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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분주 Dec 09. 2024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치아바타

지난번 3번의 실패로 밀가루 1.6kg을 내다 버린 죄책감도 잠시, 이대로 포기해 버리면 내 인생 평생 치아바타도 못 만들고 쉽게 포기한 루저라는 이상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또 베이킹에 도전했다. 참고로 난 백수라서 시간이 남아돈다 으헤혷.


지난번의 실패를 분석해 봤을 때, 반죽이 부풀어 오르지 않은 건 나의 개떡 같은 계량의 문제도 있었지만 개봉 후 냉장보관을 하지 않은, 유통기한이 간당간당 남은 썩기 직전의 이스트였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게 있으니 다음번 시도는 분명 성공할 거라 확신했다.


제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장냄새가 폴폴 풍기는 새삥 이스트를 사서, 칼 같은 계량으로 4번째 치아바타를 도전했다. 유튜버중 가장 성공율이 높다는 레시피를 골랐다. 강력밀가루, 이스트, 올리브유, 설탕, 소금...


잠깐?

이왕이면 살안찌는 빵으로 만들고 싶어 과감히 설탕을 뺐다. 밀가루를 먹는 죄책감을 덜기 위함이다. 재료를 다 섞은 다음 1시간 발표의 시간을 거쳤는데, 지난번이랑 달라진게 없은건 나만의 착각일까.


이스트를 적게 넣은것 같아서 부랴부랴 이스트를 푼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궈, 그 손으로 반죽을 치댔다. 그리고 또 다시 30분간의 기다림.


오?


확실히 1차 2차 3차 시도때보다 부푼것 같다. 역시 이스트가 문제였다. 부모님께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다며 사람은 배움의 동물이라, 실패를 통해 배우니 실력이 일취월장한다며 교장선생님같은 훈화말씀을 셀프로 해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나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면 이탈리아가 곧 눈앞이라며 셀프 당당을 선보였다.


하지만 30분 발효뒤. 달라진게 크게 없는것 같은 쎄함이 느껴졌다. 블로그를 통해 본 다른 사람들과의 빵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래도 지난날보다는 달리 이번에는 먹을수는 있을것 같았다. 나름 조금은 부풀어 올랐으니, 반은 성공했다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지막 30분 발효때는, 빠른 발효를 위해 온도를 조금 높여야 겠다고 생각해서 나의 온기를 전달하고자 담요로 감쌌다.

우쭈쭈쭈

짜란다 짜란다 내새끼

애미 품에서 잘 부풀어다오


하지만 부푼것 같은데 안부푼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성공을 해봤어야 제대로 하고 있는줄 알지, 계속 실패만 하다보니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이래서 베이킹을 돈주고 학원에서 전문가한테 배우나 보다. 힝.


어쨌든 20분을 구워보니 왠일?

나름 그럴싸한데?


부모님을 불러세워 완성작을 보여주니 상당히 미심쩍어 하셨다. 용감한 엄마가 한입 먹어보고는 그냥 따뜻하게 뭉친 밀가루 맛이라고 했다. 모양을 30% 따라 잡았으나 맛이 없었다. 그냥 찐밀가루덩어리맛.


인터넷을 뒤지고 지식인을 뒤져보니, 이스트가 부풀기 위해서는 설탕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봤다.


아...

베이킹 존나 어려워


살뺄라고 설탕을 뺐는데 꼭 필요한 재료였구나. 이렇게 실패를 통해 또 교훈을 배웠다. 짜증나고 재료비 아깝고 시간아깝고 포기하고 싶지만.


5차시도.

아빠는, 뻘짓경연대회가 있으면 내가 1등이라면서, 칭찬같은 욕을 했다. 엄마는 그냥 내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거라고, 사람이 너무 계획대로 살면 안되는거라며 베이킹과는 전혀 상관없는 응원을 건냈다.


두고보자.

야들야들하고 부들부들한 치아바타를 꼭 만들고 말겠다.


이번에는 정말 계량에 신중을 기하여 5번 6번 확인하며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도전했다.


1시간

30분

30분

30분

30분


건강한 이스트

달달한 설탕

적당한 온도의 물

새로산 올리브오일

양껏 넣은 블랙올리브

독기 품은 나란여자


망칠수 없는 조합이다.

이거마저 망치면, 난 그냥 베이킹 접어야겠다. 아니 그냥 손가락을 접어야겠다. 나 그 정도로 간절하고 진지하다. 2024년 12월을 실패로 끝나고 싶지 않은 나만의 변태스러운 마음가짐이라고나 할까.


오븐에 넣고

굽는다


성!공!


2025년에는 쟐 될것같다.

치아바타신이 나에게 행운을 주시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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