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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스머프 May 08. 2024

나이 든 퇴사자의 웹소설 쓰기

5. 제목의 법칙(3)

나는 웹소설을 쓰기 전에 웹소설 작성법을 알려주는 책을 많이 봤다.

정독한 것은 세 권 정도 되고, 나머지는 내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봤다.


그렇게 10여 권의 책을 본 후 난 어떻게 했을까?

난 하나도 변함없이 여전히 내 맘대로 글을 썼다.


그 책들을 보고도 내 맘대로 제목을 정하고,  내 맘대로 글을 쓰고, 내 맘대로 연재하다가, 내 맘대로 그만두었다.

내 맘대로 쓰지 않으면 그것은 내 글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수많은 금기사항과 법칙을 지켜가며 글을 쓰는 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결국 무의미.

그것이 나의 웹소설 작성법 책 보기의 결과였다.


그래서 어쩌면 이 글을 보는 사람에게 이 글도 무의미한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의 글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 원래 하던 내 사고방식과 행동을 바꾼다?


적어도 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흔한 자기개발서를 나도 흔하게 많이 봤지만, 내 인생을 바꿔준 것은 그런 책들이 아니었다.

작법서도 나에겐 흔한 자기개발서로 느껴졌고, 실상도 그랬다.


하지만 유일하게 날 변화시키기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책상 앞에는 앉힌 작법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웹소설의 신'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웹소설 형식으로 구성한 작법서다.

여느 작법서처럼 도표나 예시로써 작법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전형적인 웹소설을 쓰면서 웹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 가르쳐 준다.


이 책에서는 웹소설 작가를 지망했지만 한 회당 20명도 안 보는 소설을 쓰고 있는 망필의 작가와 웹소설의 신이 등장한다.

내용은 너무나 뻔하다.


작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웹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원을 가졌고, 어느 날 웹소설의 신이 나타나서 그 소원을 들어준다.

다만 그냥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고 악마와 같은 형상을 한 웹소설의 신이 스파르타식으로 협박하면서 강제로,


그냥 잔소리 말고 이렇게 해. 이 자식아!

라며 그냥 따라 하게 한다.

그렇게 무작정 따라 하기만 했는데 정말 아무도 읽지 않았던 그 작가의 소설을 사람들이 보기 시작한다.


사실 이런 과정은 나도 충분히 경험했다.

의심 없이 웹소설 작가이자 작법 강사의 말을 듣고 충실히 따르자 난생처음 유료화까지 이어졌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런 거다.

네 생각은 집어치우고 내 말만 들어!
어느 정도까지는 그냥 잔소리 말고 따라오라고!

하고 외치고 싶다.


웹소설에는 의심하기보다는 눈 딱 감고 그냥 하라는 대로 따라 해야 하는 부분이 몇 있다. 

제목의 법칙도 그런 것 중 하나다.

하지만 많은 웹소설 작가 지망생들이 그 지점에서 드롭한다.


'내가 왜?'

라는 이름의 자아가 생기면 따라오지 않고, 따라오지 않으면 어떤 벽과 같은 선을 넘을 수 없어진다.

사실 나도 이 선을 완전히 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가끔씩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초심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말해두고 싶다.

그 초심은 단 하나.

내가 쓰고 싶은 걸 쓰지 말고, 독자들이 읽고 싶은 걸 써라!


제목은 앞선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소설의 핵심 내용을 문장으로 만들어서 로그라인을 쓰듯 짓는 게 가장 좋다. 그 안에 웹소설 트렌드를 반영한 코드를 넣는 것도 중요하고, 약간의 위트를 넣는 것도 중요하다.


웹소설의 코드를 알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인기 웹소설을 읽는 것이고, 두 번째로 좋은 것은 웹소설 아카데미를 신청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웹소설 코드를 설명한 작법서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내 경우는 그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피아에서 처음 유료화가 된 내 소설의 표지다 ㅎㅎ 

이렇게 제목의 법칙에 대해선 부족하지만 기본 설명을 다했다.

그러니까 웹소설을 쓰고 싶다면 잔말 말고 그냥 따라 해라.


1. 웹소설 플랫폼(문피아 추천)에 가서 투데이 베스트 소설 200위까지의 제목을 본다.

2.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그들 소설 제목의 형태처럼 구상해 써 본다.

3. 같은 식으로 최대 10가지 소설 제목을 짓는다.

4. 주변 사람에게 가장 보고 싶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 뭔지 물어보고 그 주제로 소설을 구상한다.


참고로 나는 이 과정을 통해서 '국과수 막내, 조선 명탐정되다'라는 소설을 얻어서 계약했고, '빌보드 탑 메이커'를 얻었다.

게다가 이 소설은  1950 미국에서 K-POP식 매니지먼트로 개칭해서 유료화까지 이루어냈다.


나는 같은 방식으로 제목을 정한 축구 관련 소설을 쓰기로 출판사와 계약했고, 그 외에도 삼국지 관련 소설을 하나 기획 중이다.

나는 그 소설 역시 계약으로 이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 데뷔도 하지 않은 지망생 주제에 자존심 부리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서 일단 계약하고 데뷔해라.

그때부턴 실전이 되는 거니까, 바짝 긴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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