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이해하려고 발악해보았다.
지난번 포스팅에선 위워크의 탄생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위워크는 21세기 최악의 경제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기반으로 탄생하고 성장했죠.
서브프라임... 들어는 봤지만 어설프게 알고있던 정보를 확실히 정리해봐야겠다 싶어, 근 며칠간 해당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빅쇼트", "인사이드잡" 및 각종 논문이나 기사를 읽었는데요.
이리저리 알아본 후의 소감은
이거.. 이름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지어졌다는겁니다.
서브프라임은 봉급이 일정하지 않거나 자산이 일정수준 이하인 신용도가 낮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하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주택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하다가 이를 갚지 못하고 주택을 압류당한 사건. 그리고 그로 인해 연쇄적인 작용으로 세계경제가 마비된 경우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요.
현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아닌, [월스트리트의 모럴 헤저드]라고 불려야 마땅합니다. 이 사건의 책임은 서브프라임 등급을 가진 사람들의 무지보다, 투자은행/신용보증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중점을 두고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21세기 최악의 경제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누구때문에 왜 일어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비교적 생소한 분야를 다루는 지라 오류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혹시나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꼭 지적해주세요.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저금리, 주택소유장려정책
사건의 시작은 인터넷산업의 태동기에 발생한 닷컴버블로 돌아갑니다. 당시 인터넷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IT기업들이 장밋빛 미래를 제공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죠. 당연히 주식시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느린 서비스와 낮은 퀄리티에 많은 IT기업들은 도산/파산했습니다. 이에 대한 실망으로 2000년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수백억의 돈을 날려야 했죠.
그리고 바로 이듬해인 2001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불리는 911테러가 발생합니다. 사상 초유의 테러로 인해 주식시장은 6일간 폐장했고 다시 개장한 일주일 뒤에는 주가가 14%나 떨어졌습니다.
미국에 투자되었던 자본은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미국경제는 얼어붙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부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최대한 낮추고 주택소유장려정책을 펼칩니다.
이런 정책 하에서 서민들은 가진 현금이 많지 않아도 쉽게 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부동산 수요의 증가를 뜻했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됩니다. 이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대출금리를 넘어설 정도였는데요. 집을 대출로 사서 살다가 팔면 돈이 생기는 수준이었으니 투기성이 짙어지기 시작하죠. 2005년에 이르러서는 전체의 23%가 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의 집일 정도였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저금리, 주택소유장려정책 안에서 서민들은 많은 금액을 빚진 상태였고 주택가격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었습니다.
주택 하나에 엮여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서민, 즉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이 돈을 빌린후 갚지 않기만 했다면, 아마 그 돈을 빌려준 은행만 몇개 망하고(심지어는 담보였던 주택 받고) 끝났어야 할 일입니다. 이를 세계를 마비시킨 경제위기로 심화시킨건 미국의 고도화된 금융시스템이었습니다.
단계적으로 살펴봅시다.
개인 대출자들은 1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주택저당채권 발행) 원리금(할부)을 10년간 상환합니다. 이때 은행은 금리 5% 대출기간 10년으로 감안한다면 10년에 걸쳐 약 2700만원을 받게 됩니다.
이때 은행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줄수록 수익이 늘어날텐데요. 더 많은 대출을 위해선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아야했습니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개인대출자의 채권을 다른 회사에 양도하는 것입니다. 이를 매입하는 유동화 전문회사는 대표적으로 Fennie Mae 혹은 Feddie Mac이 있습니다. 개인대출자들에게 받은 이 주택저당채권(mortgage loan)을 판매한 은행은 이 돈으로 다시 개인 대출자들에게 대출을 해줄수 있습니다.
이때 이 SPC회사들은 이 주택저당채권으로 MBS라는 상품을 만드는데요. MBS는 이 주택저당채권을 담보로 한 또다른 채권으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리먼브라더스등의 투자은행에게 발행합니다. 개인에게 돈을 빌려준 증서를 담보로 투자은행에게 새로운 돈을 빌리는거죠.
이 [은행+SPC]조합은 결국 개인대출자들의 집을 담보로 또다른 대출(MBS)을 해서 현금을 모으고, 그 돈을 다시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돈을 벌게 됩니다.
1억당 개인대출자에게 2700만원을 벌었다면 10억 100억을 빌려서 다시 개인대출자에게 2.7억 27억의 이자를 얻는거죠.
투자은행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MBS라는 위험성 높은 채권을 굉장히 안전한 채권으로 둔갑시키는데요. 그 방법은 이 MBS를 credit loan, car loan 등의 다양한 채권과 함께 묶어 CDO라는 채권을 만드는 것입니다.
왜 뭉치면 안전해지는거지..?
인력사무소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직원 10명을 뽑으면 작업을 하나도 안하는 양아치가 한명은 생기는 인력사무소가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이곳에서 직원을 한사람만 뽑아갔는데 운이 나쁘게 양아치가 걸린다면 이 회사는 오늘 한푼도 못 벌게 될테죠. 하지만 직원을 1000명정도 뽑아간다면 회사는 900명이 정상적으로 일을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인력사무소가 이렇게 말하는겁니다.
"우리 직원 1000명은 900명분의 작업을 100%를 보장해줄 수 있어!"
