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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12. 2020

가구 공룡 이케아가 상추 키워 판매하는 이유는?

스웨덴 남부에 위치한 이케아 매장에 가면 싱싱한 상추가 자라고 있다  

스웨덴 말뫼 이케아 매장의 수직농장 시스템 내부. 자줏빛 LED 조명 아래 선반 층층이 싱상한 상추가 자라고 있다.


스웨덴 남부의 항구도시 말뫼에 위치한 이케아(IKEA) 매장에 가면 야외에 8.5m 길이의 커다란 컨테이너가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하역이나 적재하지 못한 가구 때문에 컨테이너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자줏빛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아래 선반 층층이 먹음직스런 상추가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케아가 *순환농업(circular farming) 업체인 본바이오(Bonbio)와 함께 올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수직 농장(vertical farming) 시스템이다.


이케아 매장 밖 컨테이터, 스웨덴 말뫼 이케아 매장에 설치된 수직농장 시스템. 이케아는 순환농업 업체인 본바이오와 손잡고 컨테이너 모양의 수직농장에서 상추 등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흔히 홈퍼니싱(home furnishing) 기업으로 불리는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의 대명사답게 다양한 가구는 물론 각종 침구류, 주방용품, 욕실용품 등 집안을 꾸미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홈퍼니싱이라는 수식어만으론 이 회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이케아를 떠올릴 때 미트볼을 연상시키는 이들이 상당할 정도로, 이 회사에선 식품도 매우 중요한 사업 분야다.


이케아는 지난 2015년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베지볼’을 선보인 데 이어 2018년 ‘베지 핫도그’를 내놓는 등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은 홈퍼니싱 분야에서처럼 식품 사업에서도 이케아가 매우 중요시하는 가치다. 이케아가 2015년 고기를 전혀 넣지 않고 콩이나 야채 등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 ‘베지볼’을 선보인 데 이어 2018년 ‘베지 핫도그’를 내놓는 등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를 점점 늘려가고 있는 이유다.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메뉴를 개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이케아는 올해 들어 훨씬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수직 농장 시스템이 대표적 예다.


이케아는 수직농장(도심농경) 시스템을 통해 물 사용량은 최대 98%까지 줄이면서 최대 3배 이상 빨리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시에 사는 이들의 식탁에 음식물이 올라오기까지의 농산물 유통 과정은 석유연료를 태워 이동하는 장거리 운송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대량 생산한 작물을 트럭으로 배송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케아는 현재 스웨덴 말뫼와 헬싱보로 매장에 수직농장 시스템(컨테이너)을 설치하고, 매장 레스토랑에서 쓸 상추와 샐러리 등 야채를 직접 길러 조달하고 있다. 기존의 장거리 식품 생산·운송·유통 방식에서 벗어난 ‘도심농경(urban farming)’을 통해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임으로써 보다 지속가능한 농작물 생산·유통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케아와 본바이오가 운영하는 수직 농장 시스템엔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흙이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유기농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4개의 선반에 약 3600개의 상추 묘목을 심을 수 있다. 자동 제어 설비를 통해 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조명 등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한다. 상추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양액은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만든다.


이케아는 현재 스웨덴 말뫼와 헬싱보로 두 곳의 매장에서 수직농장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이곳에서 재배된 채소는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에게 판매되는 샐러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평균 상추 생산량은 대략 18㎏. 묘목을 심어 상추를 생산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4~5주다. 기존 농작물 생산 방식 대비 최대 98%까지 물 사용은 줄이면서 최대 3배 이상 빨리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게 이케아측 설명이다. 식당(매장) 바로 옆에서 상추를 키우니 배송거리 최소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은 물론이고, 정확한 수요를 예측해 작물 생산을 할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처음엔 말뫼와 헬싱보로 매장에서 일하는 이케아 직원용 식당에만 공급했지만, 이제는 매장 내 고객 대상 레스토랑에서 필요로 하는 상추 물량 전부를 컨테이너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케아는 말뫼와 헬싱보로 두 곳에서 수직농장 시스템을 운영해 본 결과를 토대로 향후 확대 방안을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IKEA 그룹에서 글로벌 지속가능성 혁신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카타리나 엥글룬트는 “전 세계 탄소 배출 중 30% 이상은 식품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컨테이너에서 상추를 기르는 시도는 바로 이케아의 지속가능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케아는 오는 2030년까지 지역사회와 지구에 지속가능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목표로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전략(People & Planet Positive Strategy)’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백열전구 판매를 중단하고 LED 조명만을 팔고 있는 것도 지구 친화적 전략의 일환이다. 2018년 회계연도(2017년 9월1일~2018년 8월31일)에만 8240만 개의 LED 전구를 팔아, 누적 판매량은 2억9400만 개에 달한다. 이케아는 오는 2020년까지 LED 전구 5억 개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재 이케아는 1)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활 2) 자원순환 지원 및 기후변화 대응 3)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등 크게 3개 핵심 분야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 개발 시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용도 변경과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제품에서 재생 가능한 재료 및 재활용 소재 사용률을 100%로 끌어올리며, 모든 업체가 공정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필자 동아일보 이방실 기자
인터비즈 임현석 이다희 정리
inter-biz@naver.com


<용어설명>

* 순환농업: 농업 부산물을 다시 농업 생산에 투입해 순환되도록 하는 농업

* 수직농장: 다층 구조로 이뤄진 공간 절약형 작물 재배기

* 베지 핫도그: 이케아는 베지 핫도그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핫도그를 만들 때에 비해 7분의 1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케아는 베지 핫도그 출시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핫도그 대비 약 85% 줄인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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