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스머프 Mar 02. 2024

나이 든 퇴사자의 웹소설 쓰기

1. 웹소설의 법칙을 따르지 않은 자, 연독률 0%의 지옥에 빠지리니

웹소설 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간혹 한다.

"웹소설에 대한 편견이 많아서 신규 독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웹소설은 편견 때문에 보던 사람만 본다는 거다.


이 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왜냐면 훨씬 더 많은 잠재 독자들이 웹소설이라는 게 어떤지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웹소설에 편견을 가지고 보지 않는 사람보다 애초에 편견이라는 것 자체도 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나마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 중에도 게임이나 현실성 없는 상상을 주제로 애들이 쓰고 애들이 보는  정도로 아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말해볼까?

그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부문 웹 메인화면


그럼에도 나는 40대가 넘은 나이에 애들이 보는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나의 경우, 애들이 쓰는 웹소설이라는 말에는 부합하지 않게 된다.


그럴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웹소설을
쉽게 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소설도 써 봤고, 한때 신춘문예에 도전하면서 글을 완결하는 법도 연습했으며, 상상력이라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꽤나 특출 나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웹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내 나름대로 소설을 썼다.

게다가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쓴 첫 작품이 나에게 뜻밖의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그 소설을 보고 회사의 IP가 될 작품을 가지고 싶은 콘텐츠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무려 그 소설을 쓴 후 5년이나 지나서 말이다.


당시 나는 갓 퇴사를 한 상태여서 아주 반가운 컨텍이었다.

내가 소설은 좀비 관련 소설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이 회사가 준비하는 콘텐츠가 좀비물이었던 거다.


그 후 나는 꽤나 고액의 원고료를 받으며 75화 분량의 소설을 썼다.


나는 그 소설로 웹소설 공모전에도 참가했다.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메인화면


나 혼자 쓴 게 아니고, 교정교열을 거치며 함께 본 사람들의 재밌다는 후기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얻은 성과는 하나.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본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

정말 신기하게도 1편을 보고는 아무도 2편을 보지 않았다.


나름 극적이고, 임팩트가 넘치는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연독률, 그러니까 한 편을 보고 그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5%도 안 됐다.


공모전이 끝나기 10일 전에 결국 이 소설을 다 거두었는데, 그때까지 약 500여 명의 사람들이 1편을 봤고, 이후 2편은 약 20명이 봤다.


1%도 채 안 되는 연독률이었다.

이건 좌절의 문제가 아니라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재미가 없나?

그렇진 않았다.

나름의 서사가 있었고, 함께 본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외면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웹소설 독자들이 보기에 그 소설은 1편도 다 읽지 못할 소설이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답은 너무나 명확했다.

내가 웹소설의 법칙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난 그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 하나 더 있었다.


네이버 웹소설 메인화면


이 공모전에 참가하기 7주 전, 나는 유료 웹소설 쓰기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웹소설에 읽기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고, 나 스스로 독자가 되어서 어떤 웹소설이 재밌는지, 그리고 내가 쓸 수 있을 만한 웹소설은 무엇인지 구상해 볼 생각을 했어야 했지만 그보다 속성으로 웹소설 쓰기를 배워서 빨리 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는 6주 코스로 웹소설을 배웠고, 그럴듯한 웹소설 3화 분량을 쓰고 아카데미를 나왔다.

이 글이 꽤나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함께 배운 사람들 중 거의 유일하게 바로 출판사와 계약했다. 

날 가르쳐준 강사가 근무하는 웹소설 출판사가 계약 제의를 한 것이다.


나도 정식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순간이었다.


그때 계약을 맺은 소설도 공모전에 함께 출품했는데, 이건 미리 써놓은 분량이 10화 정도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얘기한 소설과는 판이한 성과를 얻어냈다.


그 성과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가는 연독률이 무려 70%를 육박했고,
나중에는 추천사까지 받아내면서
조회수가 확 튀어 오르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공모전에서 아쉽게도 입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단순 조회수만 볼 때, 전체 출품한 소설 중 20위 권에는 들었고, 간혹 문피아 플랫폼 전체에서 200위까지 표기하는 투데이 베스트 끝자락에 제목을 올리기도 했다.


웹소설을 모르고 미리 써둔 소설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을 낸 것이다.


나는 그 후에도 출판사 도움 없이 소설을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공모전에 참가해 격투기 관련 소설을 썼는데 이건 단순 조회수만으로 보자면 전체 7위~10위 정도의 성적을 냈다.

웹소설 플랫폼 조아라 메인화면 중

물론 이 공모전의 퀄리티가 문피아 공모전보다 좀 떨어졌고 참가자도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성과였다.


솔직히 조금만 더 일찍 참여해서 꾸준히 연재했다면 입상도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소설은 비축분 자체가 아예 없이 그냥 웹화면에 그대로 써서 별다른 퇴고도 하지 않고 올렸던 것이었는데도 연독률과 전체 조회수가 높았다.


내가 이렇게 처음 쓴 소설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다른 두 작품은 웹소설의 법칙을 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웹소설의 법칙은 무엇이고 그게 왜 중요할까?


작가의 이전글 나이든 웹소설 작가의 또 다른 도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