한 오토바이 눕혀타기(?), 드리프트(?) 등을 자행하는 친구들은 보통 20대 초반의 교육을 아직 제대로 받지 않은 배달부들이라고 했고, 대체로 교육 이수자들은 그런 행위예술(?)적인 운전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배달부들은 보통 일용직 노동자들이라 일당을 채우기 위해 숨가쁜 운전 곡예를 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고 한다. 삶의 터전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인 택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배달 1건 당 받는 커미션이 3,000원-5,000원이라고 했을 때 쉬엄쉬엄 움직이기에는 경쟁이 워낙 치열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공감이 되는 동시에 그렇다고 해서 달리는 차들을 순식간에 앞질러 가는 오토바이 운전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도 안 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어운전의 시작은 나부터
배달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 모여라 배달의 민족 <배달의 배달의 배달>

    난폭운전을 규제하는 방법은 사실 강력한 규제도, 누군가의 잔소리도 아니다. 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의식이 중요하다. '먹고 사는 일'이라는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 하에 난폭운전 따위는 합리화 되기 쉽다.

먹고사는 일을 넘어서 난폭운전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에 끝에는 '직업정신'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배달이라는 내 일의 가치와 재미를 자각하는 것. 그래서 한 번의 사고가 만들어 낼 결과물들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지는 것. 그것이 근본적으로 배달부들의 '난폭운전'을 규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의 배달의 배달>은 배달부 커뮤니티로서 '재미'를 우선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배달 경력에 따라 '선배 드라이버', '후배 드라이버'를 구분 짓고, 세부적으로 라포형성-메인프로그램-레크레이션 등으로 진행되는 데 본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에 '배달'을 하는 행위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부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는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는 일에 대한 직업윤리에 대한 기준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배달부가 뽑은 최고의 맛집>

<선배 드라이버의 성공기>

<베스트 드라이버 선발대회>

<베스트 커스터머 스토리텔링>


배달부가 뽑은 최고의 맛집

    배달부가 뽑은 최고의 맛집은 '라포형성'의 단계이다. 각 자가 배달하는 주요 맛집들의 '맛', '사장님의 인성', '가게의 스타성' 등을 기준으로 최고의 배달맛집을 뽑아 공유하고,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를 진행한다.

* 포트럭 파티 : 미국과 유럽에서 보편화된 행사로 초대받은 사람이 1-2가지의 음식을 준비해 모이는 파티를 말한다.



선배 드라이버의 성공기

    사실 배달부들이 가장 필요로한 내용은 배달부 그 이후의 인생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배달부'라는 직업은 아직 직업적인 가치를 고착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있고, 분명 배달부 삶의 다음을 기약하는 배달부들이 많을 것이다. 배달부로 시작하여 배달부로서나 혹은 제2의 삶으로 성공한 선배 드라이버의 이야기는 분명 배달부들에게 여러가지 영감Inspiration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 드라이버 선발대회

    배달부로서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배달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을 말하고, 참가자 1인 1투표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최고의 드라이버를 뽑는 과정이다. 최고의 드라이버에게는 이 달의 드라이버로서 벳지와 황금 헬맷(?)이 제공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베스트 커스터머 스토리텔링

    배달을 하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최악의 진상 손님이 있는가 하면, 세상에 아직도 이런 사람이 남았는가라는 의문이 들만큼 가슴 먹먹하고 따스한 사람들도 있다. 배달 중 만나게 된 최고의 고객을 뽑아 본 모임에서 모인 무언가로 선물을 제공하면 어떨까. 배달부들에 대한 고객 관점의 인식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확실히 기획을 할 때 관점과 입장차이는 중요하다. 보통 기획자가 흔히 하는 실수가 '내 기획'은 최고야. 짱이야. 아무런 문제도 없어. 라는 생각에서 부터 시작된다. 나 역시, 일반 운전자의 입장에서 배달부들을 욕할 때에는 그들의 잘못만이 보였지만, 실제로 만나 들어본 배달부들의 현장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고, 그러자 기획의 프레임이 변했다. 배달부들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반성'하게 만드는 형태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칭찬'해주며 스스로 배우게 하는 쪽으로 말이다.




교육, 솔루션, 마케팅, 축제, 부동산(공간), 이벤트, 캠페인, 전시, 출판, 커뮤니티 등

그저 떠오르고 하고 싶은 무언가를 간단한 형태의 프로젝트 기획으로 만들어 공유합니다.

매일기획 프로젝트로 기획된 기획은 실행이 될 수도 실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가상기획임을 알려드립니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jnism

인스타그램 : @wmom_o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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