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물을 주어야 살듯, 당신의 감정에도 물을 줘야 당신이 산다.
"회사가 친목단체야? 회사에 왔으면 일을 해야지, 상대방 마음을 일일이 신경 써가며 어떻게 일을 하나!”
최팀장은 자타공인 워커홀릭이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앞뒤 안 보고 밀어붙인다. 임원과 상사들은 그런 최팀장을 믿음직하다고 칭찬했고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그래서인지 최팀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팀원이든 타 부서 담당자든 상대방 입장은 고려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당연히,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런칭하면서 사장님 직속 신설팀을 만들고 외부에서 팀장을 영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요즘 각광받는 새업 분야인데다 새로 온 팀장의 경력도 화려하다보니 윗 분들의 관심과 기대가 한꺼번에 그쪽으로 쏠렸다.
' 내가 회사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제 난 필요 없다는 건가? '
최팀장은 허탈감을 느꼈다. 갑자기 뒷방 신세가 된 것 같았다. 지금까지 최팀장은, 일에서 성공하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면, 본인이 더 행복해질 줄 알았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최팀장의 노고를 알아주고 고마워할 것이라고 믿었다. 막상 최근의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회사는 물론, 일상의 모든 것이 재미없어졌다. 누군가와 술 한 잔 하며 속마음을털어놓고 싶은데, 돌아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15년 남짓 근무했지만 일 중심으로 직장생활을 해 온 탓에 마음 터놓을 만한 동료가 없었다.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닌데! 대체 내가 무얼 위해서 악착을 떤거지?' 지금까지 본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원칙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요즘 최팀장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입사 후 앞만 보고 달려온 리더들에게 '감정'을 느낀다는 건 익숙치 않은 일이다. 후배들에게 "간, 쓸개는 집에 빼두고 출근하는 거야. 힘든 감정들은 없다고 생각하고 일해야 성공해"라고 조언하는 리더들도많다.
실제 그런 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야근을 해서라도 업무를 마무리하고, 회사일과 가정사가 겹칠 땐 회사가 우선시 됐다. 아이 졸업식 등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바뀐 시대 흐름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진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리더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제대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등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살 수 있을까' 등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이런 저런 생각들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한 방법을 열거하자면 끝을 맺을 수 없을 것이다. 즐겁게 사는 방법은 개인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르니 더더욱. 다만 이를 관통하는 것을 하나만 꼽자면 이거다.
"느낌 있게 살자!"
다양한 감정은 느끼며 살던 당신이 언제부턴가 일에 치여 감정들을 저 아래 꾹꾹 눌러두고 마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 당신에게, 이제 그러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다시 그 느낌들을 꺼내어 제대로 느껴달라고 부탁하려 한다.
혹시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늘 이 표정은 아닌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 많은 연봉을 받고 높은 지위에 있는 우리 회사 대표님일까? 1년에 2-3번씩 해외여행을 나가고 좋은 차를 굴리는 부자일까?
모두 아니다. 내 감정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내 감정이 기쁘지 않으면 내 삶은 기쁘지 않은 것이다. 금은보화를 눈 앞에 쌓아두고도 하루 종일 짜증이 나고 만사가 귀찮다면, 그건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오랫동안 감정이 없는 것처럼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할 지 모른다.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데,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법은 있다.
내 안의 감정들을 느끼며 살고 싶다면, 다음의 2가지를 바로 실천하자.
우선, 천천히 움직인다. 회사가 얼마나 바쁜 곳인지 잘 안다. 11년간 임원코치로서 리더들을 만나고 관찰하면서, 10분도 쪼개가며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이들을 여럿 봐왔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인다고 무조건 성과가 나는 게 아니란 건 회사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직장인들이 이미 더 잘 알 것이다.
속도보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니 "빨리"만 외치며 스스로를 들볶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돌아다니지말자. 내 몸과 감정을 챙겨가며 의식적으로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자.자신을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자. 영원한 것은 단하나도 없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임원도, 말안 듣는 얄미운 팀원도, 승진을 놓고 물불 안 가리며 경쟁하는 동료도 언젠가는 내 곁에서 사라지게 된다. 아침마다 지나가는 출근길 커피숍, 점심백반을 먹으러 가는 단골식당등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30년 후에도 여기서 커피를 사 마시고백반을 먹지는 않을 거다. 모든 것이 일시적이다. 그래서, 지금 당신 주변의 것들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길가의 작은 노란꽃,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봄바람 등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다. 별 것 아닌 것 같고 사소하지만 잠시 멈춰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우리의 감정이 풍요로워진다. 그러니, 오로지 성과, 속도, 목표 달성을 외치며 앞만 보고 달리는 안타까운 행동은 멈추자.
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상 못한 바이러스 전쟁에 글로벌 경기가 최악이고, 회사여건은 불안하며, 업무는 늘어나 스트레스가 많아져도, 그 사이사이 사소하지만 따듯한감정들을 되살려 줄 것들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당신 책상에 붙어있는 가족사진, 후배가 가져다 준 믹스커피 한잔, 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등.
"그런 게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감정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꽃에 물을 주어야살듯이, 당신의 감정에도 물을 줘야 당신이 산다. "바쁘다, 그럴 시간 없다"를 외칠수록, 당신의삶은 사하라 사막처럼 메말라 간다는 걸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필자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인터비즈 박은애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