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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May 28. 2020

"맥주 4캔에 만원" 당신이 현혹될 수 밖에 없던 이유

소비자 사로 잡는 1+1 의 비밀은?


맥주 4캔에 1만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는 '묶음 판매'의 단골 멘트다. 요즘엔 국산 수제맥주를 이런 식으로 판다. 이 문구를 보면 당장 네 캔까지 마실 계획이 없어도 선뜻 1만 원을 결제한다. 맥주 2캔을 7000~8000 원에 주고 먹느니, 4캔을 두고 두고 먹는 것이 이득(?)처럼 보여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로 마시지도 않을 맥주를 살까? 소비자는 지혜롭게 행동한 것일까.


종종 소비자들은 구매 상품과 동일 금액의 공짜 상품이나 미래의 소비에 대해 비이성적으로 생각한다. DBR 54호를 참고해 소비 행동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행동 심리와 이를 이용한 마케팅 방법을 알아보도록 한다.



공짜인듯 공짜아닌 공짜같은 '디폴트 옵션'


출처 GS25 인스타그램


4캔에 만 원인 맥주의 개당 가격은 평균 3000~3500 원 대다. 하지만 이 맥주를 4개씩 묶어서 구매하면 개당 2500원, 즉 전체금액의 대략 16~25%를 할인 받을 수 있다. 깎이는 돈으로 치면 2000~4000원으로 맥주 한 캔 값과 맞먹는다. 결국 맥주 3캔 값을 주고 4캔을 먹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비용 지불이 없는 디폴트 옵션’이라고 한다. 디폴트(Default)는 별도 설정을 하지 않은 초기값, 즉 기본 설정값을 말한다. 그리고 디폴트 옵션이 공짜면 소비자들의 구매 확률이 높아진다.사람들은 디폴트 옵션을 보면 구매 전부터 자신이 해당 옵션의 주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4캔 묶음 맥주도 1캔이 공짜 디폴트인 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그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하고 소비의 체감 가치가 올라간다. 이러한 공짜 디폴트 옵션은 구매자가 선택 사항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선택 폭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고민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디폴트는 반드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최적의 선택이어야 한다. 이를 교묘히 적용해 고객을 속이려다가는 결국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똑같은 돈을 써도 다른 느낌을 받는다면


모든 구매에 있어 소비자들에게는 '안 산다'는 선택지가 있다.아무리 맥주가 만 원의 유혹으로 그들을 불러도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게 만원 이상의 가치가 없다 생각하면 구매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마케터들은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 앞서 당장 쇼핑객들의 지갑을 열어야한다. 소비자들이 1달러에 대해 느끼는 ‘체감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고, 구매를 유도해야한다.


보통의 기업들이 체감 가치를 높이기 위해 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모두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구매 의향을 높인다. 첫번째는 후불 및 할부 결제 등과 같은 ‘결제 지연 방안’이다. 모든 종류의 지출이 그렇듯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지불에 대해 본능적으로 매우 아까워한다. 하물며 지금 ‘당장’ 느껴야하는 아쉬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결제를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당장 열어야 하는 심적 부담에서 벗어난다. 소비자의 구매를 가로막는 장벽이 해소되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심리적 회계 이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모든 돈을 동일하게 여기지 않는다. 돈을 볼 때, 그 가치를 다르게 매긴다는 것이다. 동일한 액수의 자금이라도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벌었는지, 혹은 복권에 당첨돼 갑자기 생긴 돈인지에 따라 ‘마음 속 다른 회계장부’에 돈을 저장한다. 이처럼 심리적 회계 이론은 돈의 사용목적이나 조달방법, 사용 후 결과 등을 고려해 소비자의 지출의 난이도가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처럼 사람 마음 속 여러 개의 ‘회계장부’가 존재한다면 이를 응용해 소비자와 마케터에게 유익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심리적 회계장부를 섬세하게 관리해주는 앱│출처 뱅크샐러드


예를 들어 한 신용카드 사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예산 내 지출과 예산 초과 지출을 따로 표시해 관리해준다. 스스로 수립한 예산에 맞게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다. 예산 내 지출은 초록색으로, 예산 외 지출은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이번 달 카드 예산’이라는 장부를 하나 심어주고 관리하는 것이다. 자신 관리에 관심있는 소비자자라면 이런 기능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카드를 사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마케터들은 여러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전략을 펼친다. 하지만 상품과 서비스 구성의 변경이 구매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행동경제학’요소들을 인지해야한다. 행동경제학은 비이성적인 소비 행동을 보다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비즈 조정현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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