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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May 14. 2020

우리 아빠도 누군가한텐 최악의 상사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 결국 사람, 사람, 사람이다.


일하는 게 심심하고 지겹다. 사무실은 축 처져 있고, 타자 소리만 있을 뿐 그외엔 정적이다. 얼굴 표정도 다들 무미건조하다. 내 옆 자리 사람도, 앞 자리 사람도 축 처져 있으니 나도 축 처져 있을 수밖에. 그런데 혹시 내 주변 사람들도 날 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고 한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때론 퇴근하고 같이 맥주 한 잔 할 수 있고, 중간에 커피도 마셔가면서 얘기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료가 있다면 이 팍팍한 생활에 의지가 될텐데.


사무실 내 공기를 바꾸고 싶다. 우리 모두 조금씩만 더 웃고, 가끔 즐거운 대화도 나누면 좀더 행복한 사무실이 될텐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지만 예전에 공자 선생이 그런 말을 했다. 행복으로 나아갈 때 사기가 충천하고, 사기가 충천하면 기적이 일어난다. 행복으로 향하는 법에 관한 말은 많고, 방법도 다 다르다. 그 중 옛 성현들의 말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아보자.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우울한 사람 곁에서는 우울해지기 마련이고, 밝은 사람 곁에서는 그 에너지가 전해지곤 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수천 년전의 공자도 "자기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 중 노나라와 제나라의 협곡 회맹 장면에서 공자(저우룬파)가 회담장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모습 ㅣ 출처 : 동아닷컴


공자가 살았던 중국의 춘추시대는 말 그대로 혼란의 극치였다. 공자는 혼란한 사회를 안정시키는 근본적인 방법은 사람들을 행복으로 유도하는 것뿐이고, 그러기 위해서 수기(修己)를 통해 자신부터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고 보았다. 즉, 군자의 역할이 "경건한 마음을 갖고 자신을 닦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는 의심이 들었다. 공자의 방법은 직접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겉도는 방식으로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는 공자에게 반문했다. “그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이 세상을 바로잡겠습니까?”


이에 공자는 부연해서 답변을 한다. “자기를 닦아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공자의 답변에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들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 자로는 여전히 답답했다. 이에 공자는 확고하게 못을 박았다. “자기를 닦아서 모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근본적이고도 어려운 것이다.”

공자의 사상을 집약했다고 볼 수 있는 논어 전체의 1만 2,500여자를 하나로 압축하면 곧 수기안인(修己安人)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신의 모자라는 부분은 채워 넣어 보충하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면서 스스로를 갈고 닦을 수 있다. 균형잡힌 수기를 바탕으로 주위 사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사건이 터진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속에서 곪아 터진 피부는 가만 놓아둔 채 봉합만 하는 것과 같다. 피부는 바로 봉합이 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다시 터진다. 피부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속에 있는 곪은 곳부터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 딸도 누군가한텐 못말리는 신입.. 우리 아빠도 누군가한텐 최악의 상사?


맹자가 말하는 행복도 공자의 행복과 결이 다르지 않다. 맹자는 '남'을 남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도통 이게 무슨 말일까?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에 혜왕이라는 임금이 있었다. 혜왕은 왕이 되어 호화롭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맹자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혜왕에게는 그런 것이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왕은 연못가에 서서 헤엄치고 있는 고니와 뛰어 다니는 사슴들을 돌아보면서 맹자를 넌지시 비꼬았다. “훌륭한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행복이 있습니까? ”


맹자는 단호하게 답했다. “훌륭한 사람이 된 뒤에라야 이러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니 훌륭하지 못한 사람은 비록 이런 것을 가지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맹자의 답변으로 보면 훌륭한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아무리 큰 성공을 하더라도 행복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맹자가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무 한 그루의 가지를 모두 잘라 꺾꽂이를 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나무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이 수많은 나무들이 본래의 모습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면 그 수많은 나무들은 수많은 나무들이 아니다. 모두가 하나로 이어진 한 그루의 나무일 뿐이다.


맹자에게 있어서는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각각 남남끼리 어울려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남남이 아니다. 나는 부모의 세포로 구성돼 있으므로 나와 부모는 연결돼 있는 하나다. 나와 부모가 하나면 나와 형제가 하나다. 나와 형제가 하나면 삼촌과 나는 하나다. 이런 방식으로 확대해가면 급기야 모든 사람이 하나임을 알게 된다.



사람이 만약 모든 존재와 연결돼 있는 본질을 망각하지 않았다면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울 것이다. 맹자에게 있어 사람이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 행복이란 바로 이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사람을 남으로 여기지 않는다. 사람을 남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은 사람들을 행복으로 유도한다. 때문에 그런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은 사기가 충천하고 신이 난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군자이고 참된 사람이다.


반면에 본래 모습을 잊어버린 개인은 자신만이 ‘나’인 줄 안다. 그렇게 사는 개인은 남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개인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늙고 죽는다. 그러한 사람은 아무리 성공을 해도 불행하다. 맹자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이 소인이요, 짐승 같은 사람이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릴지라도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 옆의 사람도, 내 앞의 사람도 모두 각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배려하고, 진심으로 서로의 행복을 바랄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언젠가 내 자식도 어떤 회사의 막내가 되고, 내 부모도 어느 회사의 팀장이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보다는 좀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을 터다.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 ... 나도 좋은 동료일까?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라는 말이 있다. 일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같이 일을 해갈 수 있고, 서로 의지가 되는 동료가 있다면 그래도 버틸 만하다. 좋은 동료는 어떤 사람일까? 물론 일을 잘 하면 좋다. 동료 덕분에 칼퇴도 할 수 있고, 일 밀리는 거 없이 착착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단순히 '일잘러'가 전부는 아니다.


좋은 동료는 바로 우리를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다. 회사 생활에서 상처 받는 이유는 사실 별 다를 게 없다. 그저 '말' 때문이다. '일은 왜 이런 식으로 하냐', '이것밖에 못하냐', '됐다, 그냥 놔둬라' … 모두 마음에 담아둔 상처되는 말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무시당해서 생긴 상처는 역으로 인정 받을 때 치유된다. 남을 인정해주는 것 중에서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옛날 황희 정승이 그랬다.


조선전기 문신 황희│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황희정승의 유명한 설화가 있다. 하루는 어린 종 둘이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며 싸웠다. 그 중 하나가 상대방이 잘못해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일렀다. 자초지종을 들은 황희는 "네 말이 옳구나" 하고 다독거려 주었다. 그러자 다른 종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이에 황희는 역시 "네 말도 맞구나" 하고 타일러 둘을 돌려 보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조카가 "두 사람 말이 다 옳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라고 말하자 "참으로 네 말도 옳구나" 하도 대답했다.


황희 정승의 방식을 오해하면 안 된다. 황희 정승의 뜻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 황희 정승의 방식은 어떤 사람과 만날 때 그와 하나가 돼 그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황희 정승의 방법을 흉내내기만 하면 성과가 없다. 황희 정승의 마음가짐이 되지 않고서는 효과가 없다.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리바리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오직 황희 정승의 마음가짐을 닮을 때, 해결책은 저절로 찾아진다.




결국 사람, 사람, 사람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이고, 몸이 편해도 사람때문에 마음이 힘들면 그만두고 싶어진다. 내 곁의 사람을 좀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함께 일하는 이곳을 좀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내가 좀더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그 기운을 나누어 보자고 옛 성현들은 오래도록 토닥여왔다.



인터비즈 조지윤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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