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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31. 2020

1200억 잃을 수 있지만 4900억 벌 수 있다면?

기업 임원들이 '리스크 회피 성향'을 가지는 이유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경영학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해서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한 번의 실패로 기업이 무너질 정도만 아니라면 투자 규모가 커도 괜찮다. 상당한 비율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다른 투자의 성공으로 만회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현실의 기업 임원들은 리스크가 따르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싫어하고 승인하기도 꺼린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묵살하고 미미한 개선이나 비용절감, 그리고 안전한 투자를 선호한다. 이런 경향은 오래전부터 연구돼왔다. 대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HBR 기사에서는 리스크 회피 성향으로 인해 경영자들이 얼머나 많은 기회를 놓치는지,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1억 달러 손실 vs 4억 달러 이익... 관리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리스크를 감수할까?

* 5월 14일 기준 USD 환율은 1,227 \ = 1 USD 이다. (1억 달러 = 약 1200억 원, 4억 달러 = 약 4900억 원)

 

인간은 자신들의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이익보다 잠재적 손실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이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1979년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이 개념을 기업 실무의 전면으로 끄집어냈다. 이 행동경제학 연구 덕분에 카너먼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너먼 이후에도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손실회피 경향에 대한 많은 것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실험을 보자. 2012년 맥킨지가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에서는 1500명의 관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당신은 1억 달러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 투자는 현재 가치로 3년간 4억 달러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 첫해에 전체 투자액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당신은 이 투자가 실패할 확률이 몇 % 이하라면 감수하겠는가?

 

리스크 중립적인 사람이라면 실패 가능성이 75% 이하, 성공 가능성이 25% 이상이라면 괜찮다고 볼 것이다. 4억 달러의 25%는 1억 달러다. 투자금이 1억 달러이므로, 성공 가능성이 25%일 때 전체적인 기댓값은 0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문 응답자들은 극도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보였다. 평균적으로 이들은 75%보다 훨씬 낮은 18%의 실패율까지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실패율이 40% 이상이라도 괜찮다고 한 사람은 9%에 불과했다.

 

더 나아가, 투자규모를 바꿔도 손실회피 성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초기 투자금액을 1억 달러가 아니라 1000만 달러라고 하고 발생 가능 이익 역시 4000만 달러로 조정했을 때에도, 관리자들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웠다.

 

평균적으로 응답자들은 손실 가능성이 19%를 초과하는 경우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실패율이 40% 이상이라도 괜찮다고 한 사람은 9%에 그쳤다.

 

 

CEO와 중간관리자의 '다른' 리스크 성향, 기업 실적 발목 잡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제학이론상, 투자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거나 파산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리스크 중립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각각의 프로젝트가 일정 부분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해도, 의사결정권자는 목적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켜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순수한 의미의 리스크 중립 실현은 CEO에게조차 비현실적 과제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투자가 아니라면 CEO는 상대적으로 리스크 중립적인 성향이 있다.

 

대부분의 CEO들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의 전체 리스크가 각 프로젝트의 리스크 평균보다 낮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CEO의 성향과 달리 중간 관리자들이 리스크를 회피하기 때문에, 기업은 현명한 투자기회를 번번이 포기하게 된다.

 

한 기업이 20개의 상품군을 가지고 있는데, 각 상품군에 대해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투자로 각 상품당 3000만 달러의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50%, 1000만 달러 전체를 잃을 가능성이 50%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각 투자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상되는 투자 가치가 긍정적인데도 부서장은 일반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투자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50%의 리스크와 1000만 달러 손실의 고통을 감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다. 각 투자 프로젝트간에 상관관계가 없고 이들의 성공확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한다면, 기업이 1원이라도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약 6%)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이익 가능성을 보면 2억 달러의 투자금을 빼고도 1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은 41%다. 4000만 달러 이상의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은 무려 75%다.

 

그렇다면, 관리자들이 리스크를 회피해서 놓치는 돈은 대체 얼마인가? 한 기업의 적정한 리스크 수준이 모든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CEO의 리스크 성향 수준이라고 생각해보자.

