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Jun 19. 2020

90년대생은 왜 이럴까?

요즘 애들과 일하기 힘들다는 기존 팀장님들, 어떻게 격차 줄이나 

"매사에 설명을 해 달라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할 시간도 모자른데 설명을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갈 판이에요"


최근 만난 팀장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하소연이다. 90년 대생을 비롯해서 요즘 팀원들과 일을 하다 보면 과거와는 다르게 일 하나하나마다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내가 처리하면 잠깐이면 끝날 일을 일의 맥락부터 연관된 다른 업무의 특징까지 다 설명을 해줘야 해서 오히려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괴로움을 호소한다.



더 큰 문제는 업무의 경계가 불분명한 일을 나눠야 할 때 발생한다. 팀의 일이라는 것이 딱 선을 그어 '여기까지는 나의 일, 여기서부터는 너의 일'이라고 나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90년 대생들에게 이런 애매한 일을 배분할 때는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일도 많고 반발도 크다는 것이 팀장들의 하소연이다. "이걸 왜 제가 해야 하지요?", 또는 "이번에 이 일은 제가 할 테니 다음에 이런 일 있으면 꼭 OO를 시켜 주세요"라고 다른 사람을 지정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런 팀원들의 반발을 접할 때마다 팀장들은 마음에 시름이 깊어진다.


저희 때만 해도 위에서 하라고 하면 맥락을 몰라도 일하면서 알아가기도 하고, 
나름 필요한 일이겠지 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일을 하였는데
지금은 뭐 하나도 그냥 일을 받아들이는 법이 없어서 일을 나누는 입장에서는 너무 힘이 들어요


90년대생은 왜 이럴까? 기존 세대와의 태생적 차이


팀장들의 고충을 듣다 보면 언뜻 팀원들이 일을 하기가 싫어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군말 없이 하던 과거 세대는 그 세대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일 하나하나마다 왜 내가 해야 하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지금의 세대는 지금의 세대대로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과거 세대가 한창 일을 하던 시기는 조직이 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승진과 보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위에서 나에게 일을 더 맡기면 그만큼 내 역량을 인정해서 일을 준다는 생각에 더 힘이 나고 열심히 생기던 시절이었다. 일한 만큼 성과로 잡히고 그 성과가 나의 연봉과 승진을 위한 토대가 되어 주었기 때문에 나에게 더 부과되는 일들에 맥락을 몰라도 집중할 수 있었다. 위계가 있었고 직급 간의 사다리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올해의 고생이 내년의 보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이에 더해 권위자(authority figure)에 대한 신뢰가 기존 세대들에게는 있었다. 어릴 적 집에서의 아버지의 권위와, 학교에서의 선생님의 권위, 그리고 조직에서 상사에 대한 권위를 마음에서 인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권위자가 시키는 일에 대해 토를 달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맥락을 알지 못해도 큰 그림에서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뢰 속에 조직에서 시키는 일들에 대해 특별한 반발감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세대는 승진에 대한 욕망이 적다. 직급은 단순화되고 승진의 기회는 적어졌다. 7년, 10년을 같은 직급으로 지내는 것이 다반사다.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모두 성과로 잡히고 그것이 조직 내 승진이나 직접적인 보상으로 바로 연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 내 승진이 적체된 선배들을 보면서 나의 고생이 무엇으로 보상받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팀이 해체되기도 하고, 몇 년간 공들였던 일들이 쉽게 없어지는 것들을 보면서 수년간을 승진이나 보상을 위해 헌신해야겠다고 마음먹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에 더해 지금의 세대는 과거 세대에 비해 권위에 대한 신뢰가 낮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 내기를 원하던 부모님이나 공정한 성적을 위해 학창시절 모든 활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던 선생님이 이들의 마음에는 마냥 우호적인 존재만은 아니다. 외부의 권위자들은 따라야 할 존재이긴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괴롭게 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양가적인(ambivalent) 인식'이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쉴 새 없이 지금의 자리까지 달려온 지금의 세대는 힘들게 살아온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제는 좀 누리고 싶고,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을 해보고 싶은데 자신의 시간이나 에너지를 더 요구하는 외부의 요청은 자신에 대한 침해로 느껴지기도 한다. 조직에서 만난 상사가 자신에게 더 일을 맡길 때 그것이 나의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 할지라도 나의 시간, 나의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일 앞에서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일의 의미와 자신의 성장이 중요한 세대


