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제목의 법칙(총정리)
앞선 글에서 이미 밝혔듯이 웹소설에서 제목은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1. 제목만 보고도 전체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2. 독자에게 기대감을 주면서 대리만족이 가능할 것.
3. 웹소설 독자 특유의 단어를 쓸 것.
등 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첨가하자면 위트가 필요하다는 정도?

클리셰를 비트는 센스야 말로 제목 정하기의 최고봉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내진 말고 제목 정하기 법칙에 충실한 제목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작품을 구상할 때,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목을 정한 다음 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경우조차 있다.
앞선 글에서 작품의 성공에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막상 쓰다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나 입문 단계에서는 50%가 아니라 80% 정도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분명히 있다.
특히 작가가 되기 전, 웹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나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사실 처음에는 투데이베스트에 오른 작품을 보고 콧방귀를 뀌기도 했다.
저런 허접한 얘기가 투베에 들 정도면
내가 쓰면 판 뒤집어 지겠네.
웹소설에 갓 입문한 작가라면 이런 생각을 십중팔구 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몇몇 작품의 경우 쉬운 맞춤법을 틀리기도 하고, 오타가 수도 없이 많기도 하고, 실소가 나올 정도로 유치하기도 하고, 또 심지어 재미가 더럽게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역시 십중팔구는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다.
제목 빨이네.
왜냐면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데도 투베에 오르는 경우는 제목이 기가 막히거든.
- 좋거나 좋지 않은 의미로 -
그 예비 작가 자신도 제목 때문에 그 작품을 클릭했을 확률이 크니까.
그러면 나처럼 불성실하고 멍청한 작가는 제목을 기발하게 지으려는 노력에 올인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의 기발함은 독자 유인 요소일 수는 있지만 1화를 보고 2화로 이어지게 하는 연독률과는 큰 상관이 없다.
그러니 제목은 작품의 성공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기여도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여지도 있게 되는 거다.
실제로 문피아에서 투베에 이름이 없는 작품 중에도 좋은 제목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 제목으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소설의 내용이 부실해서다.
기가 막힌 제목이든 평범한 제목이든 선정을 하고 난 다음에는 결국 내용을 충실히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글을 써나가다 보면 웹소설 제목은 내용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에게 제약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제목에 어그로가 많으면 작품을 작성할 때 작가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 버린다.
게다가 제목 중에는 주인공의 최종 목표마저 다 까발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독자들과 결말을 이미 다 짜맞춰 놓은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 작가는 제목이 정해놓은 목표와 틀을 향해 지겹도록 달려나가야 한다.
물론 잘 되는 웹소설은 제목의 제약을 기가 막히게 풀어 나간다.
예를 들어, '9급부터 북부대공까지' 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 제목에는 주인공의 서사가 결말까지 모두 담겨 있다.
말 그대로 9급으로 시작해서 북부대공까지 간다는 거다.
지금은 연재 중이라서 아직 북부대공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갈 것이라는 걸 작가도 알고 독자도 안다.
기성 소설이라면 이게 말이나 되는 제목인가?
기성 소설의 주인공은 역경을 맞아 그걸 극복하는 서사가 있기 마련이고, 그 서사가 완성되기까지는 그 서사가 완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끌고 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제목은 언뜻 생각하면 그 어떤 위기감도 생길 수 없다.
주인공이 북부대공까지 간다는 게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은가!
이런 제목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작품을 통해 그 어떤 서스펜스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길게 분명하다.
그러나 훈련된 웹소설 독자들은 다르다.
주인공의 목표와 내가 함께 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독자들은 그 과정만 설득력있고 재밌게 풀어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비단 웹소설만 그런 건 아니다.
일반 장르 소설도 사람들은 주인공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본다.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를 볼 때, 실제로 상황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 본다.
영화 다이하드나 존윅을 보면서 브루스 윌리스나 키아누 리브스가 죽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또 어떻게든 악당들을 물리쳐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 이런 콘텐츠 역시 결말은 정해진 셈이다.
주인공의 서사를 모두 까발린 저 소설은 유료화 되었고, 심지어 공모전에서 입상했으며, 현재 유료 투베 20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이 소설은 현재 유료화 회차인 26화부터 평균 3200회 정도 구매됐으니 회당 3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럼 한달이면 900만원이상이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여기서 작가가 가져가는 수익은 수수료, 세금 다 떼고 40% 정도되니까 작가가 350만원정도는 받아간다는 뜻이다.
그럼 전업 작가가 될만하지.
게다가 만약에 이 작가가 기존에 완결을 낸 소설이 있다면?
그 소설에서 들어오는 돈까지 합해지고 그게 여러 편이라면?
대기업 연봉을 훌쩍 넘는 돈을 만질 수도 있는 거다.
여기서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결말을 다 아는 데도 어째서 사람들이 지갑을 여느냐 하는 거다.
앞서 말했듯이 제목빨은 1회가 전부다.
웹소설 플랫폼 중 어떤 곳도 1화에 과금을 붙이는 곳은 없다.
평균적으로 1~3화까지는 무료 회차다.
문피아는 무려 25화까지 무료 회차.
결국 제목의 단계를 넘으면 중요한 건 연독률이 된다.
연독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1화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는 그토록 중요한 1화 쓰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