 

CEO가 하고 싶어하는 선택과 관리자들이 실제 하는 선택이 창출하는 이익의 차이가 이 기업이 놓치고 있는 돈이다. 이것을 세금에 비유해서 ‘리스크 회피세’ 혹은 ‘RAT(Risk Aversion Tax)’라고 부른다. 기업의 RAT는 CEO와 다양한 직급관리자들의 리스크 허용수준(risk tolerance)을 묻는 설문조사를 통해 손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일례로, 한 회사가 한 해 동안 진행한 모든 투자들을 평가한 결과 RAT가 30%라고 가정해보자. 이 의미는 무엇일까? 이 회사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RAT만 없애도 실적을 거의 3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새로운 기회들을 개발할 필요도 없고,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경영진을 개편할 필요가 없다. 직급관리자들의 낮은 리스크 허용수준이 아니라 CEO의 리스크 허용수준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에서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래의 3가지 전략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리스크 따르는 결정... '모아서 한번에', '상관관계 적은 프로젝트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프로젝트들을 모두 모아서 종합적인 가치와 리스크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만든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주어진 사업 기회들을 가지고 리스크는 가장 적으면서도 타깃 수익률은 맞출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한 회사에 5개의 사업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업부마다 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가 각 10개씩 있다. 총 프로젝트 수는 50개다. 각 부서가 프로젝트를 10개씩 제안하면서 상세 리스크 평가 및 다양한 발생 가능한 결과들을 보고한다.

 

그리고 나서, 리스크는 감안하지 않은 예상이익만을 기준으로 기업 전체 프로젝트의 순위를 일등부터 꼴찌까지 정한다. 가장 많은 이익창출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부터, 즉 일등부터 차례대로 승인하고 필요한 투자금액을 합산한다. 허용 가능한 최대 투자지출액에 도달하면, 소속 부서와 관계없이 나머지 프로젝트들은 모두 거절한다.

 

다음으로, 직원들은 승인된 프로젝트들의 전체 리스크 프로파일을 검토한다. 프로젝트 리스크 유형이 서로간에 상관관계가 없다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는 대부분의 개별 프로젝트 리스크보다 낮아진다.

 

일부 프로젝트의 리스크들이 상관관계가 있어서 포트폴리오의 전체 리스크가 높아지면, 나머지 프로젝트 중에서 상관관계가 적은 프로젝트들로 교체하면 된다.

 

 

두 번째) 리스크 평가하려면 '시나리오 4~5개' 검토 필요, 프로젝트 추진자는 제외해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리스크 평가를 명확하게 하는 프로젝트 팀은 거의 없다. 프로젝트 팀은 일반적으로 현금흐름 전망치를 토대로 경영진에게 보고한다

 

낙관적 및 비관적 시나리오를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과도하게 극단적인 내용은 빼고, 이익도 기본 시나리오에 가깝게 전망한다. 경영진에게 프로젝트 추진하겠다고 설득하는 게 목표고, 리스크를 너무 상세히 이야기하면 두려움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잘 이해하려면 시나리오를 4개 혹은 5개까지 검토하는 것이 좋다.

 

기본(일반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시나리오와 낙관적 혹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함께 보고하는 관행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기본 시나리오가 자동적으로 실현되거나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너무나 쉽게 믿어버리고 다른 시나리오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짝수로 만드는 것도 좋다. 중간 시나리오를 기본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리스크 평가의 첫 단계는 각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추정하는 것이다. 임원들은 발생 가능성 추정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확하거나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관적인 추정치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서 추정의 정확도가 더욱 향상된다.

 

특히 다수의 임원들, 프로젝트를 지지하지 않는 임원들이 발생 가능성을 추정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프로젝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걸려있는 것이 적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수의 임원들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면 결과값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서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절대 프로젝트 추진자가 발생 가능성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재앙을 부르는 방법이다.

 

 

세 번째) "프로젝트 승인 시 결과 상관없이 보상하라"... '결정'과 '실행' 영역 철저히 분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 단계는 독창적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직원 개인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일단 경영진에게 프로젝트 진행을 승인받은 사람들은 보상하는 것이다.

 

좀 더 복잡하지만 더 바람직한 방법은 프로젝트 추진 결정과 프로젝트 실행을 각각 분리해 평가하는 것이다.

 

공장을 하나 새로 지었는데, 예상보다 제품 수요가 적어서 적정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보자.

 

이 실패의 원인은 공장건설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 리더의 건설 오류로 인해 비용이 증가해서 공장이 실패했다면, 그 실패는 실행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의사결정과 실행을 분리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적절하게 인센티브를 조정할 수 있다.

 

의사결정의 책임은 고위임원 혹은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물을 수 있다. 이 사람들은 개별 프로젝트의 리스크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이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동기를 갖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 및 운영 관련 비용/시간과 같은 실행 리스크는, 대부분의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현장의 프로젝트 리더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출처 세계적인 경영 매거진 HBR

필자

댄 로발로(Dan Lovallo) 시드니경영대 경영전략 교수, 맥킨지 시니어 어드바이저

팀 콜러(Tim Koller) 맥킨지 코네티컷 스탬퍼드 사무소 파트너

로버트 울라너(Robert uhlaner) 맥킨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시니어 파트너

 

인터비즈 조현우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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