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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13. 2020

결점 드러낸 '못생긴 광고' 통할까?

이탈리아 패션 기업 구찌가 판매하는 립스틱 라인


이탈리아 패션 기업 구찌가 립스틱 라인을 공개했다. ‘구찌가 립스틱을 판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난 광고를 내놓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구찌의 립스틱 광고 속 모델은 치아가 몇 개 빠져있었다. 치아 배열도 고르지 않았다. ‘완벽한’ 입매를 강조하는 기존의 립스틱 광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출처 구찌 뷰티 공식 인스타그램 @guccibeauty


구찌는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에 구찌뷰티(GucciBeauty) 계정을 신설했다. 이후 줄곧 사실적인 모습의 모델을 앞세운 화보 사진을 업로드 했다. 또 팔로워가 쉬이 스크롤을 내릴 수 없는 감각적인 사진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른바 ‘티저’를 공개하며 새로운 메이크업 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6일에는 공식 홈페이지와 뉴욕 삭스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백화점 매장에 립스틱을 정식 출시해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좌측에 앉아있는 인물이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출처 알렉산드로 미켈레 공식 인스타그램 @alessandro_michele


구찌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도 메이크업 라인을 론칭한 바 있다. 이후 매출 부진으로 2년 만에 사업을 완전히 정리했다. 그러나 2015년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하면서 패션 제품의 매출이 급상승 했고 그를 앞세워 화장품 사업에 재도전 하는 것이다. '촌스럽다’ ‘한물갔다’는 소리를 듣던 구찌에 활기를 불어넣은 그가 이끄는 구찌뷰티의 성적표는 어떠할까. 업계는 구찌가 화장품 사업 확대로 올해 총 매출이 100억 유로(약 13조 1000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있다.


화장품은 패션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있어 용이한 카테고리다. 옷이나 액세서리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낮아 젊은 소비자 층까지 포용하기 쉽고, 제품 원가가 낮고 재고 부담이 적어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기도 수월하다. 앞서 샤넬, 입생로랑, 디올 등이 일찍이 메이크업 라인을 선보이며 패션과 화장품을 아우르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 중국서 '쁘띠샤넬'이라는 별명까지


최근 국내에서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2017년까지 패션·라이프스타일 상품이 90%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의 79%가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이제 화장품은 패션 부문과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에서 SBS 예능 ‘런닝맨’으로 유명해진 배우 송지효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출처 비디비치 공식 인스타그램@vidivicikr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토종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VIDIVICI)'를 인수했다. 인수 후 화장품 사업은 2016년까지 전체 영업 이익 기여도가 0%일 정도로 고전했다.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 대부분이 화장품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59억원, 292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화장품 사업부문의 매출은 1029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비디비치가 올해 말 브랜드 매출이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킨 일루미네이션 (좌),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 (우) / 출처 비디비치 공식 사이트


비디비치가 중국에서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다. 지난해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폼'과 메이크업 베이스인 '스킨 일루미네이션'은 각각 200만개, 100만개 판매됐다.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이 없고 면세점과 현지 직구 온라인몰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성과다.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럭셔리 브랜드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쁘띠 샤넬’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10월 새롭게 론칭한 한방 화장품 브랜드 ‘연작’도 큰 호응을 얻고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2월 정식 입점해 한 달 만에 1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연작의 성공적인 신호탄 뒤에도 럭셔리 한방 화장품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있었다. 연작은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해 2020년까지 매출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짱구 파자마 완판한 스파오, 짱구 화장품으로 돌아온다


이랜드 월드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스파오(SPAO)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 스파오는 오는 6월 캐릭터 짱구와 콜라보레이션 한 화장품을 선보인다. 1020세대를 타겟으로 한 색조 화장품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군을 내놓을 예정이다. 1020 소비자와 접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스파오 짱구 잠옷 / 출처 스파오 공식 홈페이지


앞서 스파오는 만화 속 짱구가 입은 잠옷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짱구 파자마'를 출시한 바 있다. 온라인 단독판매 당시 스파오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고 30분만에 1만 장이 완판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스파오가 의류·액세서리 등 패션 이외의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랜드는 사업다각화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스파오는 이랜드 월드의 자체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 월드의 전체 매출 1조 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스파오의 매출은 32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3% 상당의 비중을 차지했다. 화장품 사업에 투자해 스파오의 몸집을 더욱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LF(엘지 패션)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 429'를 론칭했다. 올해는 여성 화장품 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지난 2월 '타임 포스트 모던(TIME POST MODERN)'이라는 화장품 상표를 신규 등록했다. 여러 패션 전문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장품 사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외에도 담배, 바이오, 제약 등 뷰티 산업과는 거리가 먼 기업들도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만 내세워서는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에 대한 세심한 이해가 필요한 때다.



인터비즈 이슬지,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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