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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분주 Jan 04. 2023

라이킷 숫자에 집착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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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0점의 전설. 그건 나야 나.

어릴 때부터 수학이 그냥 너무 아주 정말 너어어어무 싫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수학을 그냥 그냥 한 것 같은데 고학년이 되면서 조금 복잡해지자 원래 싫었는데 더 싫어졌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수학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모의고사는 매번 8등급이고 평소 수학 시험 점수는 한자리를 맴돌았다. 그 당시 수우미양가로 표기된 성적표에서 매번 수학은 '가'를 받았는데 보다 못한 엄마가 거금을 들어 서울대생에게 개인과외를 시켜줬고 과외를 받은 뒤로는 '양'으로 한 등급 상승했다. 엄마는 굉장히 언짢아했지만 나는 나름 선방이라 생각하고 만족했다. 과외선생님도 나는 틀려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가르침에 성의가 없어졌고 갑자기 유학을 간다고 나를 포기해 버렸다.




나름 고향에서 이름이 알려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 당시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급조로 '수학부진반'을 만들었고 각반에 2명씩 선발되었는데 하필 그게 나였다. 내가 고자라니 급의 충격을 받았다. 3층 빈 교실에 수학바보들만을 위한 교실을 만들었고 매번 방송으로 '수학부진반 학생들은 몇 호로 오세요'로 개망신을 주기 일쑤였다. 그 방송을 듣고 교실로 향할 때마다 여보세요 들 여기 병신들이 지나갑니다의 수치심 MAX의 행렬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수학 성적이 필요 없는 예체능으로 진로를 결정했고 더 이상의 수학점수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다만 중간기말고사의 평균을 수학이 다 타노스급으로 반토막을 냈을 뿐. 수학점수가 필요 없어지니 시험도 대충 쳤다. 한 번은 3번으로 기둥을 세웠고 그때 하필 거짓말처럼 정답이 3번이 하나도 없어 0점을 받기 직전이었는데 실제 성적은 4점이 나왔다. 난 또 성격상 불의를 참지 못해 분명 나는 0점인데 왜 4점을 줬냐고 수학선생님께 말씀드리니 문제 한 개가 복수정답이라 다 정답처리를 해줬다고 했다. 이 찝찝한 느낌.

모의고사 수학시간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돌아 몇만 번째 오는 숫자를 적으세요 수준의 문제에 방식을 적용하지 못해 일일이 종이에 숫자를 몇만 개 적어 내려 호기롭게 답을 적었는데 그거마저 틀렸다. 난 정말 병신인가 보다 헤헷.



어릴 때 수학과목에 학을 떼서 그런지 아님 한이 돼서 그런지 성인이 되어서부터는 숫자에 집착하게 되었다. 60점만 넘으면 패스되는 시험에서도 난 굳이 밤까지 새워가며 문제를 달달달 외워 100점을 받아냈고(의미가 전혀 없음)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는 무조건 시계 정각인 12시에 긴 바늘이 와야 되는 집착이 생겼고 SNS 좋아요 숫자에 극도로 집착하여 숫자가 적으면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나부터 시작해 끝도 없는 자괴감에 시달렸고 숫자가 많으면 수명이 늘어난 거 마냥 기뻐서 그날은 하루종일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요즘은 이 브런치 시스템이 나를 상당히 굉장히 집착하게 만든다. 라이킷 인지 좋아요 인지 매번 울리는 알람에 가슴이 요동치고, 그렇다고 알람을 꺼놓기에는 궁금해서 폰을 들었다 놨다 반복한다. 통계 시스템에 1시간마다 들랑날랑하면서 과연 오늘은 몇 명이 내 글을 읽었을까 매번 새로고침을 하고, 숫자가 적은 날에는 내 글을 의심하게 만든다. 댓글이 많고 구독자 수가 많은 글들만 쏙쏙 골라서 읽어보고는 못난 자존심에 그 작가의 글을 깎아내린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싶은 마음에 속으로만 키보드워리어가 되어 작가의 글을 비난한다. 이러려고 글 쓰는 게 아닌데. 작가 승인이 떨어진 그날의 기쁨은 이제 사라지고 많이 읽히지 못하는 내 글들이 망작인 것처럼 느껴진다.


숫자에 집착하면 나 스스로가 피곤해짐을 알면서도 요즘은 숫자로 나의 값어치가 매겨지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별점으로 목숨을 잃기도 하니말이다. 숫자 앞에 쿨해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주변 시선 신경 안 쓰고 본인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진정한 사람이지 싶다. 그러기에는 난 아직 한참 멀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라이킷 알람이 오면 심장이 벌렁벌렁.


한 번이라도 독자의 눈길을 더 끌고 싶어 자극적인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어볼까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내 글이 너무 소중하다. 관심 끌고 싶다고 내 자식들의 얼굴에 분칠을 할 순 없으니. 줄 서는 맛집은 되지 못해도 오랫동안 찾아오고 싶은 진국으로 기억되고 싶다. 하지만 라이킷은 못 잃어. 눌러주세요 으헝.



*조회수 1000만을 넘은 김분주의 메가히트작

제목: 거친 겉모습과 다른 그녀의 야들야들한 속살

내용: 삼계탕 한 그릇 야무지게 쭈압쭈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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