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퇴사자가 웹소설 작가로 데뷔함

8. 첫 화의 법칙(2) - 흥미가 없다면 다시 쓰자

by 노란스머프

웹소설의 첫 화에는 좀처럼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미션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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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글에서 밝혔듯이 소설의 방향과 주인공 캐릭터의 성향 등을 숨기지 말고 보여줘야 하는 '설명미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2화를 봐야하는 이유, 즉 독자의 흥미를 끌어야하는 '흥미미션'이 바로 그거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보고 흥미가 별로 안 생기다면, 혹은 다른 사람이 흥미가 안 생긴다는 피드백을 줬다면 고집피우지 말고 무조건 바꿔라.


'난 재밌는데?',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
'2화에서 더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니까 괜찮아'
등등의 마음은 철저히 무시해라.


다른 건 다 둘째치고 다음 화가 보고 싶은지 아닌지만 생각하면 된다.


첫 화에 설정 설명을 다 하지 못했더라도 상관 없다.

오히려 못다한 설명을 다 하려다 1화가 재미없어져 버리면 많은 독자가 2화를 안 보게 될 거다.


그러니까 웹소설 작가는 설명하면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독자를 잡아두고 뒷편을 기대하게 하는 흥미 유도 장치까지 4500~5500자 안에 적정하게 담아두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1화에 그런 것들을 다 넣기 위해 6천자 7천자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1화는 긴 것보다 짧은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경우에는 프롤로그를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1화 앞에 약 2000자 안의 글로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음, 1화에서 설명을 바로 시작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현재 프롤로그를 쓰지 않는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다

분명 잘 활용하면 좋은 장치지만 잘못 활용하면 긴 1화보다도 못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번외편에서 한 번 해보겠다.

11월 21일 오후 3시 현재 문피아 투데이베스트 작품 중 프롤로그가 있는 작품은 6위 '자본주의 스트라이커' 하나 뿐이었다.


다시 1화 얘기를 하자면,

설명과 흥미의 적정선이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적정선을 잘 찾아낸 작가가 대박 작품을 쓸 확률이 크다.


아직 대박이랄 작품을 쓰지 못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번에 카카오 프로모션에 합격한 작품의 경우는 1화를 거의 10번은 더 고친 것 같다.


그리고 9번째에 드디어 '난 이것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때, 비로소 합격했다.

그 다음에도 또 한차례 수정이 들어갔는데 앞으로도 초반부 수정은 더 생길 수 있다.


'난 이것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어.'라는 감정이 언제, 왜 오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해봐야 소용이 없다.

일단 써서 읽어보고, 또 남에게 읽혀 봐야 한다.

실행하면서 느끼는 감각에 더 큰 비중이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간혹 천재적으로 그 적정선을 캐치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런 이들은 웹소설을 많이 접했을 확률이 아주 크다.

즉 그들에게는 그 감이 잡힐 만큼 오랜 읽기의 시간이 있었다는 거다.


나는 솔직히 그런 사람이 부럽다.

딱 보면 웹소설스러운 스토리가 좔좔, 클리셰가 좔좔 이어지는 사람들.

나는 수차례 밝혔지만 웹소설을 아예 보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감을 잡는데 늘 어려움을 느낀다.


지금도 틈을 내서 읽긴 하지만 읽는 양이 턱 없이 부족하다.

내가 만일 '헤비유저'에서 '프로바이더'가 되는 정규코스를 밟았다면 시행착오를 꽤나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진리를 잊지 말자.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면 앞서가다 쉬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오늘은 이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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