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차선에 타지 못한 사람은?
'Flex'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금전적인 여유를 대놓고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생기기 전에는 그런 행동을 우리는 '위화감 조성'이란 말로 평가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면 가지지 못한 자에게 열패감을 주고 그것이 어색한 위화감으로 재탄생된다는 공식이었다.
그 공식은 실재했고,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종종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Flex가 문화처럼 여겨지는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극한의 빈곤을 겪는 사람들이 현저히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런 자랑으로 인해서 끼니도 이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심각하게 좌절할 만한 사람이 적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 세상은 Flex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보다는 신기하고 재밌는 볼거리로 받아들일 만큼 쿨해졌다. 그리고 Flex를 바라보는 마음 한 편에는 자랑하는 사람에 대해 느끼는 묘한 승리감도 있다. 요즘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소비를 한 사람에게 "미쳤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미쳤다는 말은 그 자체로 부러움과 비난, 그리고 나는 그렇게 미친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묘한 안도감, 혹은 승리감까지 준다.
이번에 소개할 '부의 추월차선'을 쓴 저자 엠제이 드마코(MJ DeMarco)는 특정 형태의 사업으로 6년간 바짝 돈을 벌고, 37세에 은퇴하여 남은 여생을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책으로 엮었다. 한마디로 엠제이의 Flex를 담은 책이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 위화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간혹 그가 나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화도 치민다. 또 한편으로 속물이라며 욕하고 싶은데, 그 속물이 쓴 책을 구매한 나의 모습에 고개가 저절로 떨궈지기도 한다.
이 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전에 미리 전하고 싶은 게 있다. 이 책은 전체 392쪽으로 분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은데 속지를 싼 걸 써서 두께가 상당하다. 그 두께를 보고 지레 겁을 먹지 말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실제 책을 펴보면 글이 빽빽하게 들어앉아 있지도 않고, 내용도 술술 읽히는 편이어서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자 이제 책을 펴자. 당신은 책을 펴자마자 내내 자기 자랑처럼 보이거나, 지금 책을 읽는 나에 대한 조롱내지 꾸짖음으로 생각되는 수많은 문장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책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게다가 실제로 배워서 익힐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때때로 실용서를 읽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지금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라."
저자는 이 말을 무려 392쪽에 걸쳐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며칠 동안 고민에 빠졌고, 현재는 창업을 위해 실질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직장을 그만두진 않았다. 아주 가까운 시기에 그만둘 생각도 없다. 저자는 퇴사 시기를 '당장'으로 못 박고 있지만, 퇴사하고 사업에 올인하라는 저자의 충고와는 달리 월급을 받으면서 내 사업을 할 수 있는 있는 아이템이 분명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를 얻기 위해서는 6년간의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인드를 바꾸고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꿋꿋이 자신의 사업을 이어가는 불굴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참고로 나는 그런 의지가 없다. - 그 노력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와 같은 노력이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마인드를 바꿔 필사의 각오로 노력한다면 결국 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찌보면 미국판 젊은 꼰대의 탄생을 공표하는 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보통 그런 성공을 운이라고 표현해 왔다. 자신이 잘되기 위해 하는 노력은 누구나 하고 있고, 그걸 현저히 뛰어넘는 노력을 하는 일부의 사람들도 모두 성공하진 못한다. 시대와 상황, 그리고 규모의 경제라는 틀 속에서 생기는 한계가 있다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많이 영향을 미친 결과 성공이 이루어지고, 그 성공의 과정을 똑같이 따른다 해도 필연적인 성공은 없다는 논리다.
저자는 그런 식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들이 사회에서 받은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좋은 교육을 받아 똑똑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택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생각이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런 식의 소극적이지만 합리적인 선택이 사람들을 평생 일하게 하고, 아무리 벌어도 돈이 부족한 삶을 야기한다.
저자는 '부富'라는 관점에서 인간이 가는 길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인도人道다. 사람이 다니는 걸어 다니는 길. 살아있는 누구든지 걸을 수 있는 길이자 돈을 벌거나 저축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걷는 길이다. 두 번째는 서행 차선이다. 서행 차선에는 주식투자도 하고 부동산에 관심이 많으며,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 남부럽지 않은 직장도 있는 사람들이 올라타 있다. 세 번째는 두 번째까지의 사람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는 고속 차선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상징적으로 람보르기니를 타는 사람들이라 표현했다. 이들은 이른바 '금수저'로 원래 돈 많은 집의 자제이거나 재능이 특출해서 보통사람이 할 수 없는 수준의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초고속 차선에 있다.
따라서 우리 대부분은 인도나 서행 차선을 달리고 있다. 저자는 인생의 차선을 변경할 수 있는 추월차선에 올라타라고 말한다. 그래서 초고속 차선에 합류했다가 일정 시점이 되면 그 모두가 달리는 차선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택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런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을 옭매고 있는 직장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추월차선 전략이 가능한 아이템을 선택해 실행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가능한 한 빨리 성공을 이룬다음 길에서 탈출하라고 피를 토하듯이 말한다.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다른 모든 것을 동의할 수 없다 해도 그의 진심만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반복적인 이야기지만 독자의 고정관념과 경직된 시각을 깨뜨려 줄만한 이야기가 아주 많다.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직접 책 속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한마디로 추천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