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웹소설의 법칙을 따르지 않은 자, 연독률 0%의 지옥에 빠지리니
웹소설 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간혹 한다.
"웹소설에 대한 편견이 많아서 신규 독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웹소설은 편견 때문에 보던 사람만 본다는 거다.
이 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왜냐면 훨씬 더 많은 잠재 독자들이 웹소설이라는 게 어떤지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웹소설에 편견을 가지고 보지 않는 사람보다 애초에 편견이라는 것 자체도 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나마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 중에도 게임이나 현실성 없는 상상을 주제로 애들이 쓰고 애들이 보는 것 정도로 아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말해볼까?
그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40대가 넘은 나이에 애들이 보는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나의 경우, 애들이 쓰는 웹소설이라는 말에는 부합하지 않게 된다.
그럴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웹소설을
쉽게 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소설도 써 봤고, 한때 신춘문예에 도전하면서 글을 완결하는 법도 연습했으며, 상상력이라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꽤나 특출 나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웹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내 나름대로 소설을 썼다.
게다가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쓴 첫 작품이 나에게 뜻밖의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그 소설을 보고 회사의 IP가 될 작품을 가지고 싶은 콘텐츠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무려 그 소설을 쓴 후 5년이나 지나서 말이다.
당시 나는 갓 퇴사를 한 상태여서 아주 반가운 컨텍이었다.
내가 소설은 좀비 관련 소설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이 회사가 준비하는 콘텐츠가 좀비물이었던 거다.
그 후 나는 꽤나 고액의 원고료를 받으며 75화 분량의 소설을 썼다.
나는 그 소설로 웹소설 공모전에도 참가했다.
나 혼자 쓴 게 아니고, 교정교열을 거치며 함께 본 사람들의 재밌다는 후기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얻은 성과는 하나.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본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
정말 신기하게도 1편을 보고는 아무도 2편을 보지 않았다.
나름 극적이고, 임팩트가 넘치는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연독률, 그러니까 한 편을 보고 그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5%도 안 됐다.
공모전이 끝나기 10일 전에 결국 이 소설을 다 거두었는데, 그때까지 약 500여 명의 사람들이 1편을 봤고, 이후 2편은 약 20명이 봤다.
1%도 채 안 되는 연독률이었다.
이건 좌절의 문제가 아니라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재미가 없나?
그렇진 않았다.
나름의 서사가 있었고, 함께 본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외면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웹소설 독자들이 보기에 그 소설은 1편도 다 읽지 못할 소설이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답은 너무나 명확했다.
내가 웹소설의 법칙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난 그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 하나 더 있었다.
이 공모전에 참가하기 7주 전, 나는 유료 웹소설 쓰기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웹소설에 읽기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고, 나 스스로 독자가 되어서 어떤 웹소설이 재밌는지, 그리고 내가 쓸 수 있을 만한 웹소설은 무엇인지 구상해 볼 생각을 했어야 했지만 그보다 속성으로 웹소설 쓰기를 배워서 빨리 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는 6주 코스로 웹소설을 배웠고, 그럴듯한 웹소설 3화 분량을 쓰고 아카데미를 나왔다.
이 글이 꽤나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함께 배운 사람들 중 거의 유일하게 바로 출판사와 계약했다.
날 가르쳐준 강사가 근무하는 웹소설 출판사가 계약 제의를 한 것이다.
나도 정식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순간이었다.
그때 계약을 맺은 소설도 공모전에 함께 출품했는데, 이건 미리 써놓은 분량이 10화 정도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얘기한 소설과는 판이한 성과를 얻어냈다.
그 성과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가는 연독률이 무려 70%를 육박했고,
나중에는 추천사까지 받아내면서
조회수가 확 튀어 오르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공모전에서 아쉽게도 입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단순 조회수만 볼 때, 전체 출품한 소설 중 20위 권에는 들었고, 간혹 문피아 플랫폼 전체에서 200위까지 표기하는 투데이 베스트 끝자락에 제목을 올리기도 했다.
웹소설을 모르고 미리 써둔 소설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을 낸 것이다.
나는 그 후에도 출판사 도움 없이 소설을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공모전에 참가해 격투기 관련 소설을 썼는데 이건 단순 조회수만으로 보자면 전체 7위~10위 정도의 성적을 냈다.
물론 이 공모전의 퀄리티가 문피아 공모전보다 좀 떨어졌고 참가자도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성과였다.
솔직히 조금만 더 일찍 참여해서 꾸준히 연재했다면 입상도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소설은 비축분 자체가 아예 없이 그냥 웹화면에 그대로 써서 별다른 퇴고도 하지 않고 올렸던 것이었는데도 연독률과 전체 조회수가 높았다.
내가 이렇게 처음 쓴 소설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다른 두 작품은 웹소설의 법칙을 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웹소설의 법칙은 무엇이고 그게 왜 중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