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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스머프 Mar 16. 2021

자기반성과 새 기획

책을 읽고 책을 담고...

브런치 오랜만이다. 


그동안 브런치 작가라는 말을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글을 쓰지 않았다. 물론 브런치에는 글을 쓰지 않았지 다른 방식으로는 끊임없이 글을 써 왔다. 어쩌다 보니 기자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 나에게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곧, 수입이 없어졌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끊임없이 글을 썼다는 말은 그동안 많이 바빴다는 의미와도 같다.


처음부터 브런치에는 돈과 상관없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당연하게도 브런치 글쓰기는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역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글은 나의 생활을 이어가게 해주는 '돈 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에 치여서 가슴을 담아 쓰는 글에서 멀어졌다.


음... 잠시 키보드를 누르는 손을 멈추고 생각해보니 브런치 글을 쓰더라도 가슴에 담긴 말을 쓸 자신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의 글쓰기는 주로 머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브런치의 다른 작가들처럼 가슴 울리는 글은 쓸 자신이 없다. 실제로는 특별한 '감성'이라는 것 자체가 극히 적은 내가, 마치 있는 척 글을 쓰는 것도 닭살이 돋는 일이다.

제 서재는 아님. 쌓인 책의 양은 비슷한 것 같고 강아지도 키우고 있어서 선택한 책장 이미지 <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

새삼 내가 도무지 이르지 못하는 경지에 이른 다른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이 든다. 같은 상황을 맞닥뜨려도, 혹은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새로운 표현과 시각이 담긴 글이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 대단해서 시기심까지 들기도 한다. 그런 작가들에 비해 나는 너무 평범한 것 같아서 고개를 떨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글쓰기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감각을 드높여 줄 것 같은 도서를 괜히 사서 곁에 두기도 했다. 감성을 책으로 배우거나 머리로 이해해 보려 했던 것이다. 그 역시 참 나다운 생각이지만, 덕분에 더 많은 책을 읽게 되긴 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오디오북 어플을 설치하고 매월 결제했다. 오디오북으로 읽은 책이 매달 5권 이상이니 본전은 뽑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도 내 손에 책을 들고 읽는 것만 못해서 언젠간 읽어야지 하는 생각에 서재를 채우곤 했다. 나름 속독을 하는 편이어서 맘만 먹으면 일주일에 두 권 정도는 읽을 수 있는데 맘이 여간해서는 먹어지지는 않는다. 여하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책을 읽은 결과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약 5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소설책과 투자 관련 도서는 주로 오디오북을 통해서 읽었고, 역사 관련 책들은 도서관이나 중고서점, 그리고 꼭 지금 읽고 싶은데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없는 책들은 새로 구매를 해서 읽었다. 그래서 안그래도 작은 책장이 점점 더 비좁아진다.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쓸까 하고 고민 하던 차에 개인적으로는 참 여러모로 쓸모있는 아이템이 떠올랐는데 바로 쌓아두기만 했던 이 책들을 하나하나 읽고 분석한 글을 브런치에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다 읽은 책은 중고서점에 팔거나 가까운 도서관에 기증한 뒤 내 책장은 비우자는 계획이다. 책장을 과감하게 비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중에 그 책이 필요할 때 막상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인데, 브런치에 전반적인 내용을 적어두면 기억을 소환하기도 좋을 것 같다는 빈틈 없는 계획을 세웠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이런 생각은 결국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결론에 따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잘 할 수 있는 일이란 '읽고 분석하고 해석하며 쓰기'다. 이제부터 쌓아두기만 하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읽지 않은 책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 책들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심상을 남겨보려 한다. 간단히 말하면 책리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리뷰와는 좀 다른 면은 있다. 책을 분석하고 해석할 뿐 평가를 하거나 좋다 싫다는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것은 독자들의 몫일테니... 물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글 스타일라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하는 심상 정도는 있을 수 있겠다. 


나의 생각이 브런치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올바른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런 것은 블로그에 남기라고 조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블로그는 온전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고 그렇게 운영하는게 맞다고 여기고 있다. 그에 반해 브런치는 어쨌든 책으로 엮을 만한 글을 모아두는 공식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앞으로 쓸 글의 성격상 이곳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뭔가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면도 있어서 좋다. 


이제부터 시작한다. 브런치라는 외장하드에 그간 읽은 책 중 꼭 기억해 둘 만한 책들의 내용과 나에게 남은 심상을 옮겨놓는 일을. 어쩌면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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