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퇴사자가 웹소설 작가로 데뷔함

7. 첫 화의 법칙(1) - 숨기지 말라

by 노란스머프
새 챕터로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는 하고 넘어가겠다.


이 연재는 참고사항일 뿐이고, 내 개인적인 사정과 시간부족을 이유로 주제에 관련해서 아주 디테일한 이야기들은 담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글이 길어서 지금도 충분히 디테일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

만약 이런 주제로 전자책을 작성한다면 지금의 연재는 입문편이 될 거다.


그럼 각설하고 주제인 첫 화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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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는 첫 화가 웹소설의 전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앞서 나의 두 소설을 비교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한 회차에서 다음 회차로 넘어가는 비율, 즉 연독률의 극명한 차이를 얘기하면서 꺼낸 말이다.


나중에 두 소설의 앞부분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질 텐데,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웹소설 유저가 아닌 경우 잘 안된 소설의 앞부분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째서!

더 많은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어렵게 어렵게 써서 75화까지 마련하고 공모전에 뛰어든 작품은 1화에서 2화로 단 2%만 넘어가고, 웹소설 강사와 내가 1:1 피드백을 받으면서 쓴 글은 연독률 70%를 넘겼는가?


그 얘기를 이제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법칙 1. 숨기지 말라.


웹소설의 1화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

독자가 1화만 보고도, 어쩌면 최대 5화까지만 보고도, 소설의 전체 내용과 톤을 정확하게 짐작하게 해야 한다.

웹소설에 입문하지 못한 사람들의 흔한 생각은 앞부분에 임팩트를 와장창 몰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2화를 보지 않겠냐는 얕은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웹소설은 독자와의 1:1 대화다.


대화를 할 때는 먼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자기소개도 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화가 그다지 유쾌할 리 없다.

"그래서 네가 누군데?" 하는 생각이 들 거고, 무엇보다 다음 대화의 기회도 없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웹소설의 1화는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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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노란스머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신작을 냈는데요. 일단 눈길이 갈 수 있도록 재밌는 설정을 넣었고요. 읽다 보면 여러분의 욕망 중 하나 정도는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한 편에 100원 정도는 쓰시기에 충분할 겁니다. 그리고 기존에 비슷한 작품이 있었던 거 아시죠? 그 작품을 좀 다르게 한 번 비틀어 봤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엉뚱한 이야기는 아니고, 여러분이 아는 얘기를 제 방식대로 풀어놔 봤으니까 일단 맛만 좀 보세요."


딱 이런 인사를 1화에서 3화까지 몰아넣는 것이 웹소설이다.


물론 여성향 소설은 5화~10화 정도까지 빌드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큰 차이는 못 느꼈다.

그러니까 성향에 상관없이 웹소설은 비밀 없이 모든 설정을 다 초반에 풀어야 한다.


이래서 웹소설에서 성공하기 힘든 장르가 된 것이 바로 추리물이다.


추리소설은 무협이나 판타지와 함께 장르소설의 대표로 군림했었고, 현재도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결말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명쾌한 해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의 전개를 가진 기존의 추리소설 중에는 독자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웹소설에서는 그렇게 미스터리가 많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냥 폭망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나의 망한 좀비 소설과 같은 방식의 결론이 날 게 분명하다고 감히 확언한다.


게다가 도입부에서 감춘 설정이 이후 회차에서 나타나면 그건 반칙이다.

그런 경우 상당수의 독자가 떠나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하차구간'이라 한다.


그러니 결말을 감추는 것으로 서스펜스를 만드는 추리소설은 웹소설에서 설 자리가 없다.


예전에는 카카오에서 추리, 미스터리, 서스펜스물을 공모하는 공모전(이른 바 추미스)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명맥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2021년에 있었던 카카오페이지 공모전 포스터(출처 - 카카오페이지)

특히 추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작가들의 문제도 있는데, 추리소설은 정말 천재적인 반전이 아니면 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결말의 반전을 기다리게 할 만한 충분한 사건을 계속해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글은 일단 쓰기가 너무 힘들다.


게다가 그렇게 어렵게 썼는데 반응이 없다?

그럼 작가는 다시는 추리소설을 쓰지 않을 거다.

마치 자연선택처럼 쓰지 않게 되는 거다.


"아닌데? 추리소설 있는데? 미스터리 있는데?"

하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100%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독자는 물론이고, 작가마저도 대체로 지양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간혹 추리와 수사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추리물과 수사물은 엄연히 다르다.


추리는 탐정이 하고, 수사는 경찰이 한다.


물론 형사가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추리를 할 수는 있겠으나 수사라는 범위 내에서 하는 추리지, 처음부터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수사란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일로, 사건 현장에 연루되어 "움직이지 마! 여기 있는 사람 안에 범인이 있어!" 하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주인공이 특정한 직업을 가지고
수사하고 추리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웹소설로 소화가 가능하다.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소설도 그런 소설이고ㅎㅎ


결국 대원칙은 숨기지 말라는 거다.

모든 설정은 앞부분에 다 설명하고,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갈 테니 따라올 사람은 따라오세요!"

하고 외쳐야 하는 게 바로 웹소설이다.


갑자기 '그렇게 잘 알면 네 글이나 써!'라는 머릿속 말이 들려와서 오늘은 여기까지~ ㅎㅎ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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