CDO가 그랬습니다. MBS의 총 가격이 10억이고 환급받지 못할 확률이 10%라면 이 채권들을 모아 9억짜리 매우 안전한 채권, 즉 CDO를 발행한 것이죠.
그리고 그 CDO는 다른 투자은행, 중개인, 인수인등을 통해 다시 새로운 CDO 안에 들어가게 되고, 여러 과정을 거쳐 매우 안정적인(것처럼보이는) 채권을 만들게 됩니다. 여러 채권이 복잡하게 뭉쳐있기에 안정적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이 CDO는 헤지펀드, 세계의 각종은행과 보험회사, 공단(미국의 연금공단 등)에게 팔려나갔죠.
각자의 위치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것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
안정성과 수익률이 모두 보장된 말도안되는 상품, CDO는 불티나듯 팔려나갑니다. 전세계의 돈이 몰려들자 미국의 모기지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죠. 결국 금융회사들은 안전성이 낮은 서브프라임등급의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설령 그들이 갚지 못한다 할지라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집값이 계속 치솟는다면 집만 차압해도 충분히 손실을 메꿀수 있 있었으니까요. 결국 대출업체들은 집 가격의 99.3%씩이나 대출을 해주곤 했습니다. 말기에는 죽은사람이나 강아지의 명의로도 대출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정도면 안터지는게 더 이상..
개인대출자는 1억짜리 집을 70만원만 있어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금리도 낮고 집값상승은 꺾일줄 모르니 사람들은 너도나도 대출을 받았죠. 어차피 집값이 계속오르면 손해볼일도 없을테니까요.
월스트리트의 금융기업들은 거래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높은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이익을 더 극대화시키고 싶었던 투자은행들은 2004년 로비행위를 통해 레버리지제한을 풀어버리는데요. 이를 통해 투자은행들의 부채/자본비율은 30~40:1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채권을 통한 투자에서 3%만 손해가 나도 은행 현금이 다 날라가버리는 아슬아슬한 상황인거죠.
신용평가기관은 CDO MBS등의 채권이 얼마나 믿을만한지(안정적인지) 보증해주는 기관입니다. 이들이 부여하는 신용등급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했기에 가장 중립적이고 독립적이어야만 하죠.
특히나 당시엔 1개의 CDO에 10개의 MBS가 들어가고 또 그 10개의 CDO가 서로 뒤섞여 다른 CDO(합성CDO)를 만드는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이건 수학/경제 전문가가 와도 이 CDO의 안전성을 파악하기가 힘들 상황이었죠.
이제 믿을건 신용평가기관밖에 없는데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신용평가기관들이 CDO를 만드는 투자은행에게 거액의 돈을 지불받고 서브프라임이 가득한 CDO에 AAA등급을 마구 찍어준거죠. AAA등급은 미국 국채와 맞먹는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무담보채권도 AA-밖에 안되는걸 감안하면 말도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보통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멈출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은 신용평가기관이라고들 말합니다. 다른 이익단체들은 그래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신용평가기관이 돈을 받고 평가해주는 구조는 정말 이해하기가 힘드네요.
금리인상 > 상환불가 > 주택차압 > 주택시장붕괴 > MBS/CDO가치 하락 > 연쇄부도
아슬아슬하게 버텨가던 이 구조는 결국 고정금리 인상과 함께 폭발하게 됩니다. 조지부시대통령은 무섭게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0.02%에서 5.25%로 올리는데요. 2005년에 발행된 많은 모기지론은 첫 2년만 고정금리이고 나머지 기간은 변동금리(=첫 2년은 이자가 2%로 고정되지만, 나중에 금리가 올라가면 10%가 될지도 모름)로 책정되어있었습니다. 대출금리의 인상은 당시 안정권이라고 말했던 6%를 훌쩍 넘겼고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에게서 하나 둘 연체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상환에 실패한 대출자들은 집을 차압당했습니다. 이후 차압된 집들의 매물이 쏟아지자 부동산의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죠. 결국 상환에 실패한 모기지 론에게는 헐값이된 집만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를 기반으로 하고있는 MBS와 CDO의 가치도 폭락합니다.
이로인해 유동화전문회사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은 회복 불가능할 수준의 손해를 입었고 가장 많은 CDO를 발행하던 베어스턴스는 2008년 3월 현금이 고갈되어 JP모건에게 인수됩니다.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되며 리먼브라더스는 아예 파산해버리고 말죠. 이 CDO에 자금을 조달한 각종 Hedge Fund들은 파산하고 기업어음시장은 붕괴됩니다. 결국 월스트리트와 전혀 관련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죠.
이러한 사건을 마치 서민들이 돈을 갚지않아 만들어진양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고 부르는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서브프라임등급인 사람한테 돈을 빌려준게 아니라 이를 불리고, 속였기때문이니까요.
그런데 이 와중에도 살아남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골드만삭스인데요. 똑똑함과 사기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있는 골드만삭스는 이후 몇년동안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다음번 포스팅에서는 이 모기지론 버블을 예측하고 CDO가 망하는데 돈을 걸었던 사람들,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몰락이 세계에 끼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앞으로 생각해도 경제학은... 다신안건드리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