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 멤버십에 관하여
멤버십 작가로 등록은 해두었는데, 이걸 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는 아직 감이 없다.
나는 이 글을 가능한 많은 사람이 보고 웹소설과 웹소설 쓰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쓰고 있다.
그런데 만약 멤버십으로 글을 올린다면 제일 먼저 그 기본 취지에 벗어나는 게 아닐까?
게다가 안 그래도 조회와 라이킷도 많지 않은 글을 쓰면서 멤버십으로 독자를 한정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글을 쓰는 작가에게
조회수 0의 글을 보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테니까.
거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연재하고자 하는 결심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순전히 의무감에 쓰기 싫은 데도 '멤버십 글을 올려야 하니까...'하며 노트북 앞에 앉는 건 싫다.
사실 그런 건 계약서에 강제되어 진행하고 있는 웹소설 집필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런 저런 이유로 멤버십 글이라는 걸 쓰는 게 영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마음 한편을 들여다보면, '내 글이 과연 돈을 주고 볼만한 글일까?' 하는 의구심과 기대감이 생기기도 하고 또 '언제까지 멤버십 없이 갈 것도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에서 책임감이란, 보통 돈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그래서 스스로 어느 정도 절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웹소설 입문자를 위한 글은 이대로 멤버십 없이 계속 써가고, 정말 전업이나 부업으로 데뷔를 노리는 예비작가들이 볼만한 이야기는 멤버십으로 돌리는 방안이다.
물론 많은 작가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로선 그게 최선이 될 것 같다.
입문이야 누구나 할 수 있으니 흥미를 가지는 정도만으로 볼 수 있지만 심화편은 어차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보겠지.
그 관심과 도전 정신의 크기가 멤버십 결제로 확인될 수도 있지 않을까?
ㅎㅎ

나는 역시 장사하기는 글렀다.
뭔가 결제를 유도한다는 행위 자체로 쑥스럽고 어색하다.
어쩌면 그냥 자신감이 없는 걸 수도.
내 초기 글을 읽은 사람은 알 수도 있지만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한때 고고학 전공자로 발굴현장에 조사연구원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3분역사라는 팟캐스트를 개설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업로드해오고 있는데 여기서 유료화라는 높은 장벽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7510
나름 천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한 에피소드에 꽤 많은 반응을 얻기도 했기 때문에 이걸 발판으로 유료 방송을 잘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폭망!
유료결제가 열 손가락 안에도 못 드는 걸 수차례, 아니 수십 차례 확인하고는 유료방송을 포기했다.
이때 충격에 방송을 그만할까도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이 방송을 돈 벌려고 내놓은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사람들이 역사를 통시적이고 해석적으로 보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던 방송... 아니 그보다 앞서 그냥 하루에 몇 분이라도 사람들이 역사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랐던 마음으로 시작했던 방송을 돈이 안된다고 그만두는 건 내가 살아가며 세웠던 몇 안 되는 원칙에서 너무 벗어난 일이었다.
무엇보다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겠나.
브런치에 쓰는 이 글도 웹소설 계에 사람들을 이끌려고 하는 것인데, 멤버십으로 돈을 벌 수 없으니 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도 참 우스운 일 아니겠는가.
둘 중에 하나겠지.
내가 웹소설을 잘 알릴 역량이 안 되는 인간이거나 반대로 그 목표 자체를 거짓으로 세웠거나...
내 기본 생각은 '솔직하지 못할 바에는 역량이 없는 편이 낫다'는 거다.
사실 웹소설을 몰라도 가만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웹소설을 전파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역사는 상대적으로 좀 제대로 알아야 되고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이유들이 분명하다. 그러나 웹소설은 꼭 읽어야 하는 건, 혹은 써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다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는 소설을 쓰고 싶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혹은 수많은 핑계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 글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쓰고 있다.
그럼 난 웹소설을 통해 뭘 얻었는지부터 말해보겠다.
일단 읽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
어릴 적 나는 책을 그냥 끼고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책만 보는 사람이었다.
책의 종류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냥 글자가 있으면 다 읽었다.
그런데 정작 학업이 심화될수록 책을 멀리했다.
교과서라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내 책의 전부가 되는 순간 나는 완전히 책에서 멀어졌다.
고고학전공을 하면서도 학업을 위해서가 아니면 관련 도서를 하나도 안 봤다.
그중에서도 특히 멀어진 것이 바로 소설책이었다.
나름 문학도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거의 소설에서는 손을 뗐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삼국지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제외하고는 정말 한 권도 제대로 안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글을 읽는 집중력 자체가 떨어지는 내 모습을 확인했고, 웹소설 작가로 데뷔할 때 가장 큰 장벽이 읽는 것이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웹소설을 읽으면서 잊었던 읽는 것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살아났다.
웹소설의 문법만 조금 이해하면, 아니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읽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몇몇 작품이 있다.
이른바 웹소설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인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즐거움을 정말 오랜만에 느끼게 해 줬다.
웹소설에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장르들이 무조건 있을 수밖에 없다.
장르가 그만큼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고 등돌릴 이유는 없다.
실제로 나는 웹소설 집필을 위해 명작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는 작품들을 많이 만났다.
좋은 웹소설의 특징이 있는데 바로 술술 읽힌다는 거다.
글을 마치 이미지처럼 쓰기 때문에 장면이 독자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플레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본 출판사 PD의 첫마디가 마치 OCN드라마 같다는 것이었으니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웹소설은 남의 글을 읽지 않는 나의 습관부터 고쳐 먹게 해 줬다.
그리고 동시에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다음으로는 상상하는 것을 멈추지 않게 해 줬다.
내 나이는 어느새 40대로 지내온 시간보다 40대로 남을 시간이 더 적어졌다.
곧 50이라기는 아직 이르지만 그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시간은 여느 4, 50대처럼 뻔하게 흐르지 않고 있다.
나는 여전히 상상하고 있고, 또 나만의 세상과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타성에 젖어서 생각을 멈추는 일은 내 밥줄을 끊는 일이 되었기 때문에 언제나 생각하고, 또 행동하려 노력한다.
직접 겪지 않고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겪고 또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퇴사를 그렇게 많이 했을 수도....
여하튼 늘 새로 익히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있고, 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보니 하루는 지겹게 안 가는데 세월은 쏜살처럼 간다는 일반적인 4, 50대의 말에는 공감을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원래 얼리 어댑터라는 인종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지만 소설에 필요한 거라면 누구보다 빨리 적용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는 있다.
...
근데 글을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연재 이후 최초로 번외편을 2화 이상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럼 오늘은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