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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11. 2020

기업의 영혼없는 이모티콘 남발은 '독' 된다

옷차림 뿐만 아니라 이모티콘 사용에도 중요한 TPO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최근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메신저 소통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대화 방식도 알림 내용만 딱딱하게 보내던 예전과는 다르다. 기업 챗봇이 이용자에게 유행어나 이모티콘 등을 보낸다. 친근하게 보이기 위해서다.


정말 이게 효과가 있을까. 이용자는 이러한 메시지를 친근하다고 여길까, 아니면 거부감을 느끼게 될까.


여기 기업 챗봇에서 보낸 이모티콘이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연구한 논문이 있다.


결과가 흥미롭다. 동일한 이모티콘 사용이 어떤 상황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다른 어떤 상황에는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고.


이모티콘을 어떻게 이용하는 게 최선일까. DBR 285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기업의 이모티콘 사용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경우


도미노 피자는 피자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 출처 도미노 피자 트위터


도미노피자는 기업이 이모티콘을 활용해 고객과 소통하는 대표적 사례다. 도미노피자는 고객들이 도미노피자의 트위터 계정에 피자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캠페인은 이모티콘을 활용한 광고 캠페인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으며 2015년 칸 광고제에서 'Titanium Grand Prix(티타니움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논문 <트위터에서 기업의 이모티콘 사용이 소비자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기업이 SNS에서 이모티콘을 활용할 경우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소비자들은 높은 상호작용성과 실재감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이모티콘의 효과에 관한 연구(Huang et al.,2008)에 따르면 이모티콘의 사용은 온라인에서 말하는 이의 제스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메세지를 보다 풍부하게 표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상호작용을 전달한다고 한다.


실재감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한다는 느낌이나 상대방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모티콘 사용은 같은 장소에 함께 하지 않더라도 대화의 맥락 안에서 함께 있는 듯 느끼도록 돕는다. 사용자가 높은 정도의 실재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이렇게 지각된 상호작용성과 실재감은 브랜드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 경험은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소비자의 총체적인 심리적 반응을 가리킨다. 상호작용과 브랜드 경험 간의 관계는 트위터 같은 SNS에서 특히 중요해진다. SNS는 전통적 미디어 환경과는 달리 기업과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도미노피자의 마케팅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소비자들은 다른 피자 브랜드에선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경험을 했다.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만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선사했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진행한 사례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전문성을 보여야 할 때 이모티콘 사용하면 '역효과' 발생


반면 기업의 이모티콘 사용이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


홍콩침례대와 홍콩대 공동 연구진은 이모티콘이 디지털 상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는 실험과 실제 온라인 쇼핑 상황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이용한 필드 연구를 병행해 실시했다. 먼저 소비자들이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기업의 판매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는지 살펴봤다.


소비자가 판매원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는 크게 '따뜻함'과 '능숙함' 두 가지로 나뉜다. 따뜻함은 판매원이 얼마나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지, 능숙함은 판매원이 얼마나 전문적으로 보이고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전달하는지를 의미한다.


웃는 이모티콘을 기업 내에서 사용할 때 유능해보이는 정도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첫 번째 실험 연구는 판매원이 이메일을 통해 텍스트 기반의 문자 이모티콘이나 그림 이모티콘을 사용한 상황을 설정했다. 이때 소비자들은 해당 판매원들이 더 인간적이고 친절하다고 느꼈다.


반면 판매원의 능숙함 정도를 인식하는 데는 부정적 영향을 줬다.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판매원이 이모티콘을 사용할수록 판매원이 덜 전문적으로 보이고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연구자들은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모티콘의 결과가 상반되게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관계를 공동체적인 관점을 갖고 평가하느냐, 거래적인 규범의 관점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후속 연구에서 판매원과의 관계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소비자일수록 판매원이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흥미로운 것은 소비자가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 판매원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경우 판매자의 이모티콘 사용이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결과다. 이때 소비자들은 기업 판매자의 따뜻함보다 해당 문제를 빠르게 잘 처리하는 능숙함 정도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반면 판매원이 본인의 역할 이상으로 적극성을 띠고 소비자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땐 이모티콘 사용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상황과 장소에 '핏'되는 언어 사용이 중요


기업들은 보통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표준어와 같은 공식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이모티콘 사용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로 제한된다.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상황과 장소에 '핏'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실험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고객이 어떤 직원을 요구하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객이 친근한 직원을 원하는지, 전문적 이미지를 통해 신뢰감을 형성한 직원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이모티콘 사용의 여부를 조절해야 한다. 고객이 어떤 문제 상황에 놓였고, 어떤 해결을 원하는지 빠르게 파악해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옷차림만이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모티콘 사용 역시 TPO에 맞게 해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5호

필자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 이 기사는 유은아. 최지은 저자의 <트위터에서 기업의 이모티콘 사용이 소비자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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