90년 대생들에게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하다. 조직에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안정되고 탄탄한 자리로 자신이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 협상력 있고 능력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성장하고 싶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나의 워라밸을 지킬 수 있도록 조직 내 나의 입지가 튼튼해지기를 원한다. 그런 면에서 맡은 일이 나에게 어떤 성장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팀장에게 이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고 내가 맡은 일은 거기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명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팀장들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본인들은 설명을 들으며 일을 한 세대가 아니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였고, 모르면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배웠다. 사수를 쫓아다니며 어깨너머 배우기도 하고, 앞뒤 상황을 모르지만 우선 부딪혀가면서 파악을 하기도 하였다. 단순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도 종국에는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 하는 신뢰로 맡겨진 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열심을 다했다. 그런 팀장들에게 새로 들어온 세대는 A부터 Z까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차이를 좁히는 세 가지 방법


이러한 시대적 차이와 업무방식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서로에 대한 감정적 이해가 필요하다. 팀장들은 팀원들의 설명 요구가 일하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 팀원들은 일이 자신의 성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고 싶어하고 이유를 알 때 일에 몰입하기가 더욱 용이하다는 점을 이해하자.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어떻게 정렬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리더로서의 당연한 책무다. 팀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간관리자로서의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위해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업무의 우선순위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적은 일을 나누어야 할 때에는 일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팀원들과 회의를 거쳐 배분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거에는 그런 일은 조직의 말단이 주로 도맡았다. 말단도 시간이 지나면 위로 올라가고 새로운 말단이 그 일을 맡을 것이므로 조직을 위해 순차적으로 허드렛일을 아래에서 맡는 것이 그다지 불공평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지 않고 말단이 위로 올라갈 때까지 일이 공평하게 흘러가지도 않는다. 이러한 일을 그때그때 팀장이 나누어 주려면 받는 사람의 감정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러나 모두 모여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중요하지 않은 급한 일들을 어떤 방식을 나누어 맡을지 정기적으로 같이 논의하며 배분한다면 심리적 저항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않게 생겨나는 일들을 급하게 누군가에게 맡겨야 했다면 끝나고 다른 팀원들이 있는 곳에서 맡은 사람의 수고에 대해 인정하고 감사해 주는 언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업체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칭찬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으로 '근무 분위기가 좋아진다(27.1%)', '자신감이 생긴다 (23.3%)', '업무 성과가 올라간다 (20.2%)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사가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는 칭찬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직 내 업무 분위기와 업무 성과, 그리고 개인의 자신감까지 같이 상승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일의 맥락에 대해 일을 맡길 때마다 설명하는 것보다 평소에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공유의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좋다. 많은 스타트업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타운홀 미팅이나 임원 회의나 주요 회의들을 외부에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개하는 제도 등이 일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제도들을 통해 일이 어떤 맥락에서 생겨나고 분배되는지를 굳이 중간관리자가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조직원들이 스스로 알 수 있다. 정보의 투명성이 조직 내에서 확보되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지 일의 흐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 가능 해진다면 팀원들의 설명의 요구도 줄어들 것이다. 또 한편으로 진행되는 일의 경과에 대한 문서화 작업도 필요하다. 많은 경우 담당자가 바뀌거나 그만두면 그 일과 관련된 정보도 사라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일의 내용과 경과를 문서화하는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팀장이 일을 맡길 때마다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는 수고가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팀원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나의 일, 너의 일로 일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팀으로 일한다는 것은 각자의 바운더리를 넘어서는 공통 영역의 일을 같이 감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랜서의 집합처럼 각자의 일의 단순 합으로만 조직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팀을 위해서 내가 좀 더 나서서 맡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시행하는 자세가 팀워크를 위해 필요하다. 개인적인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현재의 조직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아담 그랜트(Adam Grant)가 책 『 Give & take 』에서 제시한 세 가지 인간 유형 중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가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테이커(taker)',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매처(matcher)'보다 조직 내 성공 확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이 나에게 주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매처(matcher)의 자세보다는 기버(giver)의 자세를 갖는 것이 팀 내에서의 현재의 입지를 넘어 나의 커리어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편집자 주] 


중간관리자가 위기다. 일은 많고 책임질 일 투성이인데 권한은 적고, 변화는 무쌍하다. 팀원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고, 모셔야 할 분들은 언제나 푸르른 서슬로 그 자리를 지킨다. 그 사이에서 중간관리자는 당혹스럽지만, 그래서 스트레스받고 힘들지만 해왔던 경험과 정신승리로 오늘도 버틴다. 2015년 2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에서 조직 내의 상·하 직급에 비해 중간관리자의 우울증과 불안의 유병률이 훨씬 높다고 발표했다. 신체로 치면 위와 아래를 받치는 허리의 통증이 가장 심한 셈이다. 허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통증의 근원에 대해 먼저 찬찬히 들여다 보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전문가인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가 위기에 처한 중간관리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필자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 정신과 전문의

필자 약력

- 現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 現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외래 교수

- 現 한국임상예술학회 특임이사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인터비즈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찾아올 '비행 자동차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