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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21. 2020

어느새 하반기, 잃어버린 초심 되돌릴 '이것'은?

초심을 잃지 않을 방법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벌써 6월이다. 2020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새해에 빼곡하게 세웠던 계획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올해 만큼은 초심(初心)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초심을 지키는 게 왜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조선의 왕 중종도 같은 고민을 했는지 1507년(중종2년) 과거시험에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에 당시 과거 급제자 권벌은 구방심(求放心)을 답했다. DBR 297호에 소개된 기사를 통해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보자.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하리라..?


시근종태 인지상정(始勤終怠 人之常情)


처음에는 근면하다가도 나중에는 게을러지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굳게 결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해버렸던 일. 잘해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만뒀던 일.


원인이야 다양하다. 나태함 때문일 수도 있고, 자만이나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초심이 흔들린 탓이다. 1507년(중종 2년) 증광시(增廣試)*에서 왕은 바로 이 문제를 물었다.


“예전에 『시경』 ‘대아’편을 읽어봤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착하지 않은 이가 없으나 끝까지 착한 이는 드물다.’ 임금이라면 누구나 처음부터 마칠 때까지 잘하고 싶을 터이다. 그러나 처음 시작은 잘했더라도 반드시 끝을 잘 맺는 것이 아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왼) 당 태종 (오) 당 현종 l 출처 : 위키피디아


폭군이나 무능한 군주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똑똑한 군주들, 그래서 초반에는 훌륭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도 뒤로 갈수록 흐트러지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종은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 “당 태종과 현종은 각각 정관(貞觀)과 개원(開元) 연간에 나라를 잘 다스려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태종은 점차 열 가지 폐단이 드러났고 현종은 천보(天寶)의 환란을 초래했다. 이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당나라 태종과 현종은 역사에 ‘정관지치(貞觀之治)’, ‘개원지치(開元之治)’라고 기록되는 번영기를 이룩했다.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으며, 좋은 인재들을 대거 등용했고, 민생을 안정시켰다. 그런데 후반기에 가서는 여러 과오를 범했으며 현종 같은 경우에는 나라를 큰 혼란에 빠트렸다. 왜 그렇게 돼버렸나는 물음이다.


*증광시 : 조선시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식년시 이외에 실시된 임시과거.



사방팔방 움직이는 마음을 붙잡아.. 중도(中道)로 나아가야


중종의 물음에 권벌(權橃, 1478∼1548)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공자께서 ‘붙잡으면 간직할 수 있으나 놓치면 없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마다 마음을 붙잡고 놓는 것이 한결같지 않지만 선과 악이 모두 여기서 갈린다. 마음을 붙잡았기에 시작은 잘할 수 있지만 그 마음을 잃어버리면 끝맺음을 잘할 수가 없다.”



권벌이 인용한 공자의 말은 『맹자』에 나오는데, 여기서 맹자는 놓쳐버린 마음을 잡으라는 뜻의 ‘구방심(求放心)’을 강조했다.


마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놓아져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니 항상 꼭 붙잡고 있어야 하고, 혹시라도 잃어버렸다면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일상에서 자주 마음을 놓친다. 회의 중에도 ‘오늘 점심에 뭐 먹지?’ ‘아, 오늘 카드 결제일인데’ 하는 생각들로 마음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사람의 마음은 욕망의 영향을 받는다. 권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찍이 순(舜)임금께서 우(禹)임금에게 양위하면서 ‘인심(人心)은 위태롭고 도심(道心)은 은미하다. 정성스럽고 한결같게 중도(中道)를 잡아야 한다’ 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인심은 사사로운 감정을 따르고 욕망을 좇기 쉬운 반면 공공의 도리를 추구하기 어렵습니다. 도심은 도리에 입각한 마음이지만 어두워지기 쉽고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유학(儒學)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인심과 도심, 두 가지로 구분해 부른다. 인간에게 두 개의 마음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기질(氣質), 즉 신체의 영향을 받는 측면인 인심과 순수하고 선한 본성의 측면인 도심, 이렇게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도심은 선하지만 인심은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인심은 욕구나 감정과 직결돼 있어서다. 욕구를 다스리고 감정을 잘 제어하면 선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악으로 흐르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희로애락(喜怒哀樂)과 같은 감정, 힘이나 명예, 재물, 편안함에 대한 욕망이 없을 수 없고 또 그것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를 잘 다스려 올바르게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인간의 욕망은 매우 강력해서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을 위태롭게 만든다. 한번 욕망을 극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은 언제고 싹트고 샘솟는 것이기 때문에 순임금의 말처럼 정성스럽고 한결같이 노력해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도’인 ‘중도(中道)’를 향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이내 욕망 앞에 패배하고 말 것이다. 당 태종과 현종의 실패도 결국은 이 욕망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귀에 '쓴 말'이 마음에는 이롭다


중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임금은 더더욱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막강한 권력이 있는 데다가 법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서다. 문제는 혼자 힘으로 마음을 다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순임금은 과오를 범하지 않았는데도 백익(伯益)의 훈계에 귀 기울였고
주 무왕은 위대한 업적을 이뤘어도 태공(太公, 강태공)이 바친 단서(丹書)를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권벌은 신하의 ‘간언’과 임금의 ‘경청’을 강조했다. 실수나 잘못은 위태로울 때보다는 편안할 때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간언을 일부러라도 들으며 스스로 반성하는 태도를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임금은 언제나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임금 한 사람이 나라의 모든 일에 능통할 수는 없기에 반드시 다른 이들의 조언을 듣고 지혜를 빌려야 한다. 경청은 편견을 극복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처음 궁예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왕이 됐지만 점점 독선과 독재로 일관했다. 간언을 무시하고 감언이설만 받아들인 결과, 궁예는 왕좌에서 끌어내려졌다. l 출처 : 채널 A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를 돌아보면 그러지 못한 군주들이 많았다. 모든 사람이 떠받들어주고 임금의 말이라면 예예 하며 복종해 자신이 대단한 줄 착각하기 쉽다. 지위가 높다고 해서 지혜가 가장 뛰어난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못하다고 여긴다.


일정한 성공을 거두고 업적을 이룬 군주일수록 증세는 더욱 심각해진다. 내 경험을 과신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태종과 현종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한다. 첫 출근을 할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때부터 게으른 사람은 없다. 남들이 놀랄 만큼 잘해보겠다고, 꼭 성공하고 좋은 결과를 거두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다 점차 타성에 젖어 들고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초심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에서는 성과급을 주고 승진과 연봉 인상으로 동기를 부여한다. 징계 절차를 마련해 긴장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내 마음의 방종을 막기 어렵다. 마음을 한결같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성찰하고 반성하는 노력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이 병행돼야 한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야 비로소 처음의 시작도 잘하고 끝맺음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97호

필자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인터비즈 조지윤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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