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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12. 2020

팀장님이랑 말하기 싫어요..

'불통 리더십'에 관하여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피 한 방울로 수 백 가지 질병을 알 수 있어요.”


출처 포브스 트위터


실리콘밸리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생체 기술 스타트업 업체 테라노스(Theranos)는 가정에서 간편히 사용할 수 있는 질병 진단기기 ‘에디슨’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은 열광했고, 엄청난 투자를 받으면서 테라노스는 9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이 엄청난 기술 혁신이 새빨간 사기극으로 드러난 건 한순간이었다.


실제  ‘에디슨’으로는 15가지의 질병 밖에 분석하지 못했고, 나머지 검사는 타사 기기를 이용해야 했다. 테라노스는 완전히 문을 닫았고  최연소 여자 백만장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테라노스는 왜 그토록 허무하게 몰락했을까?


문제는 내부적으로는 이미 기술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감히’ 말을 꺼낼 수 없는 사내 분위기였다. 팀원들이 입을 열지 못하고 '논의 해야만 하는 사안'을 묵혀두게 되면 이는 '논의할 수 없는 사안(undiscussables)' 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갈등, 당혹감 등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이 발전하는 데 필요한 질문, 자극과 마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DBR 288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테라노스의 몰락을 자초한 불통의 리더십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테라노스의  엔지니어 애런 무어(Aaron Moore)는 회사의 혈액 검사기 시제품을 조롱하는 광고를 하나 만들었다. 동료들을 대상으로  장난삼아 만든 이 광고에서 그는 해당 제품을 ‘대체로 실용적인’ 제품이라고 묘사하면서 테라노스의 여러 ‘혈액 채취 용품’ 사이에  거머리를 풀어 놓았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의 장난은 단지 장난이 아니었다. 당시 회사에서 금기시됐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테라노스의 검사기는 효과가 없었고, 회사의 경영진은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무어의 행동은 테라노스라는 회사에서 ‘논의할 수 없었던 사안들’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테라노스의 CEO였던 엘리자베스 홈즈와 최고 경영진은 회사 엔지니어들까지 뻔히 알고 있었던 문제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무어가 자신이 품은 의혹을 상사와 공유하지 않은 채 익명의 풍자 광고를 통해 표현했다는 점이다.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즈Ⅰ출처 IT동아


홈즈는  이 광고에 대해 알게 되자 곧장 범인 색출에 들어갔다. 제품의 문제는 조직 내에서 '논의할 수 없는' 성역이 됐다.  테라노스에서는 두려움과 부정의 문화가 조성됐다. 제품 관련한 생산적 논쟁이 촉발될 리 없었다. 몇 달간 질책에 시달리던 무어는  결국 환멸과 좌절을 느낀 채 회사를 떠났다.


결국 홈즈가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테라노스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기업 가치 9조원으로 평가받던 스타트업의 몰락이었다.


테라노스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근본 원인인 ‘조직 내에서 논의할 수 없는 사안’은 우리 주변과 조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다. 점심시간에 차 한잔하면서 껄끄러운 사안을 터놓고 논의할 기회는 점점 줄고 있다.



팀장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직장인 A씨는 상사와 대화 중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했을 때, 따로 불려나가 '표정관리'를 하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았다" 며 이후에는 의견이 맞지 않아도 따로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가 비단 A씨에게만 있는 일은 아닐 터다.


생각하는 것을 '감히' 말할 수 없는 문화 속에서는 결과적으로 '논의할 수 없는 사안'이 생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질문, 제안, 비판을 자기 검열하면서 사람들은 그런 사안을 절대 공론화하지 않는다.


테라노스에서 무어 역시 혈액 검사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직장 내에서 말하지 못한 것이다.


출처 flickr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에버21(Forever 21) 역시 '포에버 21 신화' 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결국 파산했다. 파산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는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상호작용의 부족은 매장 단계에서부터의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등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후기가 많았다.


출처 잡코리아


결국,  소통의 문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2.1%가 '직장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답한 비율은  7.9%에 그쳤다.


사람들은 어떤 말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두려움을 느끼면 침묵한다. 대화의 대상이 상급자인 경우에 이런 두려움은 배가 된다.


하버드대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권력의 무게는 심리적 안전성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벽이다.


힘과 지위의 차이가 크면 팀원들은 본인이 겪고 있는 문제나 걱정거리가 리더에게는 업무 방해 요소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치부될 것이라 여긴다. 이 경우 이슈를 제기하려는 의욕이 꺾이게 된다.



리더가 변해야 팀이 변한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대부분의 조직은 논의할 수 없는 사안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왔다. 한 번에 모든 걸 고칠 수는 없다. 리더의 주도하에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성공적인 소통 촉발 사례를 알아보자. 한 글로벌 정보회사의 호주 법인에 새로 취임했던 신임 CEO 얘기다. 그에게는 조직의 강력한 변화와 더불어 리더십 팀의 솔직한 의견과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회의 때마다 임원들은 경계하는 태도로 조심스럽게 의견을 교환하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동의를 표해놓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비난하기 바빴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그는 몇 가지 방법을 택했다. 먼저, 임원들에게 자신의 관리 방식과 의도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적어서 익명으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인사부 주관으로 임원들 간의 솔직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CEO 본인은 참석하지 않아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녀가 참석하는 회의에서 임원들이 어떤 제안에 반박하지 않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을 것 같은데요. 흠... 제가 회의실을 잠깐 나갔다 올까요?
제가 돌아왔을 때는 여러분이 하나의 팀으로서 걱정하는 내용들을 공유해 줬으면 합니다.”


CEO가 건설적인 반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것을 임원들이 깨달으면서 그녀는 더 이상 회의실을 나가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새로운 기대와 프로세스가 정착되자 호주 법인 회의의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CEO는 자신이 지시한 변화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했고, 개인과 집단 차원에서 조직 발전이 가속화됐다.



터놓고 논의할 수 없는 사안들을 표면화하고 제거하는 일은 한 번에 할 수 있는 미션이 아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다른 논의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계속 쌓아둔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회사와 사업에 대해 생각하던 것들을 터놓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쉬쉬해왔던 문제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다 건강한 조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8호


필자 진카 토겔(Ginka Toegel) 스위스 로잔 IMD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교수

장-루이 바르수(Jean - Louis Barasoux) IMD 수석연구원

번역 김성아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가을 호에 실린 "It's Time to Tackle Your Team's Undiscussables'를 번역한 것입니다.


인터비즈 조지윤 고승연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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