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패담 쓰긴 썼는데 아무래도 제출기한이 지난 듯 ㅎㅎ
나름 고민을 하느라 제출기한을 놓쳤다. 뭐 그렇다해도 세상에 내놓을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내 컴퓨터 문서함에서 꺼냈다.
가장 실패다운 실패는 무엇일까? 고민에 빠졌다.
어떤 일에 대해 실패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도무지 쉽지 않았다. 실패라는 것은 곧 포기라는 말과 동의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것을 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실패라는 단어는 아주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되었다. 그 무시무시한 기준을 대입하면 아무것도 실패라고 할 수 없었고, 정확히 실패이지도 않았다.
일차적으로 떠오른 것들은 첫사랑, 대학시절 어느 체육대회에서의 헛발질, 멋지게 롤러스케이트 타기, 브런치 글 자주 쓰기 등등등등...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한 일이 마구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이 곧 실패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실패한 적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명확히 실패한 후 다시 돌아보지 않았던 기억이 나에겐 없다. 첫사랑 정도가 있었을까? 하지만 그것도 생각해보면, 그 어린 시절의 내가 사랑했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앞서있다.
결국 진 승부는 실패일까? 그것도 동의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맞서서 승부를 펼쳤다면 거기서 내가 얻은 무엇인가가 늘 있었다. 패배는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사이어인이 싸움에서 크게 지고 목숨을 살리기만 하면 전보다 훨씬 엄청난 전투력을 가지는 것처럼 날 강하게 만들어 주곤 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잘라내다 보니 나는 전혀 실패하지 않고 탄탄대로를 걸어온 사람이 되었다. 과연 그랬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잘라낸 실패의 경험들을 다시 주워들게 되었다. 결국 나는 실패 자체가 두려운 사람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련이든, 질척거림이든 무언가 깔끔하지 못하고 자동차 유리에 붙은 주차금지 스티커 같은 점성이 나에게는 남아있다.
수도 없이 울고, 속이 터지고, 아니 대부분은 표현도 하지 못한 채 멋쩍은 웃음으로 스스로 털어버리고... 생각해보니 심지어 15년째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자기 합리화라는 만병통치약을 복용하며, 끝끝내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나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 틀림없이 그렇다.
나는 실패를 실패라고 인정하는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